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판결) 손해사정 중간보고 후 1개월 지나면 보험계약 해지권 소멸, 보험금 지급해야


글 : 임용수 변호사


보험사가 손해사정회사로부터 손해사정 중간보고를 받은 때부터 1개월이 지난 시점에 해지 통지를 했다면 보험계약 해지의 의사표시는 효력이 없으므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보험사가 보험 가입자의 고지의무 위반 사실을 알고 1개월 안에 해지를 통보하지 않았다면 보험계약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취지의 판결입니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손해사정 의뢰일로부터 10~20일 정도 기간 이내에 손해사정 보고서가 제출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중간 손해사정 보고서가 제출되는 것이 일반적인데도 불구하고, 현대해상은 손해사정 의뢰일로부터 73일이 지나서야 처음으로 손해사정 보고서를 받았다는 듯이 이런저런 이유를 대고 3년 이상 소송을 끌며 버텼지만 끝내 패소했습니다.   

보험 가입자(환자) 측을 위해 소송대리를 했던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 사법연수원 28기)가 판결의 주요 내용을 [단독] 소개하고, 변호사의 의견을 담은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여 드립니다. 

수원지법 민사1부(재판장 장재윤 부장판사)는 현대해상화재보험이 한 모 씨(소송대리인 변호사 임용수)를 상대로 낸 채무 부존재 확인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현대해상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마찬가지로 한 씨 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1)

한 씨는 지난 2013년 5월 현대해상과 보험계약을 체결한 후, 3개월이 지난 2013년 9월 희귀 질환인 고립성 형질 세포종(solitary plasmacytoma)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다가 2015년 8월 말 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이에 현대해상으로부터 손해사정 위임을 받은 손해사정회사의 사고 조사 결과, 한 씨가 보험계약 직전까지 여러 차례 입원, 통원 및 수술 치료를 받았고 다른 보험사로부터 입원 등을 이유로 진단금 및 의료비를 청구해 지급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2015년 9월 무렵 손해사정회사로부터 구두 보고 내지 중간보고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현대해상은 그해 11월 9일 보험금 지급을 거절, 보험계약을 해지한다는 내용의 해지 통고를 한 뒤 다음날 한 씨를 상대로 채무 부존재 확인을 구하는 소장을 법원에 냈습니다. 한 씨 측은 이에 맞서 그때까지의 보험금 1억 7900여 만원을 청구하는 반소를 냈습니다.


현행 상법 제651조(고지의무 위반으로 인한 계약해지)는 '보험계약 당시에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해 중요한 사항을 고지하지 않거나 부실의 고지를 한 때는 보험사는 그 사실을 안 날부터 1개월 내에, 계약을 체결한 날부터 3년 내에 한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손해사정 중간보고를 받았다면 고지의무 위반 사실 알았다고 봐야


재판부는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해지권 행사 기간의 기산점으로서 '보험사가 고지의무 위반 사실을 안 날'이란 단순히 고지의무 위반 사실이 있음을 의심할 만한 사유가 있다고 믿은 때가 아니라 고지의무 위반 사실에 관한 확실한 증거를 확보한 때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나, 손해사정회사로부터 손해사정 중간보고를 받은 시점에는 그런 의무 위반 사실을 알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현대해상은 소 제기일 전날이자 보험계약 해지 통지 이후에 작성된 2015년 11월 9일자 손해사정 보고서 이외에 다른 보고서는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작성 일자보다 앞선 2015년 11월 6일 2015년 11월 9일자 보고서가 접수된 것과 같은 전산 자료를 제출하고 있지만 전산 자료는 조작 가능성이 매우 높고 그 보고서 접수일 역시 여전히 보험계약 해지일 이후에 해당해 무엇을 근거로 보험계약 해지 통고를 했는지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고 덧붙여 설명했습니다.

제척기간이 지난 보험계약 해지 의사표시는 무효


그러면서 「현대해상은 고지의무 위반 사실을 늦어도 2015년 9월 무렵 보고를 받아 알았다고 봐야 하고, 그로부터 1개월이 지난 시점에 한 씨에게 이를 통지했음이 역수상 명백하므로, 현대해상의 보험계약 해지 의사표시는 제척기간인 1개월이 지나 이뤄진 것으로서 효력이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편집자 주] 이번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 메모'는 실제 소송에서의 주장 중 일부만 게재했으며, 일부 내용은 이 블로그 포스팅에 적합하게 변경된 것임을 알려 드립니다. 알면 상식이 쌓이고 유익한 보험이야기, 시작합니다. 


