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 농약 중독 사고로 의심 받아도 재해사망 보험금 받을 수 있나요?


질 문


안녕하세요. 생명보험 관련 문의 드릴 게 있어서, 이렇게 문의합니다. 문의 드릴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제 동생이 지난 10월 29일 사망했습니다. 사망 내역은 그라목손(농약) 중독이었습니다. 지난 10월 22일 병원 응급실에 입원 후 치료를 받다가 중환자실에서 사망했습니다. 처음 병원에 도착했을 때, 저희 동생은 농약인지 모르고 드링크제로 알고 마셨는데, 맛이 이상해 바로 뱉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농약 일부가 목으로 넘어갔는지 병원에서 검사 결과 약물 중독된 상태였습니다.

농약 (그라목손) 중독
10월 30일 병원 영안실에서 경찰들에게 진술한 내용입니다. 동생은 대략 사망하기 열흘 전 누나의 권유로 한 생명보험회사에 종신보험 가입을 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경찰도 동생이 드링크제로 착각하고 마신 이유나, 왜 집 앞 난간에 드링크 병에 든 농약이 있었는지 모르겠다며, 혹 자살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일단 진술한 유족 3명의 진술 내용이 동일하니 진술자의 내용대로 검찰에 보고하겠다고 했지만, 재수사 할 수도 있으니 장례 절차를 밟는 데는 시간이 걸리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날 저녁 늦게 검사 지시서가 나와서, 저희 유가족들은 장례를 무사히 치를 수 있었습니다.

자살 또는 고의 사고?
이제 제 동생이 사망한 지도 며칠 지났기에, 지난 11월 4일 해당 생명보험회사에 사망보험금 신청 접수를 했습니다. 위 경우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지 궁금해서 이렇게 글을 남기오니 답장부탁드리겠습니다.

아직 보험회사에서 연락은 없습니다. 하지만, 궁금한 마음에 이렇게 문의를 드리오니 답변 부탁 드리겠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답변


피보험자 스스로 자신을 해친 것인지 아닌지가 문제되는 보험금 청구사건에서는 항상 조심스럽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제일 중요한 것은 수사 결과입니다.

보험회사 입장에서는 수사 결과를 지켜볼 것이고, 수사 결과가 고의 사고가 아니라고 종결 지어지면 유족 측 입장에서는 소송까지 가지 않고도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받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수사 결과가 고의 사망으로 추정된다는 내용으로 종결되면 보험회사는 재해사망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가능성이 큽니다.

약관에는 피보험자가 그라목손과 같은 농약을 드링크제로 잘못 알고 마시고 사망한 경우를 재해 사고의 일종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약관 재해분류표 23. 유독성 물질에 의한 불의의 중독). 다만,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는 보험회사의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보험 약관에서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를 보험회사의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 보험회사가 보험금 지급 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는 고의 사고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입증할 책임이 있습니다. 보험회사가 자살 의사를 밝힌 유서 등 객관적인 물증의 존재나, 일반인의 상식에서 자살이 아닐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을 만큼 명백한 주위 정황 사실을 입증해야 합니다.​

요컨대, 수사 결과가 자살이 아닌 것으로 종결되면 재해사망보험금을 받는데 별 어려움이 없겠지만, 수사 결과가 자살(추정)로 종결되면 소송을 제기해서 재해사망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다퉈야 합니다.

유의할 점은, 본 변호사가 20년간의 판결 자료를 통계로 정리해 본 결과 농약 음독 내지 중독 사고로 인한 사망과 관련해 재해사망보험금이나 상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시한 사례는 거의 없는 것(인용 사례가 1%도 되지 않음)으로 나타났습니다. 보관 장소나 구입 장소가 한정돼 있는 경우가 많고 또 냄새가 심하게 나는 농약의 특성상 실수로 농약을 마시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생각됩니다.1)

인용된 1%의 사례 중 하나를 소개해 드립니다. 피보험자가 포도 주스 병에 든 파라티온 살충제를 마시고 급성 농약 중독으로 사망했던 사건인데, 담당 판사는 파라티온이 시중에서 구할 수 없는 제품인 데다가 피보험자가 치사량에 겨우 도달한 미량의 농약을 마신 점, 자살을 준비한 흔적에 대한 증거가 존재하지 않는 점, 농약 및 포도 주스 병의 구입 경위 역시 확인되지 않는 점 등을 이유로 자살했다고 단정하기 힘들다고 판시했습니다.2019년 5월 25일

THE 수준 높고 좋은 글
[보험 전문변호사 = 임용수 변호사]

  • 최초 등록일 : 2018년 11월 18일
  • 1차 수정일 : 2019년 4월 24일 (재등록, 글과 이미지 추가)
  • 2차 수정일 : 2019년 5월 25일(글 추가)

1) 의정부지방법원 2018. 1. 16. 선고 2016가단127381, 2017가단103948 판결은 "현재 판매되고 있는 살충제 농약은 사람의 음독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구강에 닿는 순간 매우 불쾌한 냄새가 나거나 통증을 유발하므로, 스스로 마시지 않고는 실수로 살충제 농약을 마시기 어렵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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