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판결) 악성 종양만큼 위험한 양성 종양, 임상학적 암 진단 보험금 지급 사유?


병리학적 진단

글 : 임용수 변호사


수술을 통한 완치가 어렵고 재발 가능성이 높아 악성 종양에 준할 만큼 위험한 양성 종양이더라도 그 위험성만으로 암 보험금 지급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 전문변호사, 사법연수원 28기)가 판결 내용을 [단독] 보도하고, 변호사의 의견을 담은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여 드립니다. 보험소송 의뢰 및 보험법 자문과 관련해 문의 사항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대법원 민사2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황 모씨가 농협생명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의 상고심에서 황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패소 판결했던 원심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황씨는 2006년 12월 아내를 피보험자로 해 농협생명의 암보험에 가입했습니다. 황씨가 가입한 암 보험 약관은 피보험자(보험대상자)의 신체에서 발견된 종양에 대해 조직검사 등 병리학적 진단에 의해 암 진단 확정을 받았을 때 보험금을 지급하고, 병리학적 진단이 가능하지 않을 때만 임상학적 진단을 암의 증거로 인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황씨의 아내는 2007년과 2013년 두 차례에 걸쳐 뇌종양 제거 수술을 받았습니다. 두 번째 수술 직후 종양 조직검사에서 '상세 불명의 수막의 양성 신생물(D32.9)' 즉 양성종양에 해당한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후 황씨의 아내를 계속 추적관찰한 담당 의사는 2015년 3월 '상세불명의 수막의 악성신생물(C70.9)'에 해당한다는 진단서를 발급했고, 같은해 4월에는 "조직학적으로 양성종양에 해당하나 수술 이후 경과와 환자의 현재 상태 등을 종합한 결과 임상학적으로 '상세 불명의 수막의 악성 신생물(C70.9)'에 해당한다"는 진료 확인서를 발급했습니다. 황씨의 아내를 수술한 병원은 재판 도중 다음과 같은 소견을 법원에 제출했습니다.


뇌수막종의 경우 악성종양으로 최종적으로 진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세포의 모양 등 형태학적인 기준에 따라서 악성 뇌종양과 양성 뇌종양으로 결정이 되지만, 이들의 행실, 예를 들어서 성장하는 속도나 재발까지의 시간, 타 장기로의 전이, 주변 조직으로의 침습과 파괴적인 성향 등이 반드시 이러한 형태학적인 기준을 반영하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양성 뇌종양이라고 하더라도 그 행실이 불량하면 양성 뇌종양에서 사용하지 않는 수술 후 항암 치료나 방사선 치료를 시행해야 하는 경우가 있으며, 반대로 악성 뇌종양이라고 하더라도 행실이 양호하면 오히려 양성 뇌종양1)보다 생존기간이 길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본인은 수술 도중 확인한 소견들, 즉 정맥동으로의 공격적인 침습 여부, 양성 뇌종양과 달리 신생혈관, 조직의 괴사 여부와 함께 수술로 얻어진 세포의 증식 정도를 표시하는 Ki67이 5%로 증가된 점 등을 고려해 그 행실이 아주 불량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황씨의 아내에게 발생한 뇌종양은 대뇌에서 가장 큰 정맥계인 상부 시상 정맥동과 횡정맥동이 교차하는 토큘라(torcula)라는 부위에서 발생한 뇌수막종으로, 이 부위에서 발생하는 뇌수막종은 전 세계적으로 드물게 보고되는 부위로 교과서적으로도 그 분류가 없는 아주 드문 위치입니다. 양측 후두엽을 모두 침범하고 있어 시각 중추의 기능을 손상시키는 부위로 완전 절제가 불가능한 부위입니다. 만약 이 부위의 뇌수막종을 완전 절제하기 위해서는 두 개의 가장 큰 대뇌의 정맥계를 절제해야 하는데 이 경우 사람은 생존할 수 없습니다.

악성종양 (암)

이 사건 수술 이후 최종 진단이 내려지기까지 황씨의 아내는 양측의 시야가 모두 상실된 상태로 암흑 속에서 불빛을 겨우 인지할 정도로 시각 기능의 저하가 극심했습니다.

► 이 사건 수술에서는 종양의 많은 부분을 제거해 추가적인 항암치료는 실시하지 않았고, 추적관찰 중에 종양이 성장하면 항암치료를 고려하는 상황입니다. 황씨의 아내가 2007. 6. 18. 처음으로 뇌수막종 부분절제술을 시행할 당시에는 종양의 많은 부분이 남아 있어 2011. 7.경부터 이 사건 수술 이전까지 경구용 항암제인 하이드록시유레아를 복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종양이 계속 자랐고, 환자의 상태가 계속해 나빠진 것은 이 종양의 행실이 나쁜 뇌종양임을 뒷받침하는 증거라고 할 것입니다.

이 사건 수술 직후 황씨의 아내가 진단받은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상 진단명과 진단코드는 상세불명의 수막의 양성신생물(D32.9)이나, 이를 최종 병명의 진단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이 사건 수술 이후 경과와 환자의 현재 상태 등을 종합한 결과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상 황씨 아내의 진단명과 진단코드는 상세불명의 수막의 악성신생물(C70.9)2)이라고 할 것입니다. 

