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의무의 법적 성질과 고지의무제도의 근거



1. 서설

가. 의의

고지의무(duty of disclosure)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보험자에 대하여 중요한 사항을 알리고, 부실의 사실을 알리지 않을 의무를 말한다(상법 제651조). 보험약관에서는 「계약 전 알릴 의무」라고 표현하고 있다. 고지의무에 관한 상법 제651조는 보험계약자 측의 불이익으로 변경할 수 없는 상대적 강행규정이다.

나. 통지의무와의 구별

고지의무는 통지의무와 구별해야 한다. 고지의무는 보험계약이 성립할 때까지 지는 의무라는 점에서, 보험계약의 성립 후에 보험사고의 발생이나 위험의 현저한 변경·증가가 있는 경우에 지는 각종의 통지의무와는 구별된다.

다. 법적 성질

고지의무는 의무라는 명칭으로 표현되고 있지만, 일반적인 의무와는 차이가 있다. 일반적인 의무는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그 이행을 강제하거나 손해배상 등을 청구할 수 있지만, 고지의무는 의무 위반이 있는 경우 보험자가 고지의무의 이행을 강제하거나 또는 그 불이행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고지의무 위반이 있더라도 보험자에게 계약 해지권이 인정될 뿐이다.

고지의무는 보험자의 해지권 행사로 인한 불이익을 면하고 보험계약상의 청구권을 유지하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서 의무자가 부담하는 것이므로 자기의무이고 간접의무이다(통설).102) 또한 고지의무는 보험계약의 효과로서 인정되는 진정한 의무가 아니라, 보험계약의 밖에서 법률에 의하여 인정되는 법정 의무라고 할 수 있다.103)


2. 고지의무제도의 근거


사행계약적 성질을 가지는 보험계약에서 위험에 관한 중요한 정보는 대부분 보험계약자 측에 의해서 지배되고 있다. 위험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 보험자가 자발적인 조사를 할 수도 있으나, 다수의 보험계약자를 상대로 대량으로 체결되는 보험계약의 특성상 모든 위험에 대한 조사를 보험자 스스로 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보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보험자는 이러한 위험을 잘 알 수 있는 지위에 있는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의 협조를 얻어 위험을 측정하고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이로써 보험자는 보험 기술상 개별적인 위험의 상황에 관한 정확한 평가를 내릴 수 있게 되고, 불량한 위험을 회피하고 도덕적 위험을 방지할 수 있는 자료를 얻게 된다.

고지의무제도를 인정하는 근거에 관하여는 크게 두 가지 견해로 나뉜다. 하나는 보험계약에 있어서 보험금과 보험료의 균형적인 산출을 위하여 위험률을 정확하게 측정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는 위험측정설(기술설)이고,104) 또 하나는 보험은 고도의 신의성실이 요구되는 최대선의계약 내지 사행계약이므로 고지의무가 인정된다는 선의계약설(사행계약설)105)이다.

생각건대, 고지의무제도는 보험자에게 사전에 불량한 위험을 배제하거나 제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고지의무 위반이 있으면 보험계약 성립 후라도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보험관계의 공평을 유지하려는 보험계약법상의 특수한 제도이므로 어느 하나의 이론만으로 설명하는 것은 곤란하다. 이러한 점에서 위험측정과 최대선의 모두에 고지의무의 근거가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절충설).106)

오늘날 보험 기술의 발달에 따라 고지의무는 고지사항을 스스로 찾아내 능동적·적극적으로 고지하는 것이 아니라, 보험자가 서면으로 고지를 요구한 질문 사항에 대하여 고지의무자가 성실하게 답변하면 고지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보는 수동적 의무 형태로 전환·적용되고 있다.107)


보험법 저자🔹임용수 변호사


102) 최기원, 145면; 양승규, 116면; 김성태, 210면; 정찬형, 538면; 손주찬, 520면;
103) 동지: 정찬형, 538면; 양승규, 114-115면.
104) 최기원, 145면; 채이식, 454면.
105) 강·임, 556면.
106) 동지: 김성태, 209면; 박세민 179면.
107) 「고지의무」 중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사항' 부분에서 더 자세히 기술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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