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보험의 의의와 요소



Ⅰ. 총  설

1. 책임보험의 의의

가. 책임보험은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의 사고로 인하여 제3자에게 배상할 책임을 진 경우에 그로 인한 손해의 보상을 목적으로 하는 손해보험이다(상법 제719조).

책임보험의 피보험자는 보험계약을 통하여 자신이 부담할 손해배상책임을 보험자에게 전가하게 된다. 책임보험에서 피보험자가 제3자에게 지는 책임은 민사책임만을 의미한다. 민사책임인 경우에는 계약상 책임이든 법률상 책임이든, 또 불법행위책임이든 채무불이행책임이든 불문하고 모두 책임보험의 대상이 된다. 

형사책임의 경우에는 그것이 벌금이나 과료 등 재산적 이익의 박탈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라도 책임보험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나. 오늘날 인구의 증가 및 경제생활의 복잡화와 더불어 여러 가지 사고의 위험이 급증하여 기업은 물론 개인의 민사책임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사고의 발생에 따른 가해자의 책임을 경감시키는 한편 피해자의 구제에 만전을 기할 수 있는 제도로 책임보험제도가 크게 발달하고 있다. 

따라서 각종 위험의 종류에 따라 매우 다양한 내용의 책임보험, 예컨대 제조물책임보험, 전문직책임보험, 임원배상책임보험, 환경오염배상책임보험 등이 개발되어 비약적인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2. 책임보험의 성질

책임보험은 피보험자가 제3자에 대한 배상책임을 지게 됨으로써 생긴 재산상의 손해를 보험자가 보상하는 보험이므로 손해보험이고(손해보험성), 피보험자의 재산에 생긴 손해를 보상하는 것이므로 물건보험이 아니고 재산보험이다(재산보험성). 

또한 책임보험은 특정재산에 대한 손해를 보상하는 적극보험이 아니라, 타인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함으로써 생긴 피보험자의 전재산 내지 책임재산에 대한 간접손해를 보상하는 소극보험에 해당한다(소극보험성).

3. 책임보험의 분류

가. 배상책임의 객체에 따른 분류

피보험자의 배상책임의 객체에 따라 대인배상책임보험과 대물배상책임보험으로 나눌 수 있다. 피보험자가 타인의 인적손해에 대하여 배상책임을 부담하는 경우에 이를 보상하는 책임보험이 대인배상책임보험이다. 그 예로 근로자재해보상책임보험과 자동차보험 중에서 대인배상책임보험 등을 들 수 있다. 이와 달리 피보험자가 타인의 물적 손해(물건 그 밖의 재산상의 손해)에 대하여 배상책임을 부담하는 경우에 이를 보상하는 책임보험이 대물배상책임보험이다. 그 예로 자동차보험 중 대물배상책임보험을 들 수 있다. 

대인배상책임보험에는 보험금액 한도액의 유무에 따라 유한책임보험과 무한책임보험이 있으나, 대물배상책임보험은 언제나 유한책임보험이다.

나. 피보험자의 대상에 따른 분류

피보험자의 대상에 따라 개인책임보험, 영업책임보험, 직업인책임보험으로 나뉜다. 

개인책임보험이란 피보험자가 일상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타인에게 신체의 장애 또는 재물의 손상을 가하여 법률상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함으로써 입은 손해를 보상하는 보험을 말한다. 자가용자동차의 운전자책임보험 등이 이에 속한다. 

영업책임보험이란 피보험자가 영업을 영위하는 자로서 영업으로 인하여 타인에게 배상책임을 부담함으로써 입은 손해를 보상하는 보험을 말한다. 영업용자동차책임보험, 생산물배상책임보험 등이 이에 속한다. 

직업인책임보험이란 피보험자가 변호사·의사·공인회계사 등의 직업인으로서 그 직업과 관련하여 타인에게 배상책임을 부담함으로써 입은 손해를 보상하는 보험을 말한다. 변호사배상책임보험, 공인회계사책임보험, 임원배상책임보험, 의사책임보험 등이 이에 속한다.

