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사전 통보 없는 소화전 설치 공사라도 용접 공사 중 화재로 건물 전소됐으면 보험금 지급해야


글 : 임용수 변호사


소방관청의 지적을 받고 소화전 등 소방시설 설치 공사를 하다 용접 불티가 튀는 바람에 화재가 발생한 경우 공사 내용을 보험사에 미리 통지하지 않았더라도 보험사는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화재의 직접 원인이 된 용접작업은 전체 공정 중 일부에 불과하고, 소화전 부착 공사가 사고 발생 위험을 현저히 높이는 공사로 볼 수도 없으므로 그 사실을 보험사 측에 사전에 알리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보험사는 계약 후 알릴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입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의 주요 내용을 알려 드리고 해설과 법률조언을 덧붙입니다.

서울고법 민사15부는 R사와 이 회사 대표 조 모 씨가 보험사인 디비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디비손보는 R사에 9억여원, 조 씨에게 2억여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고 밝혔습니다.1)

가구, 매트리스 제조 등의 사업을 영위하는 R사는 디비손보와 2016년 12월 경기도에 있는 한 건물과 목재가구 및 목제품 판매점 등에 대해 1년 기간으로 최대 10억원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화재보험을 맺었습니다. R사 대표 조 씨도 디비손보와 2016년 12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이 건물과 부속설비 등을 보험목적물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R사는 2015년부터 이 건물을 임차해 가구를 보관하는 창고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관할 소방관청은 이 건물의 소방시설이 미비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따라 소화전을 설치하는 공사가 진행됐고, 2017년 3월 이 건물 출입문 부근에서 소화전 배관을 설치하기 위한 용접작업이 이뤄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용접 불티가 건물 환풍구를 통해 건물 내로 튀어 불이 났습니다.  

그 사고로 건물 안에 보관 중이던 R사 가구들이 모두 불에 탔습니다. 그런데 디비손보는 "R사가 '계약 후 알릴 의무' 및 상법 제652조에 따른 위험변경증가의 통지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공사를 진행하던 도중 발생한 사고"라며 "보험계약을 해지한다"고 R사에 일방적으로 통보했습니다. 이에 강력 반발한 R사와 조 씨는 "보험계약 해지는 부적법하다"며 보험금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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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화재보험에 있어 피보험 건물의 구조와 용도, 그 변경을 가져오는 증축·개축에 따라 보험의 인수 여부와 보험료율이 달라지므로 그런 사항이 보험계약 체결 당시 존재하고 있었다면 보험사가 보험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거나 적어도 그 보험료로는 보험을 인수하지 않았을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상법 제652조 1항 및 통지의무의 대상이 된다」며 「공사의 규모와 내용에 비춰 보험목적물을 수용하는 건물의 구조와 용도에 변경이 생기는 경우 및 공사 자체로 화재의 위험이 증가하는 경우도 포함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그러나 화재의 직접 원인이 된 용접작업은 전체 공정 중 일부에 불과하고, 건물 자체를 용접하는 것이 아니라 건물 외부 벽에 소화전을 부착하는 내용이었던 점에서 공사내용만으로 위험이 증가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배관 연결을 위한 용접작업을 하던 중 불티가 흙바닥으로 떨어졌고 때마침 바람이 불어 내부로 불이 번지면서 화재가 발생해 공사 방법 자체에 내재한 위험성이 발현된 것이라기보다는 작업자의 과실과 예외적인 자연현상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며 「디비손보는 공사 진행 사실을 알았다면 보험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거나 보험계약상 보험료로는 보험을 인수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주장·입증해야 하는데 입증이 부족하고 달리 인정할 이유도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공사는 R사가 아닌 임대인이 진행한 것으로서 예정공정표를 교부받고 협조를 요청받았다 하더라도 화재가 공사 자체의 내용에 기인한 것이 아닌 이상, R사와 대표 조 씨가 위험의 증가를 알았다고 볼 수 없다」며 「R사가 위험변경증가 통지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디비손보의 보험계약 해지 통지는 부적법하다」고 판시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1심은 원고패소 판결했지만, 2심인 서울고법에서 결론이 뒤집힌 판결입니다. 통지의무(계약 후 알릴의무)의 발생 요건으로서 '위험의 변경 또는 증가'란 "현저한" 것이어야 합니다. 여기서 위험의 현저한 변경 또는 증가가 있었는지 여부는 보험목적물의 사용 수익 방법의 변경, 보험료율의 주요 결정요소의 변경 등 구체적인 여러 사정을 종합해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2) 일시적인 위험의 변경 또는 증가는 위험의 현저한 증가 또는 변경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견해가 다수설 및 판례의 입장입니다. 또한 보험 가입자가 위험의 현저한 변경 또는 증가를 알고 있었어야 합니다.

앞서 본 법리에 의할 때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2심의 서울고법 판결 결론(판시 이유)이 타당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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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21년 12월 26일

1) 서울고등법원 2021. 11. 19. 선고 2018나2041298 판결.
2) 임용수, 보험법 제1판, 189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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