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무더운 여름철 군 벙커 안 만취 사망, 상해보험금 지급" 판결

군 벙커

[ 글 : 임용수 변호사 ]

무더운 여름철 술에 만취해 군 벙커 안에서 앉은 자세로 숨진 사건에 대해 외래의 사고로 신체에 상해를 입고 그 결과로 사망했다며 상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시한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피보험자가 한낮 기온이 32도에 이르는 무더운 여름에 혈중 알코올 농도가 높은 음주 상태로 군 벙커 안에서 자고 있는 모습으로 사망했고, 부검 결과 달리 사망원인을 알 수 없었던 경우인데도 이를 보험사고인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인한 사망'으로 봤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판결로 평가 받고 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 전문변호사)가 판결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고, 변호사의 의견을 담은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인다. 

군 벙커 내부(문)

서울중앙지법 민사15부(재판장 한숙희 부장판사)는 한화손해보험이 군 벙커 안에서 숨진 윤 모 씨의 유족을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에서 한화손해보험의 청구를 기각하고 "한화손해보험은 유족에게 1억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윤 씨는 2013년 7월 집을 나간 뒤 40여일만에 군 벙커 안에서 앉은 자세로 사망해 부패된 채 발견됐다.

윤 씨는 2003년 8월 한화손해보험과 사이에 피보험자를 윤 씨, 사망보험금 수익자를 윤 씨, 상해사망보험금 1억 원을 보장하는 보험 상품에 가입했다. 유족은 한화손해보험에게 사망보험금을 청구했지만 거절당했다.

한화손해보험은 윤 씨의 사망원인을 알 수 없는 이상, 윤 씨의 사망이 보험계약에서 정한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인한 것으로 볼 수 없고, 또 윤 씨가 사고 이전에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아왔고 사고 직전 자살예방센터에 상담전화를 한 사실 등에 비춰 윤 씨가 정신질환 또는 심신상실 상태에서 고의로 자살한 것으로 판단되는 이상 면책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채무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을 냈다.

군 벙커 안에서 잠자다 사망한 사고

유족은 윤 씨가 술을 마신 상태에서 통풍이 잘 되지 않는 군 벙커 안에 들어가 잠을 자던 중 고온의 장소에서 오래 방치됨으로써 열사병 또는 호흡곤란으로 사망했으므로 윤 씨의 사망은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인한 것이라며 보험금을 청구하는 반소를 냈다.


재판부는 「윤 씨에 대한 부검 결과 윤 씨의 근육조직 알코올 농도가 0.364%로 사망 당시 음주 상태였던 것으로 판단되나 일반적인 치사 농도(0.45%)에 이르지는 못했던 점, 윤 씨가 마지막 통화를 한 것으로 확인되는 날부터 윤 씨의 시신이 발견된 날 사이는 한낮 기온이 32도에 이르는 무더운 여름이었고 이같이 더운 날씨에 통풍이 잘 되지 않는 군 벙커 안에 음주 상태로 머물러 있을 경우 열사병이나 호흡곤란 등으로 사망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점 등에 비춰보면, 윤 씨가 신체의 질병 등과 내부적 원인이 아닌 신체의 외부로부터 작용하는 원인으로 사망에 이르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사고 장소에서 유서 등 극단적 선택을 암시할 수 있는 증거나 극단적 선택을 추정할 수 있는 도구 등이 발견되지 않았던 사정, 윤 씨의 발견 당시 사체의 모습도 자고 있는 사람 모습 그대로이고 극단적 선택으로 볼 수 있을 만한 단서가 발견되지 않았던 사정, 윤 씨가 치사 농도에 이르도록 알코올을 섭취한 것은 아닌 사정 등에 비춰볼 때 윤 씨가 정신질환 또는 심신상실 상태에서 고의로 극단적 선택을 함으로써 사고가 발생했다고 단정하기 부족하다」고 덧붙였다.2016년 3월 7일


🔘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 해설과 법률 조언 -


이 판결에 대해서 한화손해보험이 항소와 상고를 각각 제기했으나, 모두 기각돼 유족이 최종 승소했다.

상해보험에서 '상해'란 외부로부터의 우연한 돌발적인 사고로 인한 신체의 손상을 의미하므로, 그 사고의 원인이 피보험자의 신체의 외부로부터 작용하는 것을 말하고, 신체의 질병 등과 같은 내부적 원인에 기한 것은 제외된다. '사고의 외래성' 및 '상해 또는 사망이라는 결과'와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해서는 보험금청구자에게 그 입증책임이 있다.


재판부는 윤 씨에 대한 부검 결과 '사인'을 단정할 만한 질병이나 외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더운 날씨'와 '높은 근육조직 알코올 농도(0.364%)'를 주된 외부적 요인으로 본 다음 윤 씨의 사망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본 것 같다. 2019년 4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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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험 전문변호사 = 임용수 변호사
  • 최초 등록일: 2016년 3월 7일
  • 1차 수정일: 2019년 4월 19일 (재등록 및 글 추가) 
  • 2차 수정일: 2024년 1월 2일 (글 다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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