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계약자와 피보험자의 손해방지 및 경감의무



1. 의의

손해방지와 경감의무76)란 손해보험에 있어서 보험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보험계약자와 피보험자가 손해의 방지와 경감을 위하여 노력해야 할 의무를 말한다(상법 제680조). 손해방지·경감을 위하여 필요 또는 유익했던 비용과 보상액이 보험금액을 초과한 경우라도 보험자는 이를 부담한다. 즉 담보 위험에 기인하는 손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면  보험자는 이를 전부 보상해야 한다.


2. 이론적 근거


보험계약자·피보험자의 손해방지의무의 이론적 근거에 관하여, 학설은 크게 신의칙설
77)과 보험사고우연성설78)로 나뉘어 대립하고 있다. 
생각건대, 이 의무는 보험자에 대한 신의성실의 원칙과 계약의 선의성에 기초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손해의 방지를 위하여 노력하지 않아 손해를 확장함으로써 보험자에게 과다한 보험금 지출을 하게 하는 것은 보험단체 구성원에게 불이익이 되고 나아가 국민경제상으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3. 법적 성질

손해방지의무는 계약당사자인 보험계약자뿐만 아니라 손해방지 및 경감과 직접 관계가 있는 피보험자도 부담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간접의무라고 볼 수는 없다. 보험계약의 사행성에 비추어 보험의 목적에 대한 관리자이며 보험계약상의 이익을 받는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에게 형평의 견지에서 법이 특별히 인정한 의무(법적 의무)라고 할 수 있다(통설).79)

이 의무를 위반한 경우 보험자는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의무 위반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손해를 보험금에서 공제할 수 있다.



4. 의무자


앞서 본 바와 같이 손해방지의무를 지는 자는 보험계약자와 피보험자이다(상법 제680조 제1항 본문). 또한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의 대리인, 예컨대 지배인이나 선장과 같은 포괄적 대리권을 가진 자도 이 의무를 진다.
80) 손해방지의무자가 여러 명인 경우에는 각자 이 의무를 진다. 손해방지의무자가 이 의무를 위반했으나 다른 관계자가 대신 이행한 때는 이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본다.81)


5. 의무의 내용


가. 의무의 개시 시기·종기


상법 제680조 제1항은 손해의 방지와 경감을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손해방지의무의 시기(始期)에 대해서는 정하지 않고 있다. 
이에 관하여 손해방지의무의 개시 시기(開始時期)는 보험사고의 발생 전에 보험사고의 발생을 피할 수 있는 때 또는 보험사고의 발생이 임박한 때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견해82)가 있다. 그러나 손해방지의무는 보험사고의 발생을 전제로 손해 확대의 방지를 위한 것이므로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부터 부담한다.83) 그러므로 보험사고의 발생을 미리 방지하는 것은 이 의무의 내용에 포함되지 않는다. 다만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는 보험사고가 발생한 것과 동일하게 볼 수 있는 경우에 피보험자의 법률상 책임 여부가 판명되지 않은 상태를 포함한다.84) 의무자가 보험사고의 발생을 알지 못한 때는 이 의무의 이행 자체가 불가능하므로 사고 발생 사실을 안 때부터 이 의무를 부담한다.

손해방지의무의 종기(終期)는 더 이상 손해방지 및 경감의 가능성이 존재하지 않는 때
85) 또는 보험자가 직접 손해방지 및 경감의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때이다.

나. 의무의 내용


(1) 손해의 방지·경감의 노력


의무자는 손해의 방지와 경감을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상법 제680조 제1항 본문). 보험자가 보상하게 될 손해의 발생이나 확대를 방지하거나 손해를 경감할 목적으로 하는 행위이므로, 예컨대 보험자가 전손(全損)만을 담보하는 보험계약에 있어서 분손(分損)의 위험만 있는 경우에는 보험계약자와 피보험자의 상법상 손해방지의무는 발생하지 않는다.
86)

이 의무의 내용에는 손해를 직접적으로 방지·경감하는 행위는 물론이고 간접적으로 방지·경감하는 행위도 포함된다. 그러나 그 손해는 피보험이익의 구체적인 침해의 결과로서 생기는 손해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보험자의 대위권 또는 구상권과 같이 보험자가 손해보상 후에 취득하게 되는 이익을 상실하게 됨으로써 결과적으로 보험자에게 부담되는 손해까지도 포함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87)

손해보험에서 피보험자가 손해의 확대를 방지하기 위하여 지출한 필요 또는 유익한 비용을 보험자가 부담하게 되어 있는 경우, 이는 원칙적으로 보험사고의 발생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보험자가 보상책임을 지지 않는 사고에 대해서는 이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로 인한 보험자의 비용 부담 등의 문제도 발생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사고 발생 시 피보험자의 법률상 책임 여부가 판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피보험자가 손해 확대 방지를 위한 긴급한 행위를 한 경우에는 이로 인하여 발생한 필요·유익한 비용도 손해 확대 방지를 위한 비용으로서 보험자가 부담해야 한다.88)

보험계약자와 피보험자는 손해의 방지와 경감을 행위의 목적으로 하면 되는 것이므로 반드시 보험자를 위하여 하는 행위임을 인식할 필요는 없다.


