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험



Ⅰ. 총 설


1. 재보험의 의의


재보험(contract of reinsurance)은 어떤 보험자(원보험자)가 인수한 보험계약상의 책임의 전부 또는 일부를 다른 보험자(재보험자)에게 다시 인수시키는 보험계약을 말한다(상법 제661조). 재보험에 대하여 최초의 보험자인 원보험자와 보험계약자 사이에 체결된 보험을 원보험(원수보험) 또는 주보험이라고 부른다.


보험자는 원보험이 손해보험이든 인보험이든 불문하고 보험사고로 인하여 부담할 책임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하여 다른 보험자와 재보험을 체결할 수 있다.


2. 재보험의 효용


위험의 분산은 보험 경영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재보험에 의하여 원보험자는 보험계약에 의하여 인수한 위험을 양적·질적 및 장소적으로 다시 분산시킬 수 있어 유익하다. 즉 보험자로서는 단독으로 부담할 수 없는 거대한 위험을 인수하거나(양적 분산), 위험의 분산이 가능하므로 위험률이 높은 위험에 관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하거나(질적 분산), 또는 장소적으로 몰려 있는 많은 위험에 관하여 여러 개의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장소적 분산) 등에 재보험을 이용할 수 있다.1)


이와 같이 원보험자는 재보험에 의하여 위험을 분산시킴으로써 보험 경영의 합리화를 기하고, 보다 대규모적이고 조직적인 재보험자로부터 새로운 보험 기술과 정보를 제공받아 시대 발전에 적응하는 보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2) 


또한 재보험은 위험률이 높고 보험금액도 아주 큰 선박보험이나 화재보험 등에서 많이 이용되고 있지만, 위험 측정이 어려운 신종보험의 인수도 가능하게 함으로써 신종보험의 개발을 촉진시킬 수 있다.


3. 재보험의 법적 성질


재보험의 법적 성질에 관하여 재보험의 당사자는 위험의 분산과 이익의 분배를 공동 목적으로 하는 조합계약을 맺는 것으로 보는 견해(조합계약설)가 있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재보험이 위험의 분산이라는 보험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보험계약으로 보는 데(보험계약설)에 이견이 거의 없다.


재보험을 보험계약으로 보는 경우에도 다시, 원보험과 동종의 보험계약이라고 보는 원보험동종설과 원보험과는 별개의 독립된 보험계약으로서 책임보험의 일종이라고 보는 책임보험계약설 등으로 나뉘어 있다.


재보험은 원보험이 손해보험이든 인보험이든 관계없이 손해보험의 성질을 가지는 것이고 원보험자의 원보험에 의한 급여 책임을 메워주기 위한 보험이라는 점에서 책임보험계약설이 타당하다(통설).3) 


상법도 책임보험에 관한 규정을 재보험에 준용한다(상법 제726조)고 규정하여 책임보험계약설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 또한 재보험은 보험자 사이의 계약으로서 기업보험의 성질도 가지고 있으므로 상법 제663조의 보험계약자 등의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Ⅱ. 재보험의 종류


1. 개별적 재보험(임의적 재보험)과 포괄적 재보험(의무적 재보험)


이것은 재보험의 체결 방법에 의한 분류이다. 개별적 재보험은 원보험자가 인수한 개개의 위험에 대하여 개별적으로 재보험에 드는 것으로 특별재보험이라고도 한다. 다만 개별적 재보험은 원보험자가 인수한 위험에 대하여 개별적으로 재보험에 들어야 하는 점에서 그 절차가 번잡하여 잘 이용되지 않는다.4) 포괄적 재보험이란 원보험자가 일정한 기간 안에 인수한 모든 위험에 대하여 포괄적으로 재보험에 드는 것으로 일반재보험이라고도 한다. 이 재보험은 예정보험의 일종으로 실무에서 주로 이용되고 있는 재보험의 형태이다.


2. 전부재보험과 일부재보험


이것은 재보험자가 인수하는 원보험의 위험의 범위에 의한 분류이다. 전부재보험이란 원보험자가 인수한 위험의 전부를 재보험자가 인수하는 재보험을 말한다. 일부재보험은 원보험자가 인수한 위험의 일부를 재보험자가 인수하는 보험을 말한다. 일부재보험이 일반적인 재보험 체결 방식이다.


3. 비례적 재보험과 비비례적 재보험


비례적 재보험이란 원보험자가 인수한 위험에 대하여 재보험자가 일정 비율에 따라 인수하는 재보험을 말한다. 이 방식에 의하여 보험료 및 사고 발생 시 보험금은 원보험자와 재보험자 간에 일정 비율로 분담된다.


비례적 재보험은 다시 ① 원보험의 보험금액의 일정한 비율을 재보험에 드는 비례재보험, ② 원보험자의 보유분인 일정액을 초과하는 금액을 재보험에 드는 초과재보험, ③ 비례재보험과 초과재보험을 혼합하여 원보험의 보험금액의 일정 비율을 재보험에 들고 잔여 금액이 원보험자의 최고 보유액을 초과하는 경우 그 초과액도 재보험에 드는 비례초과재보험으로 분류된다.


