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보험이익



1. 피보험이익의 의의

가. 피보험이익이란 피보험자가 재산상의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보험의 목적에 대하여 가지는 경제상의 이익(이익설)4) 또는 피보험자가 일정한 보험의 목적에 대하여 가지는 적법한 경제적 이해관계(관계설)5)를 말한다.6) 피보험이익이 없는 손해보험은 무효이다. 이러한 피보험이익의 개념은 사행적 성질을 가지는 손해보험을 도박과 구별하는데 중요한 기준이 된다.

손해보험에서 보험의 목적물과 위험의 종류만 정해져 있고 피보험자와 피보험이익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 그 보험계약이 보험계약자 자신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타인을 위한 것인지는 보험계약서 및 당사자가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삼은 약관의 내용, 당사자가 보험계약을 체결하게 된 경위와 그 과정, 보험회사의 실무 처리 관행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결정해야 한다.7) 

나. 피보험이익은 손해보험에만 존재하는 보험계약의 특유한 요소로서 인보험에서는 문제되지 않는다.8) 또한 피보험이익의 관념은 손해보험에서도 금전으로 산정할 수 있는 이익을 가지고 있는 물건보험에서만 인정되고 책임보험과 같은 재산보험에서는 인정되지 않는다는 견해가 있다.9) 

다. 상법은 피보험이익을 「보험계약의 목적」이라고 표현하고 있다(상법 제668조). 이는 보험사고 발생의 대상을 의미하는 「보험의 목적」과는 구별되는 개념임을 유의해야 한다. 예컨대 동일한 화물에 대하여 송하인과 운송인이 각각 보험계약을 체결한 경우에 있어서는 보험의 목적()은 동일하나, 보험계약의 목적은 송하인에게는 소유권자로서의 이익이고 운송인에게는 배상책임의 불발생이라는 소극적 이익이므로 각각 다르다고 할 수 있다.


2. 피보험이익의 요건

가. 적법한 이익

피보험이익은 적법한 이익이어야 한다. 적법한 이익에 관하여 보험사고로 인하여 손실을 입었을 때 그 손실 보상을 목적으로 하는 계약이 손해보험이다. 따라서 선량한 풍속이나 기타의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것이라든가, 법률에 의하여 금지되는 금제품·금수품에 대한 이익, 도박·탈세·절도 등에 의하여 얻은 재화에 의한 이익은 피보험이익이 될 수 없다. 이러한 이익을 피보험이익으로 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했을 때는 당사자의 선의·악의를 묻지 않고 당연히 보험계약은 무효이고, 보험료도 청구할 수 없다. 

그러나 이미 수령한 보험료는 반대의 특약이 있는 경우에도 민법 제746조(불법원인급여)에 의하여 보험자는 이를 반환할 필요가 없다. 피보험이익의 적법성 여부는 객관적으로 판단한다.

나. 금전으로 산정 가능한 경제적 이익

피보험이익은 금전으로 산정할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이어야 한다(상법 제668조). 이는 경제적 이익이 객관적으로 평가될 수 있는 것이어야 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도덕적·종교적 가치, 개인적인 특수 이익, 감정적·정신적인 이익 등과 같이 객관적으로 평가될 수 없는 이익은 피보험이익이 될 수 없다. 왜냐하면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없는 이익의 보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에는 보험제도가 도박의 목적에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의 목적인 물건에 대한 소유권·물권·채권 등과 같은 법률상의 권리관계뿐만 아니라, 화재로 인하여 영업 불능으로 된 기간 동안에 얻을 수 있었던 희망이익과 같은 사실상의 이해관계도 피보험이익이 될 수 있다.10) 

경제성을 가지는 이익이라면 그 이익이 건물의 소유자가 그 건물에 가지는 이해관계 등과 같이 적극적 이익이든, 타인의 물건을 보관하는 자가 그 물건이 훼손되지 않음으로 인하여 갖는 이해관계 등과 같은 소극적 이익이든 모두 피보험이익이 될 수 있다.11) 

다. 확정 가능한 이익

피보험이익은 보험계약 체결 당시 이미 확정된 것이거나, 늦어도 보험사고의 발생 시까지는 확정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왜냐하면 보험사고 발생 시까지 피보험이익이 확정되지 않으면 손해가 확정되지 않고 그 결과 손해의 보상도 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피보험이익에 관한 모든 내용이 구체적으로 적시 또는 확정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보험사고가 발생할 경우 피보험이익을 확정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요소가 정해져 있으면 충분하다.12) 예컨대 피보험이익의 귀속 주체가 불확정한 경우나 선택적 관계에 있는 수 개의 피보험이익에 대하여 그 주체가 미확정인 경우에도 보험계약을 체결할 수 있으나, 늦어도 보험사고의 발생 시까지는 피보험이익이 확정되어야 한다.

이익은 확정될 수만 있다면 현재의 이익뿐만 아니라 장래의 이익이나 조건부 이익 등을 보험계약의 목적으로 할 수 있다. 그 예로는 포괄보험(상법 제687조), 희망이익보험(상법 제689조 제2항, 제698조) 등을 들 수 있다.


3. 피보험이익의 기능

가. 보험계약의 효력 판정 기준

절도·도박 등에 의하여 얻을 이익이나 형벌이나 행정벌 등에 의하여 상실된 이익 등과 같이 피보험이익이 흠결된 손해보험은 당사자의 선의·악의를 불문하고 당연히 무효가 된다. 계약 존속 중에 피보험이익이 없어진 경우도 보험계약은 효력을 상실한다. 따라서 피보험이익은 보험계약의 효력 판정 기준이 된다.

