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생명보험



1. 의의

타인의 생명보험이란 보험계약자가 자기 이외의 제3자(타인)를 피보험자로 정하고 체결하는 생명보험이다. 예를 들어 아내가 남편을 피보험자로 하여 체결한 생명보험을 말한다. 보험사고의 종류에 따라 다시 타인의 생존을 보험사고로 하는 타인의 생존보험,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타인의 사망보험, 타인의 생존과 사망을 모두 보험사고로 하는 타인의 생사혼합보험으로 나뉜다. 이에 대하여 보험계약자 자신을 피보험자로 정한 경우를 자기의 생명보험이라고 한다.

아내가 남편의 동의를 얻어 남편을 보험계약자 및 피보험자로 하여 체결한 생명보험은 타인의 생명보험이 아니다.22) 반면에 아내가 남편의 동의 없이 남편을 보험계약자 및 피보험자로 하여 체결한 생명보험은 타인의 생명보험으로 취급된다.23) 


2. 제한

생명보험이 체결되는 현실을 보면, 보험설계사의 권유를 받은 보험계약자가 자신이 아닌 배우자나 가족 등 타인을 피보험자로 하여 계약을 체결하면서 피보험자의 동의를 받지 않음은 물론 피보험자로 된 사람에게 보험계약 사실을 알리지 않아 피보험자는 자신의 생명을 목적으로 한 보험계약이 체결된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타인의 생명보험, 특히 타인의 사망보험을 무제한적으로 허용한다면 보험이 도박의 목적에 이용되거나 피보험자가 살해될 위험성이 있다. 따라서 세계 각국은 타인의 생명보험 체결에 일정한 제한을 가하고 있다. 그 입법례로는 피보험자인 타인의 생사에 관하여 어떠한 이익을 가지는 자만이 보험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하는 이익주의(미국, 영국, 벨기에 등), 타인의 사망보험 체결에 피보험자인 타인의 동의를 요구하는 동의주의(독일, 프랑스, 스위스 등), 피보험자의 상속인 기타 일정한 범위 내의 친족으로 보험수익자를 제한되는 친족주의 (일본 구상법 제320조) 등이 있다. 우리 상법은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는 피보험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상법 제731조 제1항), 동의주의를 취하고 있다.


3. 피보험자의 동의

가. 동의의 법적 성질

타인의 생명보험에서 피보험자의 동의는 피보험자 자신을 보험의 목적으로 하는 보험계약의 체결에 대하여 이의가 없다는 의사표시로서 그 법적 성질은 준법률행위(의사의 통지)이다. 

피보험자의 동의에 관한 상법규정은 강행규정이므로 당사자 사이의 특약에 의하여 이를 배제하지 못한다.24) 즉 동의의 배제 특약은 무효이다. 피보험자의 동의는 보험계약의 성립요건이 아니라 동의가 있을 때까지 보험계약의 효력이 생기지 않는 효력발생요건이다. 따라서 피보험자의 동의가 없는 타인의 생명보험은 절대적 무효이다.25) 

나. 피보험자의 동의를 요하는 경우

타인의 생명보험에서 피보험자의 동의가 필요한 경우는 다음과 같다.

(1) 타인의 사망보험

보험계약자가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할 경우에는 그 타인(피보험자)의 서면(전자서명법 제2조 제2호에 따른 전자서명 또는 제2조 제3호에 따른 공인전자서명이 있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본인 확인 및 위조·변조 방지에 대한 신뢰성을 갖춘 전자문서를 포함한다)에 의한 동의를 얻어야 한다(상법 제731조 제1항). 

여기서 상법 제731조 제1항에 따른 '본인 확인 및 위조·변조 방지에 대한 신뢰성을 갖춘 전자문서'란 ① 전자문서에 보험금 지급 사유, 보험금액, 보험계약자와 보험수익자의 신원, 보험기간이 적혀 있을 것, ② 전자문서에 전자서명을 하기 전에 전자서명을 할 사람을 직접 만나서 전자서명을 하는 사람이 보험계약에 동의하는 본인임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 작성될 것, ③ 전자문서에 전자서명을 한 후에 그 전자서명을 한 사람이 보험계약에 동의한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도록 지문정보를 이용하는 등 법무부장관이 고시하는 요건을 갖추어 작성할 것, ④ 전자문서 및 전자서명의 위조·변조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는 네 가지 요건을 모두 갖춘 전자문서를 말한다(상법 시행령 제44조의2).