비비례적(非比例的) 재보험이란 재보험자가 원보험과는 전혀 다른 조건으로 원보험에 따른 위험을 인수하는 재보험을 말한다. 이것에는 위험 인수 방법에 따라 초과손해재보험, 초과손해비율재보험 등이 있다.



Ⅲ. 재보험의 법률관계


1. 재보험자와 원보험자의 관계


가. 책임보험에 관한 규정의 준용


재보험은 책임보험의 일종으로, 책임보험에 관한 규정이 준용된다(상법 제726조). 다만 재보험은 기업보험의 성질을 가지고 있으므로 책임보험과는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


재보험자는 책임보험의 보험자로서 손해보상의무나 대위권 등의 권리·의무를 가지게 되고, 원보험자는 재보험료 지급의무, 고지의무, 통지의무, 손해방지의무 등 책임보험의 보험계약자 겸 피보험자로서의 권리·의무를 가지게 된다.


이 경우 재보험의 특성과 관련하여 재보험자의 손해보상의무의 발생 시기와 재보험자의 제3자에 대한 대위권 행사가 주로 문제된다.


(1) 재보험자의 손해보상의무의 발생 시기


재보험자의 손해보상의무의 발생 시기에 대하여, 원보험자가 현실적으로 보험금을 지급한 때라고 보는 원보험금지급시설이 있었으나, 원보험상의 보험사고가 발생하여 그 피보험자에게 보험금지급의무를 부담한 때라고 보는 원보험금지급의무발생시설이 통설5)이고 타당하다.


(2) 원보험자의 제3자에 대한 대위권 행사


손해가 제3자의 행위로 인하여 생긴 경우에 재보험자가 원보험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때는 재보험금의 한도에서 원보험자가 가지는 제3자에 대한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의 권리를 대위한다(상법 제682조). 따라서 재보험관계에서 재보험자가 원보험자에게 재보험금을 지급하면 원보험자가 취득한 제3자에 대한 권리는 지급한 재보험금의 한도에서 다시 재보험자에게 이전된다.


대위권의 행사에 있어서 원보험자와 재보험자 사이에 수탁 관계가 있어 재보험자는 이 대위권을 자신의 명의로 행사하지 않고 편의상 원보험자가 재보험자의 수탁자로서 이를 원보험자의 명의로 행사하여 회수한 금액을 재보험자에게 재보험금의 비율에 따라 교부하는 상관습이 있는데, 이는 유효하다.6) 


따라서 원보험자가 재보험자가 취득한 제3자에 대한 채권을 소멸시키고 주식 등의 변형물을 취득했다면, 이는 원보험자가 재보험자의 수탁자의 지위에서 재보험자가 취득한 제3자에 대한 채권을 행사한 것이므로, 재보험자의 보험자대위에 의한 권리는 원보험자가 제3자에 대한 권리행사의 결과로 취득한 변형물에 대하여도 미친다. 이러한 법리 및 상관습은 재재보험관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7)


나. 원보험과 재보험의 독립성


재보험은 법률상으로 원보험과는 구별되는 독립된 계약이므로, 재보험은 원보험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상법 제661조 후단). 따라서 원보험자는 원보험료의 지급이 없음을 이유로 재보험료의 지급을 거절할 수 없고, 또 재보험자의 재보험금의 지급 불이행을 이유로 보험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없다.8) 마찬가지로 재보험자도 재보험료의 지급이 없다고 하더라도 원보험계약자에 대하여 보험료 지급을 청구할 수 없다.


다. 운명추종의 원칙


현행의 거의 모든 재보험약관에는 재보험관계에서 재보험자는 원보험자의 운명과 처리에 따른다거나 또는 재보험자는 원보험자가 보상하는 대로 보상한다는 이른바 운명추종조항(Follow the Fortune Clause)을 두고 있다. 다만 약관에 이러한 운명추종조항이 없는 경우에도 재보험자는 원보험자의 운명에 따른다는 운명추종의 원칙은 재보험에 있어서 하나의 원칙으로 자리 잡고 있다.


운명추종의 원칙은 원보험상의 모든 손실을 보상한다는 것은 아니다. 원보험자가 그 재보험에 의하여 담보되는 범위 이내의 원보험상의 손실을 선의로(good faith) 보상할 때는 그 손실에 대한 더 이상의 조사 없이 재보험자는 이에 대하여 보상할 책임이 있다는 의미이다.9)


원보험상의 보험사고가 재보험상의 담보 범위 이내의 것이라는 사실은 원보험자가 입증해야 하나, 원보험자가 선의로 보험 처리를 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입증책임은 재보험자가 진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왜냐하면 선의의 입증책임을 원보험자에게 부담시키는 경우에는 재보험자에 의한 보험금 지급 거절이 자주 생길 수 있으므로, 재보험자에 의한 무익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방지하기 위하여 삽입한 운명추정조항의 본래의 목적에 반하게 되기 때문이다.10)


