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판결) 보험금 취득 목적으로 병리학적 진단 회피하지 않았다면 암진단비 지급해라


글 : 임용수 변호사


환자가 나중에 보험금을 취득할 목적을 가지고 폐암에 관한 병리학적 진단을 의도적으로 회피하지 않았다면, 보험사는 암 진단비 전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 내용을 [단독] 소식으로 전하고 해설합니다.

대구고법 민사1부(재판장 정용달 부장판사)는 흥국화재해상보험이 폐암으로 사망한 이 모 씨의 유족들을 상대로 낸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의 항소심에서 흥국화재의 항소를 기각하고 "흥국화재는 유족들에게 85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유족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1)

이 씨는 2013년 5월 삼성서울병원에서 폐암(5번 흉추 전이)으로 임상적 추정 진단을 받았고, 2013년 12월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조직 검사 결과 뼈로 전이된 비소세포 폐암으로 확정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 씨는 며칠 뒤 흥국화재에게 암 진단비 보험금을 신청했으나, 흥국화재는 이 씨가 보험 가입일부터 1년 이내에 암 확정 진단을 받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진단을 회피했기 때문에 가입 후 1년 이내에 암 확정 진단을 받은 경우와 같다는 이유로 2014년 3월 이 씨에게 폐암 진단으로 인한 약정 보험금 7000만 원(= 일반암 진단비 3000만 원 + 소액암 이외의 암 진단비 4000만 원)의 50%인 3500만 원만 지급했습니다. 

이 씨는 2014년 12월 사망했습니다. 당시 이 씨의 유족으로는 처와 자녀 2명이 있었습니다. 유족들은 2015년 1월 흥국화재에게 이 씨의 암 진단비 7000만 원 중 이미 지급한 3500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3500만 원과 사망보험금 5000만 원의 합계금 8500만 원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동부화재는 사망보험금 5000만 원을 초과하는 보험금 지급 채무를 지지 않는다며 소송을 냈습니다.

병리학적 진단 회피?

재판부는 「이 씨가 양산부산대학교병원 및 삼성서울병원에서 받은 여러 검사에도 불구하고 병리학적인 확진이 가능하지 않아 기관지 내시경 초음파 검사와 이를 이용한 조직 검사가 예정돼 있었으나 이 씨가 퇴원해 이를 시행하지 못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이 씨가 2013월 12월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조직 검사 즉 병리학적 진단을 통해 폐암으로 확정 진단을 받고 같은 달 31일 흥국화재에게 암 진단비 보험금을 청구한 사실은 있지만, 그런 사실만으로는 이 씨가 추후 보험금 전부를 지급받을 목적을 가지고 병리학적 진단을 의도적으로 회피했다거나 이후 보험금을 청구하는 것이 권리 남용 또는 신의칙 위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이어 「오히려 폐암을 확진하는 방법은 조직 검사가 유일한데 이 씨는 기관지 내시경 조직 검사를 받았으나 악성의 증거가 관찰되지 않았고 그 외에도 다른 검사를 여러 차례 받은 사실, 이 씨가 병리학적 확정 진단을 받고 보험금을 청구한 후 1년도 채 되지 않아 사망한 사실을 종합하면, 이 씨에게 보험금 전부를 지급받을 목적이나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이 씨가 양산부산대학교병원 및 삼성서울병원에서 보험 가입일부터 1년 이내에 받은 검사 및 진단만으로는 병리학적 진단을 대체할 수 있는 임상학적 진단의 기록 또는 증거라고 보기 어렵고, 따라서 1년 이내에 폐암 확정 진단이 내려진 경우와 동일하게 취급해야 한다는 동부화재의 주장도 이유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보험회사들의 약관에는 암 진단 보험금 지급 요건을 암의 실제 발생일이 아니라 암의 진단 확정일을 기준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피보험자의 신체에 있는 암의 '존재 그 자체'가 아니라 암의 '진단 확정'이 암 진단비 지급 사유입니다. 이것은 여러 보험계약자들에 대한 관계에서 보험사고 발생일을 객관적으로 명확하게 확정하기 위한 규정입니다. 

일반적으로 암 진단비 약관에는 암의 진단 확정이 해부병리 또는 임상병리의 전문의사 자격증을 가진 자에 의해 내려져야 하며, 이 진단은 조직 검사, 미세침 흡인 검사 또는 혈액 검사에 대한 현미경 소견을 기초로 한 병리학적 진단이어야 하지만, 그런 병리학적 진단이 가능하지 않을 때만 암에 대한 임상학적 진단이 암의 증거로 인정되고 이 경우 피보험자가 암으로 진단 또는 치료를 받고 있음을 증명할 만한 의사가 작성한 문서화된 기록 또는 증거가 있어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여기서 「병리학적 진단이 가능하지 않을 때는 피보험자가 암으로 진단 또는 치료를 받고 있음을 증명할 만한 문서화된 기록 또는 증거가 있어야 한다」는 규정 내용은 병리학적 진단이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진단 또는 치료를 받고 있음을 증명할 만한 다른 증거를 제출해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입니다. 

따라서 '암의 병리학적 진단이 가능하지 않을 때'란 병리학적 진단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경우2)라거나 실제 암의 발병 부위나 특성에 따라 암 치료 개시 전에 병리학적 진단을 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라거나 병리학적 진단이 가능하지 않은 경우3) 등을 의미합니다.  

​피보험자가 보험금을 탈 목적으로 병리학적 진단을 의도적으로 회피한 후 보험금을 받을 수 없는 사정이 해소된 다음 보험금을 청구하는 것은 권리 남용 또는 신의칙 위반으로 허용될 수 없습니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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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8년 5월 5일
  • 1차 수정일 : 2020년 8월 14일(재등록)

1) 대구고등법원 2016. 1. 26. 선고 2015나22251, 2015나22268 판결. 
2) 예컨대, '피보험자가 임상학적 진단을 받은 뒤 조직검사 등 병리학적 진단을 받을 겨를도 없이 십 수일만에 사망한 경우'를 말합니다.
3) 예컨대, '환자의 몸에서 종양이 발견됐더라도 치료 전에 종양을 일부 떼어내 조직검사를 할 수 없어 임상적 진단을 한 후 수술을 통해 제거한 종양조직을 검사해 최종 병리학적 암 진단을 하게 되는 경우'를 말합니다.
4) 대법원 2003. 5. 16. 선고 2002다60986 판결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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