상법 제731조 제1항에서 규정하는 타인의 생명보험(사망보험)에는 제3자가 타인의 동의 없이 타인을 보험계약자 및 피보험자로 하여 체결한 생명보험도 포함된다.26)  

순수한 타인의 사망보험은 물론이고, 생사혼합보험인 경우도 마찬가지로 피보험자의 서면동의가 필요하다. 일정한 연령까지의 피보험자의 생존을 보험사고로 하는 순수한 타인의 생존보험을 체결하는 경우에는 피보험자의 서면동의를 요하지 않는다.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는 보험계약 체결 시에 그 타인의 서면에 의한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상법 제731조 제1항의 규정은 도박보험의 위험성과 피보험자 살해의 위험성 외에도 피해자의 동의를 얻지 않고 타인의 사망을 이른바 사행계약상의 조건으로 삼는 데서 오는 공서양속 침해의 위험을 배제하고, 그 동의의 시기와 방식을 명확히 함으로써 분쟁의 소지를 없애려는 데 그 취지가 있다.27) 따라서 상법 제731조 제1항을 위반하여 피보험자의 서면 동의 없이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한 자 스스로가 무효를 주장함이 신의성실의 원칙 또는 금반언의 원칙에 위배되는 권리행사라는 이유로 이를 배척한다면, 그와 같은 입법취지를 완전히 몰각시키는 결과가 초래되므로 특단의 사정이 없는 그러한 주장이 신의성실 또는 금반언의 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단체가 규약에 따라 구성원의 전부 또는 일부를 피보험자로 하는 생명보험을 체결하는 경우에는 피보험자의 개별적 서면동의를 요하지 않는다(상법 제735조의3 제1항). 이러한 예외를 둔 것은 단체보험은 일정한 규약에 따라 단체 구성원의 이익을 위하여 체결되므로 도박이나 투기의 위험이 적다고 보기 때문이다.

타인이 피보험자 겸 보험수익자의 지위에 있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타인이 원하지 않을 수도 있으므로 반드시 그의 동의가 필요하다. 피보험자가 사망하면 그 상속인이 보험수익자가 되기 때문에 처음부터 피보험자와 보험수익자가 동일인이 아닌 경우와 마찬가지로 불법 목적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2) 보험계약으로 생긴 권리의 양도

피보험자의 동의를 얻어 성립된 보험계약상의 권리, 즉 보험수익자의 권리(보험금청구권)를 보험사고 발생 전에 피보험자가 아닌 제3자에게 양도하는 경우에도 피보험자의 서면동의를 얻어야 한다(상법 제731조 제2항). 이 경우에도 도박보험의 위험성과 피보험자 살해의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고 발생 전에 보험금청구권을 양도하는 때만 피보험자의 동의가 필요하며, 보험사고가 발생한 후에는 동의할 수 없다. 

(3) 보험수익자의 지정 또는 변경

타인의 생명보험을 체결한 후 보험계약자가 보험수익자를 새로이 지정 또는 변경하는 경우 피보험자의 서면동의를 얻어야 한다(상법 제734조 제2항). 단체보험에서 보험계약자가 피보험자 또는 그 상속인이 아닌 자를 보험수익자로 지정할 경우(단체의 규약에서 명시적으로 정하는 경우는 제외)에도 피보험자의 서면동의가 필요하다(상법 제735조의3 제3항). 피보험자의 서면동의가 없는 보험수익자 지정 또는 변경의 의사표시는 무효이다.28) 보험수익자 지정의 의사표시나 변경의 의사표시가 무효이면 보험수익자 지정 또는 변경행위만 무효가 된다. 특히 지정행위가 무효로 되면 피보험자의 사망이라는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 피보험자의 상속인이 보험수익자가 된다(상법 제733조 제4항 참조). 이 경우 피보험자를 보험수익자로 지정 또는 변경하는 경우에는 피보험자의 동의가 필요 없다.29) 


4. 피보험자의 동의의 방식·상대방·시기·철회

가. 동의의 방식

피보험자의 동의는 상대방 있는 일방적 의사표시로서 서면으로 해야 한다(상법 제731조 제1항).30) 실제의 계약 체결 과정에서는 보험청약서에 동의를 표시하는 것이 보통이나, 청약서로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동의를 표시하는 서면에는 보험청약서뿐 아니라 별도의 인증서 등의 서면도 포함된다. 