(2) 노력의 정도


손해방지 및 경감을 위한 노력의 방법과 정도의 경우 이를 일률적으로 정할 수는 없다.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는 보험계약이 체결된 경우는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경우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신의칙에 따라 자기의 이익에 대하여 손해방지와 경감을 위하여 기울이는 것과 같은 정도의 노력을 하면 된다.
89) 이러한 노력을 한 이상 손해방지 및 경감의 효과가 반드시 나타나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는 사정이 허용하는 한 보험자의 지시를 얻어 그에 따라야 할 필요가 있다. 상법에는 이러한 규정이 없으나, 보험자가 보험사고 발생의 통지를 받고 손해방지·경감에 관한 지시를 한 때는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는 사정이 허락한다면 그 지시에 따라야 할 의무가 있다(다수설).
90)


6. 의무 위반의 효과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손해방지의무를 게을리 한 경우의 효과에 대해서는 상법에 아무런 규정이 없다. 
학설 나뉘어 있다. ① 의무자의 의무 위반을 경과실로 인한 의무 위반의 경우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의무 위반의 경우로 구분하여, 경과실로 인한 의무 위반의 경우에는 채무불이행에 관한 일반원칙에 따라 보험자는 그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청구하거나 보험금에서 손해액을 공제하면 되고,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의무 위반의 경우에는 보험자가 보상 책임을 면한다는 견해91)와 ② 경과실의 경우는 제외하고 의무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의무 위반의 경우에만 보험자는 지급할 보험금에서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손해방지의무를 이행했을 때 방지 또는 경감할 수 있었으리라고 인정되는 손해액을 공제 또는 상계하여 지급하면 된다는 견해(다수설)92)가 대립하고 있다. 생각건대,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의무 위반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손해만을 보험금에서 공제하는 다수설의 입장이 타당하다.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손해방지의무 위반의 입증책임은,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의무 위반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손해액을 면책 받으려는 보험자가 부담한다.93)


7. 비용의 부담

가. 보험자의 부담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손해의 방지와 경감을 위하여 지출한 손해방지비용은 이를 보험자가 부담한다. 여기서 손해방지비용이란 보험자가 담보하고 있는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에 보험사고로 인한 손해의 발생을 방지하거나 손해의 확대를 방지함은 물론 손해를 경감할 목적으로 행하는 행위에 필요하거나 유익했던 비용을 말한다.

이 비용과 보상액이 보험금액을 초과한 경우에도 보험자가 부담한다(상법 제680조). 왜냐하면 손해방지비용은 보험사고 발생으로 인하여 보험자가 부담하게 될 보상책임의 범위를 감소시키기 위하여 지출된 비용으로서 보험자의 이익을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고, 또 손해방지의무를 보험계약자 등에게 부담시킨 것에 상응하여 손해방지를 장려하려는 공익적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94)

그런데 보험약관에서 보험자가 손해방지비용을 부담하지 않는 것으로 하거나 보험금액의 한도 안에서만 제한적으로 부담한다는 규정을 둔 경우가 있다. 
이 약관의 효력에 관해서는 손해방지의무에 관한 상법 제680조는 공익 보호를 위한 강행규정이므로 보험자가 손해방지비용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규정한 약관은 무효라는 견해(무효설)95)와 보험계약자 등에게 보상을 통하여 손해방지의무의 이행을 장려할 절대적인 공익적 이유는 없으므로 이러한 약관은 무조건 유효하다는 견해(유효설)96), 보험자가 보험금액을 초과하여 무한으로 손해방지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부당하므로 보험금액의 한도에게 부담한다는 약관은 유효하다는 보는 견해(제한적 유효설)97) 등이 대립하고 있다. 생각건대, 이러한 약관 규정은 상법 제663조의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위반되어 모두 무효라고 풀이된다.98)

나. 손해확대방지를 위한 긴급행위를 한 경우


손해방지비용은 보험자가 담보하고 있는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에 보험사고로 인한 손해의 발생을 방지하거나 손해의 확대를 방지함은 물론 손해를 경감할 목적으로 행하는 행위에 소요되는 필요하거나 유익한 비용이므로, 이는 원칙적으로 보험사고의 발생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보험자가 보상책임을 지지 않는 사고에 대한 비용은 포함되지 않는다.


다만, 손해보험의 일종인 책임보험에 있어서 보험사고 발생 시 피보험자의 법률상 책임 여부가 판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피보험자가 손해확대방지를 위한 긴급한 행위를 하면서 비용을 지출했다면, 보험자는 이러한 비용도 부담해야 한다. 
판례도 자동차종합보험의 피보험자가 자신의 책임 유무를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피해자의 치료비 채무에 대하여 연대보증을 하고 그 치료비를 지급한 경우에 이를 손해방지비용으로 보아 보험자가 부담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99)

다. 책임보험의 피보험자가 지출한 방어비용


(1) 방어비용의 의의


방어비용이란 책임보험에서 피해자가 보험사고로 인적·물적 손해를 입고 피보험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한 경우에 피보험자가 그 방어를 위하여 지출한 재판상 또는 재판 외의 필요 비용을 말한다.