2. 재보험자와 원보험의 피보험자 또는 보험계약자와의 관계


가. 재보험자와 원보험의 피보험자와의 관계


재보험에는 책임보험에 관한 규정이 준용되고(상법 제726조), 책임보험에서 피해자는 보험자에게 보험금을 직접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인정된다. 그리하여 학설 중에는 원보험의 보험금청구권자는 원보험자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에는 재보험자에게 보험금을 직접 청구할 수 있다는 견해11)가 있다. 그러나 재보험은 보험자 사이의 위험의 합리적인 분산을 위하여 이용되는 기업보험으로서의 성질을 가지고 있으므로 피해자 보호 기능을 전제로 한 책임보험의 피해자의 보험자에 대한 직접청구권에 관한 상법 제724조 제2항을 그대로 준용할 수는 없다.12) 


실제의  보험관계에 있어서도 원보험의 피보험자가 외국의 재보험자에게 우리 상법에 따라 직접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다만 원보험의 피보험자는 원보험자의 재보험자에 관한 청구권에 대하여 압류(가압류 포함) 및 추심명령 또는 전부명령을 받는 등의 방법으로 보험금의 지급을 요구할 수 있다.


재보험약관에 원보험의 피보험자가 재보험자를 상대로 직접 보험금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는 경우에는 직접청구권이 인정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약관조항에 따라 원보험의 피보험자가 재보험자에게 직접 보험금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재보험자는 원보험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항변(예컨대, 원보험자의 재보험료 부지급 등)으로써 원보험자의 피보험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


나. 재보험자와 원보험의 보험계약자와의 관계


재보험자와 원보험의 보험계약자 간에도 직접적인 법률관계가 없으므로, 재보험자는 원보험의 보험계약자에게 재보험료의 지급을 청구할 수 없다. 그리하여 원보험의 보험계약자는 재보험자에 대하여 직접 재보험료를 지급할 의무는 없다.


그러나 원보험의 보험계약자가 원보험료를 지급하지 않음으로 인하여 원보험자가 재보험료를 지급하지 않으면, 재보험자는 민법의 채권자대위에 관한 규정(민법 제404조)에 의하여 원보험자의 보험료 청구권을 대위행사할 수 있다(통설).



보험법 저자🔹임용수 변호사 


1) 동지: 정희철, 461면; 양승규, 386-387면; 정찬형, 685면.
2) 동지: 양승규, 387면; 이기수, 263면; 정찬형, 686면.
3) 동지: 양승규, 388면; 최기원, 459면; 김성태, 719면; 정찬형, 686면.
4) 동지: 양승규, 390면.
5) 동지: 양승규, 391면; 정찬형, 688면; 강․임, 664면; 최기원, 460면; 김성태, 724면; 손주찬, 655-656면.
6) 동지: 양승규, 257-259면; 김성태, 726면; 강·임, 665면.
7) 동지: 대법원 2015. 6. 11. 선고 2012다10396 판결. 이 판결은 「재보험자가 보험자대위에 의하여 취득한 제3자에 대한 권리의 행사는 재보험자가 이를 직접 하지 않고 원보험자가 재보험자의 수탁자의 지위에서 자기 명의로 권리를 행사하여 그로써 회수한 금액을 재보험자에게 재보험금의 비율에 따라 교부하는 방식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것이 상관습이다. 따라서 재보험자가 원보험자에게 재보험금을 지급함으로써 보험자대위에 의하여 원보험자가 제3자에 대하여 가지는 권리를 취득한 경우에 원보험자가 제3자와 기업 개선 약정을 체결하여 제3자가 원보험자에게 주식을 발행하여 주고 원보험자의 신주인수대금 채무와 제3자의 채무를 같은 금액만큼 소멸시키기로 하는 내용의 상계계약 방식에 의하여 출자전환을 함으로써 재보험자가 취득한 제3자에 대한 채권을 소멸시키고 출자전환주식을 취득했다면, 이는 원보험자가 재보험자의 수탁자의 지위에서 재보험자가 취득한 제3자에 대한 권리를 행사한 것이라 할 것이므로, 재보험자의 보험자대위에 의한 권리는 원보험자가 제3자에 대한 권리행사의 결과로 취득한 출자전환주식에 대해서도 미친다」고 판시하고 있다.
8) 동지: 양승규, 392면; 정찬형, 689면; 이기수, 267면.
9) 동지: 장덕조, 보험법쟁점 연구Ⅰ, "운명추종원칙의 법적 고찰" 200면.
10) 동지: 장덕조, 전게서, 227면.
11) 정찬형, 689면.
12) 동지: 양승규, 393면; 김성태, 725면. 김성태 교수는 「재보험의 독립성 및 재보험의 목적이 원보험자의 위험 분산 또는 지급 능력 유지라고 하는 원보험자의 필요에 따른 것이라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책임보험 피해자의 직접청구권 규정은 이를 허용하는 별도의 약정이 없는 한, 재보험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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