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임용수 변호사
치매 진단을 받았어도 고의로 주택에 화재를 발생시켰다면 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 소식을 알려 드립니다.
최 모 씨는 2018년 3월 오전 11시 10분쯤 거주 중이던 2층 단독주택에서 안방과 작은방에 있는 이불에 휴지를 올려놓고 성냥으로 불을 붙여 그 불길이 벽을 거쳐 1층 전체에 번지는 사고를 냈고 2019년 4월 사망했습니다.
최 씨의 자녀는 2014년 6월 주식회사 케이비손해보험(KB손해보험)에 최 씨를 피보험자로 정하고 최 씨가 거주하던 주택이 화재로 입은 손해를 보상하기로 하는 화재보험에 가입했는데, 그 보험의 약관 제3조는 KB손해보험은 '계약자, 피보험자 또는 이들의 법정대리인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손해는 보상해주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최 씨가 사망하자 상속재산 분할 협의를 통해 보험계약에 따른 화재보험금청구권을 단독상속한 자녀(유족)는 "이 사고는 아버지(최 씨)가 치매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일으킨 화재로서 일반인의 고의 또는 중과실에 의한 사고와 동일시할 수 없으므로 면책조항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KB손해보험에 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KB손해보험은 사고가 최 씨의 고의로 인해 발생한 화재로서 면책조항이 정한 보상하지 않는 손해에 해당하고 유족이 주장하는 최 씨의 정신질환에 따른 심신미약은 면책 예외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고, 이에 강력 반발한 유족은 KB손해보험을 상대로 화재로 인한 손해액 5,500여만원을 지급하라는 보험금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김 판사는 먼저 「피보험자인 최 씨가 2018년 3월 사고 주택에서 이불에 휴지를 올려놓고 성냥으로 불을 붙여 주택에 화재를 발생시켰고, 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면책조항에서 정한 보험금 지급 면책사유의 하나인 '피보험자의 고의'로 인한 손해에 해당한다」며 「이 사건의 쟁점은 사고가 최 씨의 정신질환 상태에서 발생한 것이어서 면책조항이 적용되지 않는지 여부」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최 씨는 추정적 임상에 따른 질병명 '알코올성 치매, 망상성 장애, (의증) 만기발병 알츠하이머병에서의 치매'로, 부인에 대한 망상으로 공격적 행동을 자주 보이고, 알코올성 치매로 인해 최근 일에 대한 기억력의 저하가 심해 일상생활의 장애가 자주 나타나는 상황이며 지속적인 약물 치료가 필요하고, 의사결정 능력이 일반인에 비해 상당히 불완전한 상태였다는 의학적 소견이 있으나, 한편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는 최 씨에 대한 정신병원 의무기록상 나타나는 방화 후 최 씨의 태도, 사고와 가까운 날짜의 최 씨에 대한 검사 결과 등을 토대로 최 씨가 사고 당시에 변별력이 전혀 없다고 보기 힘들다는 의학적 소견을 제시한 점, 최 씨에 대한 신경 심리 검사 결과 평가된 전반적 퇴화척도(GDS) 6단계는 ① 망상적 행동, ② 강박적 증상, ③ 불안증, 초조감, 과거에 없었던 난폭한 행동, ④ 인지적 인지 상실증의 행동 문제가 나타나고, 최 씨에게도 그런 행동 문제가 나타난 사정은 보이나, 최 씨가 주택에서 이불에 휴지를 모아 불을 붙이는 행위는 일반적으로 그런 정신 심리 상태에서 나타나는 행동 문제라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사고 당시 최 씨는 고의로 화재의 결과를 발생케 했고,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 사고로 인한 손해는 면책조항에서 정한 보험금 지급 면책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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