책임보험의 경우 피보험자가 제3자의 청구를 방어하기 위하여 지출한 재판상 또는 재판 외의 필요 비용은 보험의 목적에 포함된 것으로 하고, 피보험자는 보험자에 대하여 그 비용의 선급을 청구할 수 있다(
상법 제720조 제1항 전단). 즉 피보험자가 그 방어를 위하여 지출한 변호사보수 등의 방어비용은 보험자가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다.

(2) 방어비용의 성질

보험급여는 금전으로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나, 기타의 급여 방식인 현물보상 등이 인정된다. 피보험자의 제3자에 대한 재판상 또는 재판 외의 방어는 금전 이외의 보험급여의 일종에 해당한다.
100) 따라서 피보험자가 방어를 하는데 지출한 비용은 당연히 책임보험자가 부담해야 한다. 책임보험자는 방어비용을 지급하지 않고 피보험자를 대신해서 제3자의 청구를 방어할 수도 있다.

(3) 양자의 구별

책임보험에서의 방어비용이 상법 제680조 제1항의 '손해방지비용'과 같은 것인가 아니면 구별되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견해가 대립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책임보험에서의 방어비용은 손해방지비용에 해당한다는 견해(손해방지비용설)101)가 있다. 그러나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방어비용은 본래의 보험 급여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손해방지비용과는 엄밀히 구별되어야 한다(보험급여설).102)

판례는 방어비용과 손해방지비용은 서로 구별되는 것이므로 약관에서 손해방지비용과 관련한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규정이 당연히 방어비용에 대해서도 적용된다고 할 수는 없다고 하여,
103) 보험급여설의 입장에 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보험법 저자🔸임용수 변호사


76) 이 의무를 다음 면부터 「손해방지의무」 또는 「손해방지·경감의무」라고도 부른다.
77) 강·임, 604-605면.
78) 정희철, 77면.
79) 동지: 양승규, 231면; 정찬형, 610-611면; 정희철, 424면.
80) 동지: 양승규, 231-232면; 최기원, 306면; 김성태, 430면.
81) 동지: 최기원, 306면; 손주찬, 591면.
82) 채이식, 542면; 강·임, 605면, 강·임은 같은 면에서「법문에서는 '손해의 방지와 경감'이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 보험사고가 이미 발생한 것을 전제로 하지 않고 더욱이 손해의 완전한 방지를 위해서는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임을 그 근거로 하고 있다.
83) 동지: 김성태, 605면; 손주찬, 591면.
84) 동지: 대법원 2003. 6. 27. 선고 2003다6958 판결.
85) 동지: 최기원, 308면.
86) 동지: 정찬형, 611면; 양승규, 223면.
87) 동지: 서울고등법원 1999. 2. 3. 선고 98나36360 판결.
88) 동지: 대법원 1993. 1. 12. 선고 91다42777 판결, 대법원 1994. 9. 9. 선고 94다16663 판결. 이 판결들은 「판례도 자동차소유자인 피보험자가 사고 직후 자신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가운데 중상을 입어 의식을 잃은 피해자를 신속하게 치료받게 함으로써 더 이상의 피해 상태의 악화를 방지하기 위하여 치료비 채무를 연대보증 했다면 이러한 행위는 피보험자의 책임 유무가 가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그가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해야 할 경우에 대비하여 한 최소한도의 손해확대방지행위라고 보아야 하므로 이로 인하여 보험회사의 면책 통보 이전까지의 치료비로서 피보험자가 지출한 금원은 보험회사가 보상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89) 동지: 최기원, 310면; 손주찬, 591-592면.
90) 동지: 최기원, 311면; 양승규, 233면; 김성태 431면.
91) 최기원, 313면.
92) 양승규, 234면; 김성태, 436-437면; 정찬형, 612면.
93) 양승규, 234면은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서는 그 의무 위반이 자신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기인한 것이 아님을 입증해야 한다는 입장이나, 타당하지 않다고 본다.
94) 동지: 정찬형, 612-613면; 양승규, 235면.
95) 손주찬, 592면.
96) 채이식, 544면.
97) 강·임, 607면.
98) 동지: 최기원, 316면; 김성태, 435면.
99) 대법원 1993. 1. 12. 선고 91다42777 판결, 대법원 1994. 9. 9. 선고 94다16663 판결, 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2다22106 판결.
100) 동지: 김성태, 598면. 같은 면에서「피보험자의 소송상 방어는 책임보험자의 보험 급부의 내용을 이룬다」고 설명한다.
101) 정찬형, 674면; 강·임, 655면. 따라서 보험자의 방어비용 부담에 관한 상법 제720조는 주의적 규정이라고 한다.
102) 동지: 김성태, 601면.
103) 대법원 2006. 6. 30. 선고 2005다21531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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