다. 보험금액 한도액에 따른 분류

보험자의 보상한도의 유무에 따라 유한배상책임보험과 무한배상책임보험으로 나뉜다. 피해자 1인 또는 사고를 기준으로 보험자의 보상책임의 한도액이 정해지는 책임보험이 유한배상책임보험이고, 보험자의 보상책임 한도액을 미리 정해두지 않고 피보험자가 일정한 사고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함으로써 입은 모든 손해를 보상하는 책임보험이 무한배상책임보험이다. 

특히 인수할 책임위험의 규모가 예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이에 대비하는 방법으로 보험자는 보험 상품의 개발 초기에는 보상 한도를 제한하는 것이 보통이다.1)

라. 보험 가입의 강제성 유무에 따른 분류

보험계약자가 보험 가입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책임보험이 임의책임보험(자동차종합보험, 제조물책임보험 등)이고, 법령에 의하여 보험가입이 강제되는 책임보험이 강제책임보험이다. 제책임보험의 예로는 산업재해보상보험, 신체손해배상특약부화재보험, 원자력손해배상책임보험, 자동차배상책임보험 등을 들 수 있다.


Ⅱ. 책임보험의 요소

1. 보험의 목적

특정물에 대한 직접·유형의 손해를 보상하는 일반 손해보험의 경우와는 달리, 책임보험은 피보험자의 직접손해가 아니라 간접손해를 보상한다. 

책임보험은 보험사고로 인하여 제3자에게 발생한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을 피보험자가 부담함으로써 초래되는 재산상의 손해를 보상하는 보험이므로, 책임보험의 목적이 무엇인지가 문제된다. 이에 대해서는 ① 「피보험자의 전재산」이 보험의 목적이라는 견해(피보험자 전재산설)2)와 ②「피보험자가 제3자에 대해 부담하는 배상책임」, 즉 피보험자의 손해배상책임이 보험의 목적이라는 견해(피보험자 배상책임설)3)가 대립하고 있다.

생각건대, 책임보험이 특정재산에 대한 손해를 보상하는 적극보험이 아니라, 타인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함으로써 입은 간접손해를 보상하는 소극보험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책임보험의 목적은 피보험자의 손해배상책임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4) 특히 상법은 피보험자가 제3자의 청구를 방어하기 위하여 지출한 재판상 또는 재판 외의 필요 비용은 피보험자가 제3자에 대하여 배상책임을 지지 않는 경우에도 보험의 목적에 포함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상법 제720조 제1항 전단). 

영업책임보험의 경우에는 피보험자의 대리인 또는 그 사업 감독자의 제3자에 대한 배상책임도 보험의 목적에 포함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상법 제721조).5)  따라서 이러한 점에서도 책임보험의 목적은 피보험자의 손해배상책임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책임보험의 목적을 이처럼 해석하면 피보험자의 모든 재산은 피보험자의 배상책임의 담보가 되는 것이다. 

2. 피보험이익

책임보험은 손해보험의 일종이지만, 물건보험과는 달리 금전으로 산정할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므로 책임보험에도 피보험이익의 관념을 인정할 것인지에 관하여 다툼이 있다.

가. 학설

학설은 ① 책임보험의 피보험이익은 피보험자가 제3자에 대하여 재산적 급여를 하는 책임을 지는 사고가 발생하지 않음으로 인하여 갖는 경제적 이익이라는 긍정설(다수설)6)과 ② 책임보험에 있어서는 제3자에 대하여 책임을 지게 될 사고로 인한 부담액이 피보험자의 전재산을 초과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피보험자가 전재산에 대하여 가지는 이익이 피보험이익이라는 다수설은 근거가 없다는 부정설7)로 견해가 나뉜다.

