보험자의 면책사유의 의미와 유형



1. 보험자의 면책사유(exception)란 「보험계약에서 정한 보험사고가 생긴 경우에도 보험자의 책임을 면제하는 사유」를 말한다. 여기서 면책이란 보험계약이 유효하게 존속되고 있는 상황하에서 보험계약에서 정한 보험사고가 발생하여 일단 보험자에게 보험금지급책임이 적법하게 발생했음을 전제로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 보험자의 보험금지급의무를 면제하거나 그 범위를 제한하는 것을 뜻한다.

면책사유는 대수의 법칙을 적용하기 곤란한 비정상적 위험에 대한 보상책임으로부터 보험자의 책임을 면제함으로써 보험단체의 균형을 유지하거나 도덕적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에서 인정된다. 보험자가 인수하는 위험의 범위에서 처음부터 제외되는 부담보위험(exclusion)과는 구별된다.66) 부담보위험을 정하고 있는 약관(부담보약관)은 보험자의 담보 범위를 확정하는 것으로 보험자가 담보하는 위험의 범위를 한정하여 보험사고의 예정발생률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통상 보험 거래에서 사용하고 있는 약관에는 면책사유와 부담보위험을 구분하지 않고 규정하고 있으나, 양자는 엄격하게 구별되어야 한다. 부담보약관의 예로는 자동차대인배상책임보험에서 피용자의 업무상재해사고를 보상(담보)하는 손해에서 제외한다는 규정, 인보험약관에서 질병의 경우 청약일로부터 과거 5년 이내에 그 질병으로 인하여 진단 또는 치료를 받은 경우에는 보상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규정 등을 들 수 있다.

부담보위험이 있으면 권리근거사실을 보험계약자가 입증해야 하는 반면 면책사유는 권리소멸사실이므로 입증책임이 보험자에게 있다. 부담보약관은 계약자유의 원칙상 허용되고 역선택을 방지하기 위해 인정할 필요성도 있다. 따라서 보험 가입자 측에게 불이익하게 상법의 규정을 변경한 것이 아닐뿐더러 보험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규정이라고 볼 수도 없으므로 상법 또는 약관규제법에 위반된다거나 무효라고 할 수 없다.

보험자에게 이러한 면책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보험자가 비록 보험금청구권의 양도 승낙 시 또는 질권설정 승낙 시에 면책사유에 대한 이의를 보류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 양수인 또는 질권자에게 면책사유로 대항할 수 있다.67)

면책사유는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 보험금청구권자에게 보험금지급을 거절하는 사유가 된다는 점에서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많은 부분이고, 특히 면책조항은 그 내용이 불합리하거나 모호한 경우가 많아 그 효력 및 해석이 주된 쟁점으로 논의되고 있다.


2. 면책사유에 대한 입증책임은 보험금지급책임을 부인하는 보험자에게 있다.68) 따라서 원인불명의 보험사고에 대하여도 보험자는 보험금지급책임을 면하지 못한다. 이 경우 보험자는 추정적 증거를 제시하는 것으로 그 입증을 다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69)

다만 대법원 판례는 보험자가 피보험자의 고의 사고라는 면책사유를 주장하여 보험금지급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는 자살의 의사를 밝힌 유서 등 객관적인 물증의 존재나 일반인의 상식에서 자살이 아닐 가능성에 대하여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을 만큼 명백한 주위 정황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70) 예를 들어 피보험자가 술에 취한 나머지 판단능력을 상실하거나 판단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주행 중인 차량에서 뛰어내리는 등의 행위로 스스로 위험한 상황을 초래한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보험자의 면책사유인 고의에 의한 자살이라거나 의도적(고의적) 자해라고 할 수 없다.


3. 보험자의 면책사유에는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보험자의 책임을 면제하는 사유인 법정면책사유와 보험약관에 의하여 보험자의 책임을 면제하는 사유인 약관상 면책사유(약정면책사유)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약관상 면책사유는 보험계약자나 그 대리인이 그 내용을 잘 알고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보험자의 설명의무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사항에 해당하게 된다.


보험법 저자🔸임용수 변호사


66) 부담보위험을 '담보위험제외사유' 또는 '담보위험배제사유'라고도 부른다.
67) 대법원 2002. 3. 29. 선고 2000다13887 판결.
68) 대법원 1993. 7. 13. 선고 92다46820 판결.
69) 동지: 양승규, 143면.
70) 대법원 2002. 3. 29. 선고 2001다49324 판결; 대법원 2005. 7. 29. 선고 2005다19206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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