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술먹고 비아그라 복용 뒤 성교 행위 중 심장마비 돌연사, 재해사망 인정 안돼

글 : 임용수 변호사


동맥 경화증이 있는 사람이 술을 많이 마시고 비아그라를 먹은 뒤 유흥 주점 여종업원과 성교를 시도하다 심장마비로 갑자기 숨졌다면,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 소식을 전하고 해설합니다.

부산고법 민사1부(재판장 김신 부장판사)는 하 모 씨 등 유족들이 비아그라를 복용한 뒤 성관계를 시도하다 숨진 이 모 씨의 가입 보험금을 지급하라며 삼성생명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유족들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고패소 판결했던 1심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1)

재판부는 「보험계약에서 담보되는 '재해'란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서 그 사고의 원인이 피보험자의 신체 외부로부터 작용하는 것을 말하고 신체의 질병 등과 같은 내부적 원인에 의한 것은 제외되며, 또한 질병 또는 체질적 요인이 있는 자로서 경미한 외부 요인에  의해 발병하거나 또는 그 증상이 더욱 악화됐을 때는 그 경미한 외부 요인은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로 볼 수 없고, 재해로 인한 사망을 원인으로 보험금을 청구할 경우 이런 사고의 외래성 및 사망이라는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에 대해서는 보험금 청구자에게 입증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결(2001다27579)을 인용했습니다.

이어 「이 씨가 약 2시간 30분 동안 양주 5병을 나눠 마셔 혈중 알코올 농도 0.11% 상태에서 주점 여종업원과 성교를 시도한 사실은 인정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씨에게는 오래 전부터 기존 질환인 관상 동맥 경화에 의한 심근 경색이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밝혀졌다」는 이 씨에 대한 부검(조직검사) 결과와 함께 「이 씨는 당시 경미한 외부 요인만으로도 동맥 경화에 의한 심근 경색으로 사망할 정도로 심장이 매우 좋지 않았던 상태였다(이 씨의 심장이 매우 좋지 않았고, 한마디로 걸어 다니는 시한폭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는 부검 의사의 소견이 있었음을 지적했습니다.


이어 「부검 결과 당시 이 씨가 비아그라를 복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설령 비아그라 복용으로 심장에 부담을 줘 사망에 영향을 미쳤다고 하더라도, 직접사인은 기존 질환인 관상 동맥 질환이고 비아그라 복용으로 인한 그 영향은 매우 경미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씨의 사망은 약관상의 재해보다 평소 지병인 관상 동맥 경화 등으로 발병됐거나 술을 많이 마신 상태에서 성교라는 경미한 외부적 요인에 의해 악화돼 초래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판시했습니다.

40대 후반이었던 이 씨는 친구 4명과 함께 유흥주점에서 밤늦게까지 술을 마신 뒤 접대부와 함께 근처 여관에 들어갔습니다. 접대부는 다음날 새벽 여관을 나왔고, 이 씨는 같은 날 오후에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이 씨의 유족들은 재해사망이라며 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이 씨의 사망을 재해사망으로 인정하지 않고 단순 일반사망으로 인정해 일반사망보험금만을 지급했을 뿐 재해사망 보험금의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하 씨는 남편 이 씨가 술을 많이 마신 상태에서 발기 보조제인 비아그라를 먹고 유흥 주점 여종업원과 무리하게 성교를 하려다 심장마비로 숨졌으므로 재해로 말미암아 숨졌다고 봐야 하고, 따라서 삼성생명은 일반사망이 아니라 재해사망 기준으로 보험금 8200만 원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며 소송을 냈습니다.

앞서 1심도 이 씨가 관상 동맥 경화 등의 질환이 있어 음주와 성교 시도 행위로 사망 위험이 정상인보다 더욱 상승해 사망했다고 볼 수 있다는 이유로 원고패소 판결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비아그라(Viagra)는 미국의 제약회사인 파이저(Pfizer)사가 1998년 4월에 발매한 경구용(먹는) 남성 발기 부전 치료제입니다. 비아그라는 원래 협심증 치료제로 개발된 것이었으나 임상 실험 과정에서 남성 발기 부전 치료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것이 우연히 알려지면서 발기 부전 치료제로 발전하게 된 것입니다. 임상 실험 결과 부작용은 두통, 안면 홍조, 소화 불량, 시야 흐림, 코막힘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심혈관계 질환을 가진 환자들이 성행위를 할 경우 심장에 대한 위험의 가능성이 증가하고, 외국의 경우 심혈관계 이상 반응으로 인한 사망 등이 보고된 적도 있습니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비아그라를 전문의 처방에 의해서만 판매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술과 비아그라를 동시에 복용하는 경우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므로, 비아그라 복용 시에는 약사의 철저한 복약 지도하에 복용해야 하고 혈압 상승에 대해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유사한 사건에서 관상 동맥 경화 등의 질환이 있는 피보험자가 음주를 한 상태에서 성교를 시도하다 숨진 경우 사망의 직접적이고도 주된 원인은 외래의 요인보다는 사망자가 평소 가지고 있던 관상 동맥 경화와 심근 경색이라고 본 판결이 있습니다. 

다만 이 사건의 경우 이 씨가 과음 상태였고 술을 마신 외부적 요인이 사망의 직접적이고 주된 원인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거나 또는 구토 후 질식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재해사망이 될 수도 있었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합니다. 최근에 선고된 대구고법 판결은 평소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체질이었던 피보험자가 사망 전 날 밤 오후 9시경 노래방에서 친구와 노래를 부르며 맥주를 3잔 가량을 마신 뒤 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안에서 피보험자가 알코올에 의한 급성 중독으로 사망했을 가능성보다는 구토로 질식사 했을 가능성이 더 크므로, 보험사는 사망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판결] 음주로 인한 구토 후 질식사 추정 가능성 크다면 우연한 외래 사고 보험금 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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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8년 4월 21일
  • 1차 수정일 : 2020년 8월 8일(재등록)

1) 확정된 판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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