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부·설명의무 위반의 효과



1. 계약의 취소

가. 취소권의 행사 및 그 효과

보험자가 약관교부·설명의무를 위반한 경우 보험계약자는 계약이 성립한 날부터 3개월 이내에 그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상법 제638조의3 제2항). 이 취소권의 행사 기간은 제척기간이다.

설명의무 위반이 있는 경우 상법 제638조의3 제2항이 규정하고 있는 계약 취소권 이외에 민법의 착오에 관한 규정(제109조)에 의해서도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판례도 설명의무 위반으로 보험계약자가 착오에 빠져 보험계약을 체결한 경우, 그 착오가 동기의 착오에 불과하더라도 착오를 일으키지 않았더라면 보험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거나 아니면 적어도 동일한 내용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 명백하다면, 그러한 착오는 보험계약 내용의 중요 부분에 관한 것이므로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87)

보험계약이 취소된 경우 보험계약자는 이미 납입한 보험료 전액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이때 보험자는 보험료를 받은 기간에 대하여 보험계약 대출 이율을 연단위 복리로 계산한 금액을 가산하여 지급해야 한다.

나. 상법과 약관규제법의 관계

상법 제638조의3 제2항, 민법 제109조 및 약관이 규정하고 있는 취소권의 행사 기간은 제척기간이고, 보험계약자가 취소권을 행사한 때는 그 보험계약은 처음부터 무효로 된다.

약관규제법 제3조 제3항에서는 「사업자가 약관의 명시·설명의무를 위반하여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그 약관을 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여 약관의 효력을 부인하고 있다.

그런데 약관교부·설명의무 위반이 있었으나, 보험계약자가 취소권의 행사 기간 내에 취소권을 행사하지 않은 경우 다시 약관규제법의 규정에 의하여 그 약관의 효력을 부인할 수 있는지 여부와 관련해서는 견해의 대립이 있다.

학설은, ① 약관규제법 제3조 제3항과 상법 제638조의3 제2항은 일반법과 특별법의 관계에 있다는 전제하에, 보험계약의 경우에는 보험자가 약관 교부·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하더라도 보험계약자가 취소권의 행사 기간 내에 그 계약을 취소하지 않으면 약관의 효력이 인정된다는 견해(상법우선적용설)88)와, ② 상법·민법과 약관규제법의 규정이 모두 적용되므로 보험계약자가 취소권의 행사 기간 내에 보험계약을 취소하지 않았더라도, 다시 약관규제법을 근거로 약관의 효력을 다툴 수 있다는 견해(중복적용설)로 크게 나뉜다.

생각건대, 상법 제638조의3 제2항이나 민법 제109조가 약관규제법 제3조 제3항의 적용을 배제하는 규정이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제638조의3 제2항, 민법 제109조와 약관규제법 제3조 제3항을 모두 적용하여 취소권의 행사 기간이 경과하더라도 약관의 효력은 유지되는 것으로 하되, 나중에 보험사고 발생 시 설명받지 못한 약관의 효력을 다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보험계약자에게 유리하다는 점에서 중복적용설이 타당하다.

이에 대하여 상법우선적용설 중에는 「보험자로서는 취소 기간의 전후에 관계없이 계속하여 항상 약관의 내용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고, 언제든지 보험계약자에 의하여 취소당할 불안정한 지위에 있다」든가89) 또는 「일정한 기간 내에 계약을 취소하든 하지 않든 불설명 또는 부실 설명한 약관은 계약의 내용에서 배제할 것을 주장할 수 있기 때문에 상법에서 굳이 3개월 이내의 취소권을 부여할 이유가 없다」는 이유로 중복적용설에 반대하는 견해가 있다.90)

그러나 약관설명의무를 인정하는 근거가 보험계약자가 알지 못하는 가운데 약관에 정해진 중요한 사항이 계약 내용으로 되어 보험계약자가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을 피하고자 하는 데 있는 것이고, 약관설명의무의 이행 여부가 문제되는 경우는 거의 대부분 보험사고 발생일 이후인데 이러한 경우에 취소권의 행사 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일률적으로 약관의 효력을 다툴 수 없도록 한다면 약관설명의무제도가 유명무실화될 수 있다. 보험자로서는 3대 기본91)을 충실히 지키면 보험계약자에 의하여 약관 조항의 효력을 부인당할 불안정한 지위에서 벗어날 수 있다. 판례는 상법 제638조의3 제2항은 약관규제법 제3조 제3항과의 관계에서는 그 적용을 배제하는 특별규정이라고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중복적용설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92)


2. 약관조항의 효력 부인


앞서 본 바와 같이 약관 교부·설명의무를 위반한 때는 그 약관조항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93) 즉 설명하지 않은 약관조항은 보험계약에 편입되지 않게 되므로 그 효력이 부인된다.