생각건대 손해보험의 일종인 책임보험에서도 보험의 도박화를 방지할 필요성이 있다. 또한 피보험자는 제3자에 대한 배상책임을 책임보험에 의하여 보상받음으로써 그의 책임재산이 감소하지 않는 경제적 이익을 받을 수 있다. 그러므로 피보험이익의 관념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나. 보험가액

책임보험에서도 피보험이익의 관념을 위와 같이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소극보험이라는 책임보험의 특성상 피보험이익의 평가액을 의미하는 보험가액의 개념은 존재할 수 없다. 즉 책임보험에서는 물건보험에서와 같이 피보험이익을 미리 평가할 수 없으므로, 보험가액의 개념은 원칙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보험가액과 보험금액의 불일치에서 생기는 초과보험·일부보험·중복보험의 문제가 생길 여지가 없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그 예외로서 물건 보관자의 책임보험(상법 제725조)의 경우와 같이 보험자의 책임이 일정한 목적물에 생긴 손해로 제한되어 있어 보험가액을 측정할 수 있는 경우에는 초과보험·일부보험·중복보험이 인정될 수 있다.8)  

피보험자가 동일한 사고로 제3자에게 배상책임을 부담함으로써 입은 손해를 보상하는 여러 개의 책임보험이 동시 또는 순차로 체결되고 그 각 보험계약의 보험금액의 총액이 피보험자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액을 초과하는 때는 피보험자는 보험사고로 인하여 이득을 보게 된다. 이러한 경우에는 물건보험에 관한 중복보험의 규정을 준용하여, 여러 명의 책임보험자의 보상 책임을 피보험자의 손해액의 한도 안에서 분담시킬 필요가 있다. 따라서 보험자는 보험금액의 한도에서 연대책임을 지고 각자의 보험금액의 비율에 따라 그 손해를 보상해야 하고, 보험계약자는 각 보험자에 대하여 각 보험계약의 내용을 통지해야 한다(상법 제725조의 2).

3. 보험사고

책임보험에 있어 보험사고가 무엇인지에 관하여도 손해사고설(사고발생설), 손해배상청구권설, 책임부담설(채무확정설), 배상의무이행설 등이 대립하고 있다.

가. 학설의 대립

(1) 손해사고설(사고발생설)

피보험자가 제3자에 대하여 책임을 질 사고의 발생 자체를 보험사고라고 보는 견해이다(다수설).9) 즉 제3자의 손해배상 청구의 유무는 묻지 않고, 사망·상해 또는 훼손 등의 사실이 보험사고라고 한다. 이 설은 보험사고의 발생 시점을 단일·객관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2) 손해배상청구권설

피보험자가 제3자로부터 그 책임에 관하여 손해배상 청구를 받은 것을 보험사고로 보는 견해이다.10) 그 근거로는 피보험자가 제3자의 청구를 방어하기 위하여 지출한 재판상 또는 재판외의 필요 비용은 보험의 목적에 포함된 것으로 한다는 규정(상법 제720조 제1항)과 피보험자가 제3자로부터 배상의 청구를 받은 때는 지체 없이 보험자에게 그 통지를 발송해야 한다는 규정(상법 제722조)을 들고 있다. 

이 설은 손해사고의 발생 시점이 불명확한 책임보험의 경우에 있어서 보험사고를 객관적 사실에 따라서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 설과 관련해서는 보험사고의 발생 시점과 보험기간과의 관계에 있어서 제3자의 의사에 따라 좌우되므로 손해사고가 보험기간 중에 발생했더라도 보험기간이 경과한 다음에 배상청구를 하는 때는 보험사고라고 볼 수 없게 된다는 문제점이 있다.

