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음주 만취 수면 중 자세성 질식사, 보험금 지급 대상" 판결


글 : 임용수 변호사


술에 만취해 화장실 변기에 앉아 잠을 자다 구토를 한 뒤 질식사한 경우도 상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사고사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 소식을 국내 최초 [단독] 소개하고,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 변호사의 의견을 담은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인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25단독 문유석 판사는 지난달 6일 숨진 정 모 씨(사고 당시 만 25세)의 유족이 수면 중 질식사했으므로 보험금을 지급하라며 케이비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이같이 판시, 원고전부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문유석 판사는 판결문에서 「케이비손해보험은 정 씨의 사망이 약관상의 보험금 지급 대상인 '외래의 사고'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나, 부검촉탁의는 정 씨가 상당히 높은 농도의 알코올로 인해 신체에 대한 제어력이 떨어지고 호흡 기능이 저하된 상태에서 적절하지 못한 자세로 인해 스스로 벗어나지 못하고 질식에 이르렀을 가능성이 높다고 봐서 '자세성 질식사'로 간주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회신한 사실 등이 있다」며 「그런 사실에 의하면 정 씨는 사고로 인해 사망했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정 씨는 2015년 7월 캔맥주 12개를 마시고 만취해 화장실에서 구토를 한 채 변기에 앉아 있다가 동거인에게 발견됐고, 동거인은 정 씨를 씻긴 후 방으로 끌고 가다가 힘에 부쳐 화장실 문턱에 뒀다. 2~3시간이 지난 뒤 동거인이 화장실에 가보니 정 씨는 화장실 문턱에 걸쳐 누운 상태로 얼굴은 창백하고 손은 차가워져 있었고, 119 구급대가 현장에 출동했을 때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

유족은 정 씨가 잠을 자다 구토로 기도가 막혀 숨졌다며 보험금 지급을 요구했지만 케이비손해보험이 약관상의 지급 요건인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지급을 거부하자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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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설과 법률 조언 -

이번 판결처럼 술에 취한 상태에서 사망한 피보험자의 사망원인을 질식사로 인정하는 사례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판례들은 대체로 질식사임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피보험자의 기도나 기관지에서 이물질의 존재가 확인돼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세성 질식(positional asphyxia)이란 말 그대로 호흡 운동을 하기에 부적절한 자세로 인해 발생하는 질식을 말한다. 과도한 음주나 약물 섭취로 인해 신체에 대한 제어력이 떨어지고 호흡 기능이 저하된 상태에서 목이 심하게 꺾이거나 눌리는 등 호흡 운동을 하기에 부적절한 자세로 인해 질식해 죽는 경우를 '자세성 질식사'라고 부른다.

정 씨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혈액에서 에틸알코올 농도가 0.342%로 나왔다. 이런 알코올 농도에서는 체온이 떨어지고 호흡은 깊고 느려지며 모든 반사와 의식이 소실돼 혼수에 빠지거나 사망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

이번 판결은 상당히 높은 농도의 혈중 알코올 농도 및 자세성 질식사라는 외부적 요인과 피보험자의 사망 간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취지로 판시한 사례다. 

질식사로 인정한 유사 사례가 또 있다. 평소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체질의 피보험자가 사망 전날 밤 오후 9시경 노래방에서 친구와 노래를 부르며 맥주를 3잔 가량 마셨고, 다음날 오전 8시 30분경 친구에 의해 자신의 자동차 안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됐던 경우다. 담당 재판부는 피보험자의 '사망 원인이 음주로 인한 구토로 추정된다면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사망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보험사는 유족에게 사망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반면, 2016년에 확정된 판결 중에는 피보험자가 거실에서 닭발을 안주 삼아 소주 6홉 정도를 배우자와 나눠 마신 후 잠을 자던 중 입술이 파랗고 손발이 차가운 것을 배우자가 확인해 119에 신고, 응급실로 이송한 뒤 심폐소생술을 시행했으나 끝내 사망했던 사례에서, 재판부는 청색증은 기도 질식 이외에 심혈관 질환 등으로 급사할 경우에도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고, 일반적으로 호흡기에 이물질이 들어오면 자율 신경계의 반사 작용을 하게 되는데 그런 반사 작용을 했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다는 사실 등에 비춰 상해사고(질식사)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2019년 4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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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험 전문변호사 = 임용수 변호사
  • 최초 등록일: 2019년 4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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