이때 약관설명의무 위반으로 약관의 전부 또는 일부의 조항이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되지 못하는 경우 보험계약은 나머지 부분만으로 유효하게 존속한다. 다만 보험계약의 내용이 되지 못하는 약관조항이 없다면 계약의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거나 그 유효한 부분이 한쪽 당사자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경우에는 그 보험계약은 전부 무효로 된다.94)


3. 약관의 구속력이 배제되는 경우


보험자가 약관상의 내용과 다른 내용을 설명하고 이에 따라 보험계약을 체결했다면, 다르게 설명된 내용이 보험계약의 내용이 되고 이에 배치되는 약관은 그 적용이 배제된다고 보는 견해95)가 있다. 이 견해는 보험계약의 당사자 사이에서 명시적으로 약관에 관하여 달리 약정한 경우에는 그 약관의 구속력은 배제된다고 보아야 한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4. 보험업법상의 손해배상책임


약관교부·설명의무를 위반한 경우 보험회사는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라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즉 보험회사는 그 임직원·보험설계사 또는 보험대리점(보험대리점 소속 보험설계사를 포함한다)이 모집을 하면서 약관교부·설명의무를 위반하여 보험계약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 배상할 책임을 진다. 다만 보험회사가 보험설계사 또는 보험대리점의 선임과 그 업무 감독에 대하여 적절한 주의를 했고 손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노력한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금융소비자보호법 제45조 제1항 단서).

판례는 보험자나 보험모집종사자가 약관 설명의무를 위반함으로써 보험계약이 무효로 되어 보험계약자가 보험금 상당액을 지급받지 못하는 손해를 입은 경우 대부분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다.96)


5. 고지의무 위반으로 인한 제재 가부


자동차보험약관상 주운전자제도 조항, 재해사망을 담보하는 생명보험에서 영업상 또는 비영업상 오토바이 사용자의 가입 제한 조항 등에 관하여 보험회사가 약관교부·설명의무에 위반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한 때는 그 약관의 내용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 따라서 보험계약자나 그 대리인이 그 약관에 규정된 고지의무를 위반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는 없다.97) 

그러나 피보험자의 질병과 사망을 보험사고로 정한 보험계약에서 과거 병력98)에 관한 고지의무를 위반한 경우99)에는 보험계약 해지가 가능하다. 고지의무제도는 상법이 정한 사항일 뿐만 아니라 과거 병력에 관한 질문은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어서 보험계약자가 별도의 설명 없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사항이다.100) 따라서 보험회사가 과거 병력에 관한 고지의무를 정한 약관에 대하여 따로 설명하지 않았다고 해서 교부·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할 수 없다. 판례는 질병과 사망을 담보한 보험계약의 경우 피보험자의 주요 질병 또는 그 소인의 보유 여부에 대한 질문은 보험계약 체결 당시 보험모집종사자가 질문표에 의하여 그 해당 사항이 있는지 여부를 직접 확인한 것만으로도 설명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101)