1991년 개정 전의 구 상법은 '피보험자의 동의'를 요구했을 뿐 그 방식은 정하지 않았으므로, 구두의 동의나 묵시적 동의도 이론적으로는 가능했다. 그러나 현행 상법은 나중에 동의 유무에 관한 분쟁을 방지하기 위하여 서면 방식을 입법으로 강제하고 있으므로 구두의 동의나 묵시적인 동의는 효력이 없다.31)  

그 동의는 명시적이고 명확한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피보험자의 동의는 자신이 행하는 동의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상황하에서 각 보험계약에 대하여 개별적으로 해야 한다. 장래에 체결될 모든 사망보험에 대하여 동의하는 포괄적 동의는 인정되지 않으며, 묵시적·추정적 동의도 인정되지 않는다.32) 

피보험자의 동의의 대리 또는 대행이 가능한지에 관해서는 견해가 대립되고 있다. 동의를 위한 대리권이 명백하게 수권된 경우에는 동의의 대리가 허용되고, 이 경우에 대리권의 수여를 위하여 서면 방식을 요하지 않는다고 보는 견해,33) 단순한 서면동의서의 작성 대행은 가능하겠으나, 대리인의 판단에 전적으로 위임하는 것은 입법취지에 비추어 허용되지 않는다는 견해,34) 동의의 법적 성질이 준법률행위이므로 당연히 이에 대한 대리나 대행이 가능하다고 보는 견해,35) 피보험자가 자신의 동의를 보험계약자나 보험수익자에게 위임하는 것은 동의의 위임이 도덕적 위험의 방지와 상충되는 것이기 때문에 허용되지 않으나, 피보험자 스스로 동의를 결정하고 서면상의 의사표시의 대행을 보험계약자나 보험수익자가 아닌 제3자에게 부탁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보는 견해36) 등이 있다.

그러나 동의의 시기뿐 아니라 그 「방식」을 명확히 함으로써 분쟁의 소지를 없애려는 상법 제731조 제1항의 입법취지에 비추어 보면 피보험자의 서면동의의 대리 또는 대행은 가능하나 서면 방식은 입법으로 강제된 것이고 동의는 명확한 것이어야 하므로37) 피보험자의 자필서명이 없으면 적어도 서면에 의한 위임은 있어야 한다고 본다. 

대법원 판결 중에 피보험자인 타인으로부터 특정한 보험계약에 대하여 서면동의를 할 권한을 구체적, 개별적으로 수여받았음이 분명한 자가 그 권한 범위 내에서 그 타인을 대리 또는 대행하여 서면동의를 한 경우 그 타인의 서면동의는 적법한 대리인에 의하여 유효하게 이루어진 것이라는 사례가 보인다.38) 이 판결은 글을 읽고 쓸 줄 모르는 시어머니를 대행하여 며느리가 보험계약을 체결했다는 사정만으로 특별한 이유 설명도 없이 피보험자의 서면동의 대행이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이 판결은 보험 실무상 정형화된 양식의 보험청약서가 이용되고 모든 보험청약서상에는 피보험자의 자필서명이 없는 경우 보험계약자나 보험모집인 등에 의하여 피보험자의 기명날인 또는 서명이 대행된다는 사실을 간과한 판결로서 그 결론에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 판결은 피보험자의 동의를 피보험자의 서면동의로 개정하여 서면 방식을 강제한 상법 제731조 제1항의 입법취지에 명백히 반하는 것이다.  

15세 이상의 미성년자를 피보험자로 하는 사망보험에서는, 동의의 의사표시는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얻어 미성년자 스스로 행해야 하고, 법정대리인이 이를 대리할 수는 없다.39) 따라서 이 경우도 미성년자인 피보험자의 서면동의가 있어야 하고, 피보험자란에 법정대리인의 서명·날인만 있는 경우 그 보험계약은 무효이다.40) 특히 「법정대리인이 보험수익자나 보험계약자인 경우에는 미성년자와 이익이 상충되므로 법원이 선임한 법정대리인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견해41)가 많은 학자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 도덕적 위험을 방지하여 미성년자의 권익을 보호하고자 하는 측면에서 볼 때 타당한 견해라고 본다. 

