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 임용수 보험전문변호사
대법원 제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정 모 씨가 디비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의 상고심에서 최근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1)
정 씨는 2015년 8월 디비손해보험과 자신의 자녀를 피보험자로 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보험계약의 담보사항 중에는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 상해사고로 사망한 경우 상해사망보험금으로 2억원을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보험계약 체결 당시 정 씨의 자녀는 '운전을 하지 않는다'고 답변했으나, 2019년 초경 삼겹살 배달전문 음식점을 개업하면서 영업에 이용할 목적으로 오토바이를 구입했습니다. 그러던 중 2019년 5월 새벽 오토바이를 직접 운전해 이동하다 음주 차량과 충돌하는 사고로 사망했습니다.
정 씨가 상해사망보험금을 청구했지만, 디비손해보험은 "피보험자가 보험 가입 이후 이륜차를 계속적으로 사용하게 된 사실을 지체 없이 통지해야 할 사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보험 약관(계약 후 알릴 의무) 및 상법(제652조 위험변경증가의 통지와 계약해지)에 규정돼 있는 '계약 후 알릴 의무'를 위반했다"며 보험계약 해지 및 면책을 통보했습니다. 이에 강력 반발한 정 씨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심2)과 항소심3)은 "디비손해보험이 보험계약 체결 당시 해당 약관조항(계약 후 알릴 의무)에 관한 명시·설명의무를 이행했다고 볼 수 없는 이상 약관조항은 보험계약 내용으로 편입됐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한 다음 정 씨의 자녀가 약관조항에서 정한 '계약 후 알릴 의무'를 위반했음을 이유로 한 디비손해보험의 계약해지 주장을 배척하고 원고일부승소 판결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항소심)을 파기·환송했습니다. 재판부는 먼저 디비손해보험이 위험변경증가 통지의무를 구체화한 약관조항에 대한 명시·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원심 판단은 수긍했습니다.
그러나 원심이 약관조항에서 정한 계약 후 알릴 의무를 위반했음을 이유로 한 디비손해보험의 계약해지 주장에 관해서만 판단하고, 상법상 통지의무를 위반했음을 이유로 한 계약해지 주장에 관해서는 아무런 심리·판단을 하지 않은 판단 유탈 내지 판단 누락의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상법상 통지의무는 보험계약의 효과로서 인정되는 의무가 아니라 상법 규정에 의해 인정되는 '법정의무'이므로 피보험자가 오토바이를 계속 사용하면서도 이를 알리지 않았다면, 보험사는 약관 설명의무를 이행했는지에 관계없이 상법에 따라 보험계약을 적법하게 해지할 수 있는데도, 약관 설명의무위반을 이유로 상법 제652조 제1항의 적용까지 배제된다고 할 수 없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 보험소송닷컴 법률사무소가 직접 소송을 수행한 사례는 아니지만,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해서는 보험사의 약관 설명의무와 별개로 상법상 통지의무가 독립적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다시 확인한 것이라거나, 약관이 설명되지 않았다 해도 상법상 통지의무는 여전히 유효하므로 위험 증가 사실을 알리지 않으면 보험계약은 해지될 수 있음을 명확히 한 것이라는 견해가 있으나, 보험 법리적으로 살펴볼 때는 수긍하기 어려운 점이 조금 있습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의 취지대로라면, 약관 작성자인 보험사는 이륜차 또는 원동기장치자전거의 일회적 사용 등이 아닌 계속적 사용에 국한된 위험변경증가 통지 및 계약해지와 관련해서는 의도적이든 비의도적이든 설명의무를 위반함으로써 무효로 될 수 있는 실효성 없는 조항을 상법 규정 외에 별도로 약관에 기술해 놓은 것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보험사 입장에서는 보험계약자의 이익 보호를 위해 요구되는 약관 설명의무를 이행할 필요 없이 처음부터 상법상 통지의무를 위반했다는 주장만 제기하며 계약해지권을 행사하는 것이 더 유리하게 됩니다.
Tags
로피플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