보험법 저자🔹임용수 변호사


87) 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다229536 판결. 이 판결은 「보험회사 또는 보험모집종사자가 이러한 설명의무를 위반하여 고객이 보험계약의 중요사항에 관하여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착오에 빠져 보험계약을 체결한 경우, 그러한 착오가 동기의 착오에 불과하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착오를 일으키지 않았더라면 보험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거나 아니면 적어도 동일한 내용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임이 명백하다면, 위와 같은 착오는 보험계약의 내용의 중요부분에 관한 것에 해당하므로 이를 이유로 보험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88) 다수설이다. 양승규, 114면; 김성태, 190면; 강․임 535-536면. 
89) 주석상법(Ⅶ), 66면.
90)  강·임, 535-536면.
91) 보험실무 상 '3대 기본 지키기'라고 통칭되는데, 3대 기본이란 「청약서 자필서명, 약관교부, 청약서부본 전달」을 말한다.
92) 대법원 1996. 4. 12. 선고 96다4893 판결, 대법원 1998. 11. 27. 선고 98다32564 판결, 대법원 1999. 3. 9. 선고 98다43342, 43359 판결.
대법원 1996. 4. 12. 선고 96다4893 판결은 「상법 제638조의3 제2항에 의하여 보험자가 약관의 교부 및 설명의무를 위반한 때 보험계약자가 보험계약 성립일로부터 1월 내에 행사할 수 있는 취소권은 보험계약자에게 주어진 권리일 뿐, 의무가 아님이 그 법문상 명백하므로 보험계약자가 보험계약을 취소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보험자의 설명의무 위반의 법률 효과가 소멸되어 이로써 보험계약자가 보험자의 설명의무 위반의 법률 효과를 주장할 수 없다거나 보험자의 설명의무 위반의 하자가 치유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하고 있다. 
93) 대법원 1994. 10. 14. 선고 94다17970 판결, 대법원 1998. 6. 23. 선고 98다14191 판결 등 다수.
94) 약관 규제법 제16조 단서. 같은 취지의 판결로는 대법원 2015.11.17. 선고 2014다81542 판결, 대구지방법원 2010. 10. 14. 선고 2010나7780 판결, 대전지방법원 홍성지원 2017. 2. 9. 선고 2015가합1526 판결 등이 있다.
95) 대법원 1989. 3. 28. 선고 88다4645 판결. 동 판결은 같은 취지에서 「보험회사를 대리한 보험대리점 내지 보험외판원이 보험계약자에게 그 보통보험약관과 다른 내용으로 보험약관을 설명하고 이에 따라 계약이 체결되었을 때는 그 설명된 내용이 보험계약의 내용이 되고 그와 배치되는 약관의 적용은 배제된다」고 판시하고 있다.
96) 대법원 1999. 4. 27. 선고 98다54830, 54847 판결. 동 판결은 보험설계사가 보험계약자에게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할 것을 권유하면서 피보험자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설명은 하지 않은 채 미리 준비해 간 보험청약서 양식에 직접 그 중요 내용을 기재하고 보험계약자로부터 그의 인장을 건네받아 계약자란에 날인하여 청약서를 작성하고, 착오로 피보험자 동의란에 피보험자의 동의를 받지 않았고, 그 후 보험회사 대리점 역시 이를 보완하지 않은 상태에서 피보험자가 사망하는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 보험설계사의 주의의무 위반으로 보험계약자가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하게 되었으므로 보험회사는 보험계약자에게 그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고 그 손해는 보험금 상당액이라고 판시하고 있다.
다만, 약관교부의무 위반의 경우는 다르게 보는 견해도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3. 2. 20. 선고 2011가단236295 판결은 약관교부의무 위반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보험계약의 취소 사유가 되거나 설명의무 위반의 정황이 될 뿐이지 그 자체만으로 보험계약자에게 어떤 손해를 끼쳤다고 볼 수 없으므로 보험자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판시하고 있다.
97) 대법원 1992. 3. 10. 선고 91다31883 판결; 대법원 1995.8.11. 선고 94다52492 판결; 대법원 1996. 3. 8. 선고 95다53546 판결; 대법원 1996. 4. 12. 선고 96다4893 판결; 대법원 1997. 9. 26. 선고 97다4494 판결; 대법원 1998. 4. 10. 선고 97다47255 판결.
98) 여기서 '과거 병력'이란 질문표(계약 전 알릴 의무사항)에서 질문한 사항 중 직접 피보험자의 신체에 존재하는 절대적 위험 사항(피보험자의 건강 상태, 기왕증, 유전병 등)을 말한다.
99) 동지: 이기수, 87면.
100) 대법원 2000. 1. 5. 선고 2000다31847 판결; 대법원 2000. 12. 22. 선고 99다1352 판결; 대법원 2004. 11. 26. 선고 2004다57762 판결(원심: 서울고등법원 2004. 09. 16. 선고 2004나13207 판결); 서울고등법원 2003. 11. 19. 선고 2003나19635,19642 판결. 
대법원 1998. 11. 27. 선고98다32564 판결은 상법 제652조의 위험변경·증가의 통지의무에 대해서도 별도의 설명이 없더라도 보험계약 해지가 가능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 「자동차종합보험계약에 적용되는 보험약관에서 보험계약을 체결한 후 피보험자동차의 구조 변경 등의 중요한 사항에 변동이 있을 때 또는 위험이 뚜렷이 증가하거나 적용할 보험료에 차액이 생기는 사실이 발생한 때는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는 지체 없이 이를 보험자에게 알릴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상법 제652조에서 이미 정해 놓은 통지의무를 자동차보험에서 구체적으로 부연한 정도의 규정에 해당하여 그에 대해서는 보험자에게 별도의 설명의무가 인정된다고 볼 수가 없다.」
101) 대법원 2010. 11. 25. 선고 2010다39192 판결. 동 판결은 「피보험자의 질병과 사망을 담보하는 보험계약의 경우 주요 질병 또는 그 소인의 보유 여부에 대한 질문은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적인 것이어서 구체적이고 상세한 설명이 없더라도 통상의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라면 그 내용과 취지를 쉽게 이해하고 답할 수 있는 사항이므로,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보험모집인이 질문표에 의하여 그 해당 사항이 있는지 여부를 직접 확인한 것만으로도 그에 대한 설명의무를 다한 것」이라고 판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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