고지의무 위반을 사유로 한 해지권의 행사에 있어서는 보험 업무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보험사에게 해지권 행사 여부를 단기에 결정하게 함으로써 고지의무 위반을 둘러싼 법률관계를 조속히 확정시켜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법적 지위의 불안정을 피하도록 하기 위해 상법 제651조와 보험사들의 약관에 단기의 제척기간을 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현대해상은 '제척기간 제도는 권리자의 권리 행사를 제약하는 면이 강하기 때문에 객관적인 근거 자료를 기초로 해서 엄격하게 인정할 필요가 있다'며 매우 이례적인 주장을 했습니다. 

그러나 제척기간 제도를 보험사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현대해상의 주장은 아전인수 그 자체입니다. 보험사의 해지권 행사 기간에 관한 제척기간을 둔 이유는 보험사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법률관계의 조속 확정으로 보험계약자 측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입니다.

한편, 현대해상과 같은 손해보험사의 보험 약관에는 회사가 보험금 지급 사유의 조사 및 확인을 위해 서류 접수 후 3영업일의 지급기일 초과가 명백히 예상되는 경우 그 구체적인 사유, 지급 예정일 및 보험금 가지급 제도에 대해 피보험자 또는 보험수익자에게 즉시 통지해주고, 다만 지급 예정일은 일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보험금 등 청구 서류를 접수한 날부터 30영업일 이내에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통상적으로 보험사들의 인보험(생명보험, 상해보험, 질병보험 등) 약관에는 접수일로부터 3영업일 이내에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고, "다만, 보험금의 경우 지급 사유의 조사나 확인이 필요한 때는 접수 후 10영업일 이내에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보험금 지급 사유의 조사나 확인이 필요한 기간을 접수 후 10영업일로 설정해 10영업일 이내에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인보험의 경우 통상적으로 10일 정도의 보험사고 조사나 확인 기간이 소요되지만, 손해보험사의 보험 약관은 보험사의 이익에 더 치중해 통상의 인보험과는 달리 보험금 지급 사유의 조사 및 확인을 위한 기간을 특별히 장기간으로 설정하고 있습니다(그렇지만 이 약관 규정을 무효라고 보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즉 최대 30영업일의 사고 조사 기간에 사고 조사를 종료하고 30영업일 이내로 정한 지급 예정일에 보험금을 지급하겠다는 취지로 안내(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판결 사안에서, 손해사정 위임 및 수임 시점(2015년 8월 27일)부터 아무런 중간보고도 없이 73일을 경과한 시점인 2015년 11월 9일에서야 최종 보고서만을 제출받았다는 현대해상의 주장은 신빙성이 거의 없습니다. 

특히 현대해상과 같은 큰 회사 조직에서 조직 내부의 결제 절차 없이, 손해사정회사의 2015년 11월 9일자 최종 보고서를 받은 날부터 단 하루(1일)만인 2015년 11월 10일에 초스피드(超speed)로 채무 부존재 확인 청구의 소를 제기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자연인 개인도 '고지의무 위반 사실을 확실히 안 날'로부터 단 하루만에 소송을 제기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현대해상은 다른 중간보고서를 통해 즉 이미 중간보고서를 받아보고('고지의무 위반 사실을 확실히 알았고') 또한 보험사고정보시스템(ICPS)에서 가입 전 질병을 확인하고 채무 부존재 확인 청구의 소를 제기하기로 결정한 다음 소송대리인을 미리 선임했던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최종보고서를 받은 날로부터 단 하루만에 소송 제기가 가능했던 것입니다.

1, 2심 모두 한 씨 측의 고지의무 위반 사실을 인정했고, 나아가 한 씨 측의 고지의무 위반 사실인 '원인 불명의 열'(FUO, 불명열)과 보험사고인 '암'(림프종) 진단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도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하지만 앞서 본 바와 같이 해지권의 제척기간 1개월 도과로 현대해상의 보험계약 해지 의사표시가 효력이 없다는 이유로 보험 가입자 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2019년 선고된 하급심 판결 중에는, 보험사가 보험금 청구를 받고 1개월(30일) 이상 사고 조사를 진행하던 도중 피보험자에 대한 기왕의 진료 기록을 입수해 출력한 사실이 있다면 적어도 그 진료 기록을 출력한 날 무렵에는 고지의무 위반 사실을 알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한 사례가 있습니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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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9년 1월 11일
  • 최종 수정일 : 2020년 9월 6일(재등록)

1) 확정된 판결입니다.
2) 1차 수정일 : 2019년 2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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