나. 동의의 상대방

동의의 상대방에 관하여는 동의 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보험자에게 해야 한다는 견해42)가 있다. 그러나 상법 규정상 아무런 제한 규정이 없으므로 보험계약 당사자의 어느 쪽에 하든 상관이 없다고 본다.43) 다만 동의의 상대방이 보험자가 아닌 경우에는 보험계약자는 보험계약 체결 시까지 피보험자의 명확한 서면동의가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할 부담을 지는 불이익이 따른다. 동의는 보험자 또는 보험계약자에게 도달하면 그 효력이 있다. 

다. 동의의 시기

동의의 시기와 관련하여, 피보험자의 동의의 법적 성질은 보험계약의 효력발생요건이므로 계약 체결 시에 이를 얻지 못해도 보험계약은 상법 제638조의 2의 규정에 의하여 성립하고 다만 서면동의를 얻어야 그 효력이 발생한다고 보는 견해44)가 있다. 

그러나 상법이 보험계약 체결 시에 피보험자의 서면에 의한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상법 제731조 제1항), 이 규정은 강행규정이므로 피보험자가 서면으로 동의의 의사표시를 해야 하는 시점은 계약체결 시까지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판례 역시 같은 입장이다.45) 따라서 타인의 생명보험을 체결하는 경우에 피보험자의 동의는 보험계약의 성립 전 또는 성립 시까지 이루어져야 하고, 보험계약으로 생긴 권리의 양도와 보험수익자의 지정·변경의 경우에도 그 행위가 있을 때까지 피보험자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피보험자의 동의를 요건으로 하는 상법 제731조의 규정은 강행규정이므로, 보험계약 체결 후에 이루어진 피보험자의 동의는 무효이다. 또한 피보험자가 이미 무효로 된 보험계약을 추인했다고 하더라도 그 보험계약이 유효로 될 수 없다.46) 

라. 동의의 철회

피보험자의 동의는 보험계약의 성립 전에는 언제든지 철회할 수 있으나, 일단 서면동의를 하여 보험계약의 효력이 발생한 이후에는 임의로 철회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피보험자의 동의 철회에 관하여 보험약관에 아무런 규정이 없고 계약당사자 간에 별도의 합의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피보험자가 서면동의를 할 때 기초로 한 사정에 중대한 변경이 있는 경우에는 보험계약자 또는 보험수익자의 동의나 승낙 여부에 관계없이 피보험자는 그 동의를 철회할 수 있다.47) 동의 자체에 하자가 있는 때는 법률행위에 관한 민법의 일반원칙에 의하여 그 동의의 무효 또는 취소를 주장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48) 


5. 피보험자의 동의와 능력

피보험자는 자신이 행하는 동의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상황에서 각 보험계약에 대하여 개별적으로 해야 한다. 상법상 15세 미만자, 심신상실자 또는 심신박약자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은 무효이다(상법 제732조). 따라서 이들이 동의하여 보험계약이 체결되었다 하더라도 그 보험계약은 무효이다. 이것은 판단능력이 온전하지 못한 자들을 사망보험의 악용으로 인한 도덕적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다만 심신박약자가 보험계약을 체결하거나 소속 단체의 규약에 따른 단체보험의 피보험자가 될 때 의사능력이 있는 경우에는 사망보험의 피보험자가 될 수 있다(상법 제732조 단서). 

또한 15세 이상의 미성년자도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얻어 유효하게 자기의 사망보험을 체결할 수 있다(민법 제5조 제1항 본문). 다만 법정대리인이 보험수익자 또는 보험계약자인 경우에는 미성년자와 이익이 상반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법원이 선임한 특별대리인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민법 제921조 제1항).


6. 서면동의 요건의 흠결과 보험료 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

타인의 생명보험 체결 시에 피보험자의 서면동의 요건의 흠결로 무효인 보험계약에 따라 보험계약자가 납입한 보험료는 법률상 원인이 없는 것이다. 따라서 보험계약자는 보험자에 대하여 이미 납입한 보험료에 대한 반환청구권을 가진다(상법 제648조). 

상법은 보험료 반환청구권의 시효기간을 3년의 단기로 규정하고 있을 뿐(상법 제662조), 그 소멸시효의 기산점에 관해서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이처럼 소멸시효의 기산점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이 없는 경우, 소멸시효는 민법 제166조 제1항에 따라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부터 진행한다. 