나. 보험자의 책임 범위의 기준

손해보험은 피보험이익에 관하여 생긴 손실을 보상하는 것이므로(상법 제665조), 보험자의 책임은 현존하는 피보험이익의 가액의 범위 안에서 피보험자에게 생긴 손실을 한도로 한다. 즉 손해보험자의 보상책임은 실손해액을 초과할 수 없고, 또 피보험이익의 가액을 최고 한도로 한다. 그러므로 '이익이 없으면 보험도 없다'는 명제가 성립되고, 피보험이익은 보험자의 보상 범위를 정하는 기준이 된다.

다. 초과보험·중복보험 등의 방지

보험은 피보험이익의 손실을 보상하는 것일 뿐 이득을 주려는 제도는 아니다. 피보험이익은 보상의 기준이 되어 이득금지의 원칙을 관철시키고, 일부·초과보험 해당 여부를 결정한다.13) 따라서 피보험자는 보험자로부터 보험사고로 입은 손해액 이상으로는 보상을 받을 수 없게 되므로, 고의적인 보험사고의 유발이 억제되어 도덕적 위험을 방지할 수 있게 된다.

라. 보험계약의 동일성을 구별하는 기준(보험계약의 개별화)

보험의 목적()과 보험계약의 목적은 구별되어야 한다. 보험의 목적은 보험사고 발생의 대상인 물건이나 자연인을 의미한다. 보험계약의 동일성을 구별하는 기준은 보험의 목적이 아니라 보험계약의 목적 즉 피보험이익이다. 피보험이익은 손해보험을 개별화시키는 표준이 된다. 따라서 피보험이익이 다른 경우에는 동일한 보험의 목적에 관하여 여러 개의 보험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예컨대 동일한 보험의 목적(특정한 선박)에 대하여 선박보험에 가입할 경우 선박 소유자와 담보권자, 선박 임차인은 각각 다른 피보험이익을 가지고 있으므로 각자 별개의 보험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4. 피보험이익 흠결의 효과

가. 당연무효

피보험이익이 흠결된 보험계약은 당연무효가 된다. 이 경우 보험료는 불법원인급여(민법 제746조)이므로 보험자는 반대의 특약이 있는 경우라도 보험료를 반환할 필요가 없다.14) 다만, 보험계약자·피보험자가 선의이거나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에는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나. 피보험이익 흠결 주장의 신의칙 위반 여부

피보험이익의 흠결은 손해보험의 효력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이다. 보험자가 보험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피보험이익의 존부에 관하여 다투지 않다가, 보험사고를 이유로 보험금 청구를 당하게 되자 그때서야 비로소 피보험이익의 흠결을 주장하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더라도 이를 신의성실의 원칙 위반으로 볼 수는 없다. 

피보험이익이 흠결된 보험계약은 무효이고, 보험자가 무효를 주장함이 신의칙에 위배되는 권리 행사라는 이유로 이를 배척한다면 도덕적 위험 및 도박보험을 방지하고 이득금지의 원칙을 관철시키기 위한 피보험이익 본연의 기능을 완전히 무시하는 결과가 초래되기 때문이다. 


5. 입증책임

피보험이익의 흠결에 관한 입증책임은 이를 이유로 보험계약의 무효를 주장하는 보험자에게 있다.15)


보험법 저자🔹임용수 변호사


4) 최기원, 281면; 손주찬 565면. 
5) 양승규, 195면. 
6) 피보험이익의 의미에 관한 이익설과 관계설은 표현상의 차이일 뿐이므로 어떠한 견해를 택하든 그 결과와 실익에서 차이가 없다고 보는 것이 통설이다. 
7) 동지: 대법원 2000. 11. 10. 선고 2000다29769 판결, 대법원 2003. 1. 24. 선고 2002다33496 판결, 대법원 2014. 5. 29. 선고 2014다202691 판결 등 다수. 
8) 이것이 다수설이다. 인보험은 정액보험으로서 재산상의 사고 발생으로 인한 손해 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보험수익자에게 약정한 금액을 지급하므로 원칙적으로 피보험이익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피보험이익은 보험계약에 의하여 보험자가 담보하고 있는 위험에 대하여 보험사고가 생길 때에 피보험자에게 보험 보호를 해야 할 경제적인 이익이 있느냐 없느냐는 문제와 연관시켜 보는 것이 오늘의 보험 거래의 실정에 맞다」는 입장에서 「피보험이익의 관념은 손해보험뿐 아니라 생명보험과 같은 인보험에 있어서도 인정하는 것이 옳다」는 견해도 있다(양승규, 193-194면). 
9) 동지: 양승규, 193면. 
10) 동지: 정희철, 412면; 양승규, 198면; 정찬형, 595면. 
11) 동지: 정희철, 412면; 양승규, 198면; 정찬형, 595면. 
12) 동지: 최기원, 284면; 채이식, 528면. 
13) 두 개의 보험계약이 피보험이익과 보험사고의 내용 및 범위가 전부 공통되지는 않으나 상당 부분 중복되고, 발생한 사고가 그 중복되는 피보험이익에 관련된 보험사고에 해당된다면, 이와 같은 두 개의 보험계약에 가입한 것은 피보험이익과 보험사고 및 보험기간이 중복되는 범위 내에서 상법 제725조의2에 정한 중복보험에 해당하고, 이 경우 각 보험회사는 상법 제672조 제1항 규정에 따라 각자의 보험금액의 비율에 따른 보상 책임을 연대하여 진다(대법원 2014. 1. 29. 선고 2013다65901 판결). 
14) 대법원 1964. 7. 12. 선고 64다389 판결; 대법원 1964. 10. 27. 선고 64다798, 799 판결; 대법원 1966. 12. 27. 선고 66다2145 판결. 
15) 대법원 1988. 2. 9. 선고 86다카2933, 2934, 2935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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