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가족의 죽음, 부검까지 해야 보험금 주나? 법원 "고도의 개연성 입증되면 지급해야"
(서울=방보소 팀장) 집에서 잠자던 중 갑작스럽게 사망한 고인에 대해 부검을 하지 않았더라도, 혈액 검사 등 의학적 정황이 충분하다면 '급성심근경색' 진단비를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이번 판결은 기계적인 약관 해석을 앞세워 보험금 지급을 거절해 온 보험사들의 관행에 경종을 울릴 것으로 보입니다.
사건의 발단: "잠자다 사망했는데 심전도 검사를 어떻게 하나"
2020년 8월, 윤 모 씨의 부친인 고인은 자택 안방에서 사망한 채 발견습니다. 검안 의사는 고인의 혈액 중 심장효소 검사(트로포닌 T 강양성 반응) 등과 과거 고혈압 병력 등을 토대로 시체검안서에 사망 원인을 '급성심근경색증'으로 추정 진단했습니다.
그러나 케이비손해보험은 진단 보험금 2000만 원의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보험 약관상 급성심근경색 진단은 심전도, 심장초음파, 관상동맥촬영술 등 정밀 검사를 기초로 해야 하는데, 고인은 부검을 하지 않아 약관상 급성심근경색증 확정 진단이라 할 수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법원의 판단: "부검 강요는 유족에게 가혹... 의사의 합리적 진단 존중해야"
서울중앙지법 제5-2민사부[재판장 염기창 부장판사]는 유족인 윤 씨가 케이비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2000만 원을 지급하라"며 1심에 이어 유족 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1)
재판부는 "급성심근경색의 특성상 심전도 등 이학적 검사를 기초로 한 의사의 진단확정을 받을 시간적 여유 없이 갑작스럽게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경우까지 약관에 명시된 이학적 검사를 요구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사망 후 보험금 지급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부검은 허용되지 않으므로, 급성심근경색증 진단비의 지급을 부검에 의한 것으로 한정하는 것 역시 불합리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재판부는 특히 시체검안의가 시행한 ▲심장 효소 검사(트로포닌 T 정성 반응검사)의 강양성 반응 ▲망인의 고혈압 및 흡연력 ▲시체검안의의 급성심근경색증 사망 가능성 80~90% 고려 소견 등을 근거로, 고인이 급성심근경색으로 진단확정 받았음이 '증명'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법원은 피고(케이비손해보험)에게 진단보험금 2,000만 원과 지연손해금을 유족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 보험전문변호사의 '판결 돋보기'
"약관의 '기계적 해석'보다 '계약자 권리 보호'가 우선임을 확인한 판결"
이 판결의 쟁점은 '사망 후 진단확정의 입증 정도’였습니다. 보험사들은 통상 약관에 적힌 '심전도, 심장초음파, 관상동맥(심장동맥)촬영술' 등의 문구를 근거로, 병원 도착 전 사망(DOA)하거나 자택에서 사망한 경우 "검사 결과가 없다"며 면책을 주장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번 판결의 시사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초기 골든타임: 119·경찰 출동 시 고인의 '병력'을 적극적으로 알리세요. 경황이 없겠지만, 사망 현장에 출동한 119 구급대원이나 경찰에게 고인의 평소 지병(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과거 심장질환 병력 등)을 구체적으로 진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 내용이 초기 구급활동일지나 경찰의 변사자 조사 기록에 남게 되면, 추후 보험사와의 분쟁에서 사망 원인을 추정하는 강력한 정황 증거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2. 입증 책임의 완화: 법원은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정밀 검사가 불가능한 경우, '합리적으로 의심할 여지 없는 진단'이 있었다면 약관상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부검 없이도 의학적 정황(혈액 검사, 과거 병력 등)만 확실하다면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길을 넓혀준 것입니다.
3. 검안의 소견의 중요성: '진단서'의 문구 하나가 보험금을 가릅니다. 시체검안서나 사망진단서의 '사망 원인'란에 단순히 '미상'이나 '심정지'라고만 적혀 있으면 보험금 청구가 어려워집니다. 검안 의사에게 사망 당시의 상황과 고인의 병력을 충분히 설명하고, 가능하다면 '급성심근경색 의증(추정)' 또는 '심장성 급사 추정'과 같이 최대한 구체적인 병명이 기재되도록 정중히 요청해야 합니다. 의사는 의학적 근거 없이 진단명을 써줄 순 없지만, 유족이 제공한 정보가 판단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번 사례에서는 단순히 '사인 미상'이나 '심정지'로 처리되지 않고, 검안 당시 '심장 효소 검사(Troponin T)'와 같은 구체적인 의학적 조치가 이뤄진 것이 승소의 결정적 요인이 됐습니다.
4. 이번 판결의 핵심은 '종합적인 입증'입니다: 이번 사건은 '트로포닌 T' 혈액 검사 결과가 결정적이었지만, 만약 그런 결정적 검사 결과가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포기하기엔 이릅니다. 법원은 '고도의 개연성'을 봅니다. 즉 ▲평소 흉통을 호소했다는 가족/지인의 진술 ▲최근 병원 진료기록 및 약물 처방 내역 ▲건강검진 결과상의 위험 인자 등을 종합적으로 모아 "심근경색 외에는 다른 사망 원인을 생각하기 어렵다"는 점을 입증해낸다면 승산이 있습니다.
5. 보험사의 '자문의 소견'을 맹신하지 마세요: 보험사는 지급 거절 시, 자신들과 계약된 의료 자문 기관의 소견서를 근거로 내세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보험사에 유리하게 작성됐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에 맞서기 위해서는 유족 측도 법원의 신체감정이나 다른 전문의의 객관적인 소견을 확보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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