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판결) 농업 종사자, 선박 조기장으로 직업 변경 안 알렸다고 보험계약 해지 못해


글 : 임용수 변호사


농업 종사자가 보험사에 알리지 않고 위험도가 높은 선박 조기장으로 근무하던 중 만취 상태서 선박으로 돌아오다 해상으로 추락해 사망한 경우, '계약 후 알릴 의무(상법상 통지의무)'를 위반했다고 하더라도 면책 사유나 해지사유 등에 관한 약관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은 보험사는 그 약관의 내용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으므로 변경 전의 직업 등급으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임용수 변호사[보험 전문]가 이번 판결 내용을 [단독] 소식으로 알려 드리고,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입니다. 보험소송 의뢰를 하거나 보험법 자문(의견서) 또는 법률상담을 원하는 분들은 '위치와 연락'에 열거된 보험 관련 서류 등 자료 전부를 지참하고 방문해 주세요.]

창원지법 제1민사부[재판장 양상익 부장판사]는 노 모 씨의 유족이 삼성화재해상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 삼성화재의 항소를 기각하고 '삼성화재는 유족에게 1억 원의 보험금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한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고 밝혔다.1)

노 씨는 2017년 7월 서귀포시 화순항에 시멘트 하역 작업을 위해 정박 중이던 2215톤급 운반선에서 내린 후 걸어서 이동, 서귀포시에 있는 한 마트에서 소주 2병을 구입해 마셨다. 노 씨는 만취 상태로 화순항까지 약 1.1km 거리를 걸어서 선박으로 돌아오던 중 선박과 안벽 사이에 추락했고 안벽 사이에 설치된 고무 재질의 펜더와 선박 사이에 끼여 숨졌다.  

유족이 사망보험금을 청구했지만, 삼성화재는 2018년 1월 유족에게 "보험금 청구에 대한 회신"이라는 제목하에 '직업 또는 직무를 변경한 경우 알릴 의무가 있으며 계약 후 알릴 의무를 위반했을 때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선박승무원이 직무상 선박에 탑승하고 있는 동안 발생한 사고는 보상하지 않는 손해로 정의하고 있다'며 '따라서 보험계약을 해지하고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회신했다. 이에 반발한 유족은 삼성화재를 상대로 "상해사망보험금 1억 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노 씨는 2013년 7월 삼성화재의 보험에 가입할 당시 선원 근무를 그만두고 농사일을 하고 있었으므로 직업을 농업 종사자로 고지했다. 노 씨는 2017년 5월부터 다시 선원으로 근무했고, 사망 당시에는 선박의 조기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보험계약 당시 노 씨가 가입한 보험상품의 해당 약관 조항에는 '선박승무원, 어부, 사공, 그 밖에 선박에 탑승하는 것을 직무로 하는 사람이 직무상 선박에 탑승하고 있는 동안' 상해 관련 보험금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계약 전 알릴 의무를 위반하고 그 의무가 중요한 사항에 해당하는 경우' 손해의 발생 여부에 관계없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었다.


재판부는 「해당 약관조항은 삼성화재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유 또는 해지사유 등을 정하고 있는데, 해당 약관조항이 보험계약에 포함되면 노 씨 또는 상속인들이 보험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급받지 못하게 되므로 해당 약관조항은 보험계약의 매우 중요한 내용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해당 약관조항은 '사고 발생의 위험이 현저하게 변경 또는 증가'에 해당함을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알았는지 여부를 묻지 않고 직업 또는 직무가 변경되기만 하면 바로 통지하도록 함으로써 상법 규정에 비해 통지의무를 가중하고 있으므로, 해당 약관조항이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라거나 상법에 정해진 것을 되풀이 또는 부연한 정도의 조항이라고 보기도 어렵다」며 「따라서 해당 약관조항은 삼성화재가 설명해야 하는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보험청약서 중 노 씨의 직업, 월평균소득, 키와 몸무게에 관한 자필 글씨가 노 씨가 서명한 글씨와 육안으로도 식별이 가능할 정도로 다른 필체인 점, 보험청약서나 노 씨와 삼성화재의 직원과의 전화 통화 녹취록에 해당 약관조항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이 명시돼 있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하면, 삼성화재가 해당 약관조항에 관해 설명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삼성화재는 해당 약관조항을 보험계약의 내용을 주장할 수 없다」며 「결국 해당 약관조항에 따른 통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했다는 삼성화재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위험급수에 따른 비례보상도 해당 약관조항에 대한 설명의무를 이행함을 전제로 인정되므로 보험계약에 따른 일부 해지 주장도 인정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변경된 직업 등급(사고 당시의 실제 직업급수 3급/선원)에 따른 보험금이 아니라 일부 해지가 인정되지 않은 상태의 변경 전 직업 등급(계약 당시의 직업급수 2급/농업종사자)에 따른 보험금 전액을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보험사가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는 약관의 중요한 내용이란 보험에 가입하는 고객의 이해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으로서, 그 사항의 앎과 모름이 계약 체결 여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항을 의미한다. 즉 객관적으로 봐서 보험계약자가 그런 사실을 알았더라면 보험사와 보험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으리라고 인정될 만한 사항이다. 구체적으로는 보험료 금액과 그 지급 방법, 보험금액, 보험기간, 보험사의 책임 범위와 면책사유 또는 해지사유 등을 들 수 있다.2) 선원 면책조항이나 계약 후 알릴의무 및 그 위반 시의 효과에 관한 조항도 보험금 지급 의무의 존부를 결정하게 하는 사항으로서 보험계약자 내지 피보험자의 이해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약관의 중요한 내용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험사가 설명의무를 부담하는 약관 조항에 해당한다는 것이 하급심 판례의 주류적 입장이다. 

보험사가 약관 설명의무를 위반한 경우 보험계약자는 보험계약이 성립한 날부터 1개월 안에 그 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상법상 취소권이 있다. 그러나 상법상 취소권의 행사 기간 안에 계약을 취소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보험계약자는 다시 약관규제법을 근거로 그 약관의 효력을 부인할 수 있다. 상법뿐 아니라 약관규제법도 중복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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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21년 8월 26일

1) 창원지방법원 2021. 6. 18. 선고 2019나63284 판결. 
2) 임용수, 제1판 보험법, 82면;  임용수, 제3판 보험법, 보험약관 설명의 대상 | LAWPIP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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