보험료 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기간을 3년의 단기로 정하고 있어 소멸시효의 기산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보험계약자가 반환받을 수 있는 금액이 달라지므로, 그 소멸시효의 기산점을 어디에 둘 것인지가 문제된다. 이에 관하여 마지막 보험료 납입일을 소멸시효의 기산점으로 보는 견해49)와 각 보험료 납입일을 소멸시효의 기산점으로 보는 견해50)의 대립이 있다. 

마지막 보험료 납입일을 소멸시효의 기산점으로 보는 견해는 보험계약자의 보호를 우선시하여 보험계약자가 마지막 보험료를 납입한 때 비로소 동일한 보험계약에 의하여 납입한 보험료 전체에 대한 반환청구권이 발생하여 그 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는 견해이다. 보험계약의 무효로 인한 보험료 반환청구권은 매달 보험료를 납입할 때마다 개별적으로 발생하는 권리가 아니라 무효가 된 보험계약에 의하여 납입한 보험료 반환청구권이 전체로서 하나의 청구권이라는 관념에 그 이론적 근거를 두고 있다. 이 견해는 각 보험료 납입일을 소멸시효 기산점으로 보게 되면, 보험계약 체결일로부터 3년이 경과하여 납입한 보험료의 반환청구권의 시효소멸이 시작되어 반환받을 수 없게 됨에도 보험계약이 무효인 사실을 모르고 계속 보험료를 납입한 보험계약자를 보호할 수 없게 된다고 한다. 

그러나 서면동의 요건의 흠결로 무효인 보험계약에 따라 납입한 보험료는 처음부터 법률상 원인 없이 납입한 것인데 서로 다른 시기에 납입한 보험료에 대한 반환청구권이 전체로서 하나의 청구권으로 성립한다고 볼 아무런 근거가 없다. 보험료 반환청구권은 객관적으로 보험료 반환청구권이 발생하고 그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시점으로부터 진행한다고 보는 것이 민법의 일반 법리에 부합된다. 또한 보험계약자가 사실상 권리의 존재나 권리 행사 가능성을 알지 못했고 알지 못함에 과실이 없다고 해도 그러한 사유는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법률상 장해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51) 따라서 상법 제731조 제1항을 위반하여 무효인 보험계약에 따라 납입한 보험료에 대한 반환청구권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각 보험료를 납입한 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보는 견해(각 보험료 납입일을 소멸시효의 기산점으로 보는 견해)가 타당하다.


7. 단체보험

(단체보험에 관하여는 차회에 다루기로 한다.


