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가리 들고 먹는 시늉 하다가 음독 사망하면 재해사망일까?

청산가리를 입에 부어넣는 시늉

: 임용수 변호사 


이번엔 청산가리라고 불리는 사이안화 칼륨(potassium cyanide, 시안화 칼륨) 중독과 관련된 흥미로운 사례 하나를 소개할까 합니다. 의열단의 대장이었던 약산 김원봉, 그가 김일성에 의해 숙청을 당한 뒤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갔을 때 분에 못 이겨 스스로 청산가리를 먹고 목숨을 끊었다는 증언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청산가리는 0.20g의 극소량만 섭취해도 사망할 수 있는 치명적인 독극물 중의 하나입니다. 일단 몸속으로 들어가면 거의 즉각적으로 신체의 산소 운반 기능을 마비시켜 결국 질식사에 이르게 됩니다.

이 모씨는 자녀가 부모에게 불손하게 대하자 청산가리를 준비해 이를 먹는 시늉을 함으로써 자녀의 버릇을 고쳐주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청산가리가 입안으로 흘러 들어간 사고

미리 준비한 청산가리를 들고 남편의 사무실로 찾아간 이 씨는 남편 앞에서 '이거 청산가리인데, 어디 내가 한 번 먹어봐?'라며 청산가리를 입에 부어넣는 시늉을 했습니다.

남편이 장난치지 말라는 뜻으로 이 씨의 손을 툭 쳤는데, 그로 인해 들고 있던 청산가리가 이 씨의 입안으로 흘러 들었고, 이 씨는 사망했습니다.1)

이런 경우 이 씨의 사망을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에 의한 재해사망으로 볼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 상법은 사망보험과 상해보험의 경우 피보험자(보험대상자)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어도 보험회사는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고의 사고? 우연한 사고?

이런 규정에 의하면, 이 씨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독극물의 일종인 청산가리를 들고 장난을 치다가 이를 먹고 사망하게 됐더라도, 사망에 중과실은 있을지언정 고의가 있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보험회사는 보험금 지급 책임을 져야 합니다.2)

법원은 어떻게 판단했을까요? 법원은 장난 치다가 실수로 음독했다는 취지의 사망 경위에 관한 유족 측의 주장을 믿지 않았습니다.

이 씨의 사망이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에 원인을 둔 것임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유족의 재해사망 보험금 청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THE 수준 높고 좋은 글
 LAWPIPL.COM
  • 최초 등록일: 2017년 4월 21일
  • 1차 수정일: 2019 년 1월 17일 (글 수정)
  • 2차 수정일: 2019년 6월 4일(재등록, 글 추가)

1) 이 씨가 사망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이 씨 유족 측이 했던 이야기를 그대로 옮긴 내용입니다.
2) 유족의 소송대리인이 이 씨의 사망이 중과실에 기인한 것이라는 주장을 하지는 않았던 사안입니다. 따라서 법원은 이 부분에 대해서는 판단을 하지 않았습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