(3) 책임부담설(채무확정설)

피보험자가 사고로 인하여 법률상의 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된 것을 보험사고로 보는 견해이다.11) 즉 피보험자의 제3자에 대한 배상책임이 판결이나 화해 등에 의하여 확정된 때 보험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 설에 의하면 피보험자에게 법률상의 책임이 발생하지 않아도 방어비용을 보상하는 상법 제720조에 어긋하고, 상법 제722조(피보험자의 배상청구 사실 통지의무)의 규정에도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다.12) 

(4) 배상의무이행설

피보험자가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의무를 이행한 것을 보험사고로 보는 견해이다. 이 설은 피보험자에게 현실적인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만 보험자가 손해를 보상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 설은 책임부담설과 같은 비판을 받는다.

나. 판례의 입장

대법원 판례는 피보험자가 생산한 제품으로 인하여 타인의 재물을 손괴하여 법률상 배상책임을 부담함으로써 입은 손해를 보상하기로 하는 영업배상책임보험의 보험사고는 제품(포도봉지)의 파손사고 자체가 아니라 그 파손으로 인한 타인의 재물(포도)의 손괴라고 판시하여, 손해사고설(사고발생설)의 입장에서 판시한 예가 보인다.13)    

다. 사견

손해사고설이 타당하다. 책임보험에서도 보험기간 중에 제3자가 피보험자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는 사고가 발생한 것을 보험사고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렇게 해석하는 것이 피해자인 제3자에게 보험금의 직접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는 점(상법 제724조 제2항, 제725조)14) 및 상법 제719조의 보험기간 중의 사고의 의미에도 부합한다.15) 


보험법 저자🔸임용수 변호사


1) 동지: 김성태, 582면. 
2) 김성태, 587-588면; 최기원, 431면; 손주찬, 638-639면. 
3) 정찬형, 619면; 양승규, 353-354면; 강·임, 652면. 
4) 동지: 양승규, 353-354면. 
5) 동지: 정희철, 453면; 양승규, 356면; 정찬형, 669면; 강·임, 652면. 
6) 양승규, 357면; 최기원, 432면; 김성태, 588-589면; 정찬형, 669면; 강·임, 653면.
7) 손주찬, 632면. 
8) 정찬형, 669면. 
9) 정희철, 455면; 김성태, 591-592면; 양승규, 358-360면; 정찬형, 670-671면. 
10) 최기원, 435면. 
11) 채이식, 584면; 손주찬, 641면; 강·임, 654면. 
12) 김성태, 592면. 
13) 대법원 2000. 6. 9. 선고 98다54397 판결. 
자동차종합보험상의 피보험자가 주취 상태로 차량을 운전하다가 피해자를 충격하여 상해를 입혀 보험자가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액을 지급한 경우, 보험자는 상법 제724조에 의하여 피보험자의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채무를 병존적으로 인수한 지위에 있는 자로서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 있어 피보험자와 부진정연대채무관계에 있는 것으로 본다 하더라도 상법 제723조에 의하여 피보험자가 제3자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했거나 상법 또는 보험약관이 정하는 방법으로 피보험자의 제3자에 대한 채무가 확정되면 피보험자는 보험자에 대하여 보험금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시한 판결(대법원 2006. 4. 13. 선고 2005다77305, 77312 판결)에 대하여, 채무확정설 또는 배상의무이행설의 입장에 서있는 것으로 오해할 여지가 있으나, 이는 제3자의 직접청구권이 피보험자의 보험금청구권에 우선한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라고 본다. 보험자로서는 제3자가 피보험자로부터 배상을 받기 전에는 피보험자에 대한 보험금 지급으로 직접청구권을 갖는 피해자에게 대항할 수 없고, 따라서 보험자는 제3자가 피보험자로부터 배상을 받기 전에는 상법 제724조 제1항의 규정을 들어 피보험자의 보험금 지급 청구를 거절할 권리를 갖게 된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이기 때문이다. 
14) 채무확정설이나 배상의무이행설에 의하면, 보험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는데 피해자인 제3자가 보험자에게 직접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기인한 결과가 된다. 
15) 동지: 정희철, 455면; 정찬형, 67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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