보험법 저자🔹임용수 변호사 


22) 동지: 박세민, 869면. 
23) 동지: 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9다74007 판결. 이 판결은 「상법 제731조 제1항은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 있어서 도박보험의 위험성과 피보험자 살해의 위험성 및 선량한 풍속 침해의 위험성을 배제하기 위하여 마련된 강행규정인바, 제3자가 타인의 동의를 받지 않고 타인을 보험계약자 및 피보험자로 하여 체결한 생명보험은 보험계약자 명의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타인의 생명보험에 해당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24) 동지: 양승규, 453면; 최기원, 615면; 김성태, 838면; 정찬형, 732-733면; 강·임, 696면. 
25) 대법원 1992. 11. 24. 선고 91다47109 판결은 「피보험자의 동의가 없는 타인의 생명보험은 무효이고, 보험계약이 피보험자에게 지급할 퇴직금의 적립을 위하여 체결된 것이라 하여 사정이 달라지지 아니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26) 동지: 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9다74007 판결. 
27) 동지: 대법원 1996. 11. 22. 선고 96다37084 판결; 대법원 2003. 7. 22. 선고 2003다24451 판결; 대법원 2004. 4. 23. 선고 2003다62125 판결. 
28) 가령 지정신청서나 변경신청서가 의사무능력 상태에 있던 피보험자에 의하여 작성된 것이거나 피보험자의 의사에 의하여 작성되지 않은 것이면 피보험자의 서면동의가 없는 경우이다. 
29) 동지: 박세민, 873면. 
30)  김성태, 보험법강론, 839-840면은 입법론상으로는 동의서면에 보험금액도 표시하여 피보험자가 이를 알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31) 양승규·장덕조, 보험법의 쟁점, 2000,(다음 면부터 '양·장'이라고 한다), 475면.
32) 동지: 대법원 2003. 7. 22. 선고 2003다24451 판결; 대법원 2006. 4. 27. 선고 2003다60259 판결. 
33) 최기원, 보험법, 616면. 
34) 김성태, 보험법강론, 840면. 
35) 이 견해는 동의만을 요구했을 뿐 서면 방식을 정하지 않았던 1991년 개정 전의 구 상법에는 타당한 이론일 수 있다. 그러나 청약서의 피보험자동의란에 누구에 의해서든 기명날인 또는 서명이 있어야만 보험자의 승낙이 이루어지는 것이 보험거래의 실정인데, 이 견해에 의하면 상법 개정 전의 '피보험자의 동의'와 개정후의 '피보험자의 서면동의' 사이에 실질적으로 방식의 차이가 없게 되므로, 나중의 분쟁 방지를 위해 서면 방식을 입법으로 강제한 현행 상법의 입법취지에 반하게 된다.
또한 타인의 생명보험에서 보험청약서는 계약자 명의의 문서이므로 계약자가 권한 없이 피보험자를 대리 또는 대행하여 서면동의를 한 경우에도 사문서위조 및 동행사 등의 죄가 성립되지 않아 피보험자의 서면동의 없는 계약을 억지하는데 한계가 있고, 계약자도 권한 없이 보험청약서상에 피보험자의 서명을 대행하는 것에 대해서는 범죄의식이 미약하고 처벌된다고 느끼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서면에 의한 위임을 요구하면 수권 없는 위임장 작성에 대해서는 사문서위조 및 동행사 등의 죄로 처벌될 수 있으므로 피보험자의 서면동의 없는 계약을 억지할 수 있는 실제적인 효과가 있고 또 상법 제731조 제1항의 입법취지에도 부합된다고 본다. 
36) 양·장, 475면. 
37) 동지: 대법원 1996. 11. 22. 선고 96다37084 판결. 이 판결은 보험계약자가 피보험자의 동의를 얻어 보험계약을 체결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보험청약서가 작성된 경위와 그 기재내용에 비춰볼 때 피보험자의 동의 여부가 명확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보험계약자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판결의 조처가 옳다고 판시하였다. 
38) 대법원 2006. 12. 21. 선고 2006다69141 판결. 
39) 동지: 양·장, 475면; 김성태, 840면. 
40) 동지: 서울고등법원 2016. 1. 22. 선고 2015나2159 판결.
41) 양·장, 475면. 
42) 김성태, 839면. 
43) 동지: 최기원, 616면. 
44) 정찬형, 733면; 정희철, 480면; 손주찬, 691면. 
45) 대법원 1996. 11. 22. 선고 96다37084 판결. 예컨대, 피보험자가 자신의 동의를 제3자에게 위임하는 경우 별도의 인증서 등의 서면으로 위임의 의사표시를 하여야 하는 시점도 보험계약 체결 시까지이다. 
46) 동지: 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9다74007 판결, 대법원 2015. 10. 15. 선고 2014다204178 판결. 
47) 동지: 대법원 2013. 11. 14. 선고 2011다101520 판결. 이 판결은, 갑 주식회사가 임직원으로 재직하던 을 등이 재직 중 보험사고를 당할 경우 유가족에게 지급할 위로금 등을 마련하기 위하여 을 등을 피보험자로 한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을 등이 보험계약 체결에 동의한 사안에서, 을 등이 갑 회사에 계속 재직한다는 점은 보험계약에 대한 동의의 전제가 되는 사정이므로 을 등이 갑 회사에서 퇴직함으로써 보험계약의 전제가 되는 사정에 중대한 변경이 생긴 이상 을 등은 보험계약에 대한 동의를 철회할 수 있다고 본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이다. 
48) 동지: 양승규, 455면; 정찬형, 733-734면. 
49) 광주지방법원 2009. 8. 26. 선고 2008나12046 판결, 청주지방법원 2010. 10. 8. 선고 2009나6722 판결. 
50) 동지: 서울북부지방법원 2006. 4. 21. 선고 2006가합1224, 1234 판결, 서울고등법원 2007. 1. 18. 선고 2006나50835, 50842 판결, 인천지방법원 2007. 5.18. 선고 2006나13353 판결, 대법원 2011. 3. 24. 선고 2010다92612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4. 12. 17. 선고 2014나16462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5. 1. 16. 선고 2014가합512836, 565694 판결. 
51) 동지: 대법원 1992. 3. 31. 선고 91다32053 전원합의체 판결; 광주고등법원 2009. 10. 9. 선고 2008나7566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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