1심과 2심이 엇갈린 판결

1심인 서울서부지방법원 민사3단독 추성엽 판사는 "비록 조직학적으로 악성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임상학적으로 볼 때 악성이라면 이는 보험에서 보장하는 '암'에 해당한다"며 "황씨 아내의 뇌수막종은 뇌의 내부라는 생명과 직결되는 위험한 부위에 발생된 것으로 조직의 증식이 있고 주위 조직으로 침범하기 시작했으며, 임상적으로 그 진행이 생명에 큰 위험을 줄 수 있었던 관계로 임상적으로 악성종양에 준하므로 암 보험금 지급 대상에 해당한다"며 지난해 6월 황씨 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그러나 2심법원인 서울서부지방법원 민사합의1부(재판장 신종열 부장판사)는 황씨 아내의 종양이 조직검사 결과 '양성'이라는 병리학적 진단을 받았기 때문에 다른 임상학적 진단과 관계없이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다는 농협생명의 주장을 받아들여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며 농협생명의 손을 들어줬고, 황씨는 대법원에 상고를 냈습니다.

대법원은 황씨 아내의 종양이 수술을 통한 완치가 어렵고 재발 가능성이 높으며 신경학적 장해가 발생한 것은 인정된다면서도, 「황씨 아내의 상세불명의 뇌수막종은 발생 위치, 치료 방법, 예후 등에 비춰 임상학적으로 악성종양에 준한다고 볼 수 있지만, 병리학적으로는 악성종양에 해당하지 않음이 명백하므로 임상학적 진단 등 다른 증거가 보충적으로 적용될 수 없고, 보험계약 체결 당시 '악성종양에 준할 만큼 위험한 양성 종양도 악성 종양으로 보고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약정하지 않은 이상 단순히 그 위험성만으로 명시적 약정에 반해 보험금을 지급할 수는 없다」고 판시한 원심 판단이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보험약관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상고이유에서 들고 있는 대법원 2002. 7. 12. 선고 2002다19940 판결은 사안을 달리해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 해설과 법률 조언 -


이 판결에서 대법원 2002. 7. 12. 선고 2002다19940 판결(비교 대상 판결)은 '사안'을 달리해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판시했는데, 권리 구제를 목적으로 하는 사법부의 최고법원인 대법원 판결의 신뢰성을 얻는다는 측면에서 어떻게 '사안'을 달리하고 있다는 것인지에 대해 일반인들이 수긍할 만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적시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02다19940 판결 즉 비교 대상 판결은 "비록 조직학적으로 악성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임상학적으로 볼 때 악성이라면 이는 보험에서 담보하는 '암'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한 사례입니다.


설시 이유를 살펴보면, 비교 대상 판결은 먼저 "악성신생물의 사전적 의미는 조절할 수 없는 증식을 보이는 종양으로 주위 조직을 침범하고 다른 곳으로 전이되는 경향을 보이거나 악성 종양세포로 구성되는 경우를 뜻하는 반면, 양성 종양이라 함은 조직의 증식이 있으나 주위 조직의 침범이나 전이가 없어 임상진행이 비교적 한정적이고 생명에는 큰 위험이 없는 경우를 일컫는다. 일반적으로 뇌하수체 종양의 경우 조직학적 소견은 대부분의 경우 양성이나, 임상적 소견은 수술로 완치가 가능한 경우는 양성(D35.2)으로 분류되지만, 종양이 주위 조직을 침범해 수술로써 완치가 불가능하고 재발의 가능성이 있어 방사선 치료 등의 보조 요법이 필요하며, 진행 시에는 생명의 위험이나 신경학적 장해가 발생할 수 있는 경우에는 악성(C75.1 뇌하수체 악성종양)에 준하는 것으로 분류되고 있다. 피보험자는 두통, 시력 감퇴, 시야 상실 등의 증상으로 뇌하수체 종양의 진단을 받고 종양의 2/3 정도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는데, 피보험자의 뇌하수체 종양은 조직학적으로는 양성이나 두 개강 내에서 성장함에 따라 신경학적 증상의 악화를 유발하게 되어 생명의 위험도가 매우 높아 임상적으로는 악성 종양에 준할 수 있다."고 사실 인정을 했습니다. 

이어 "피보험자의 뇌하수체 종양을 뇌의 내부라는 생명과 직결되는 위험한 부위에 발생된 것으로서 조직의 증식이 있고, 주위 조직에 침범하며, 임상적으로 그 진행이 생명에 큰 위험이 돼 임상적으로 악성종양에 준할 수 있으므로, 피보험자에게 생긴 뇌하수체 종양은 이 보험계약의 약관 별표 4의 분류번호 C73~75인 갑상선 및 기타 내분비선의 악성신생물에 해당하고, 따라서 피보험자에게 이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사고가 발생한 것"이라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의 상고기각 판결

임상학적 악성도 담보해야 한다는 취지의 비교 대상 판결을 폐기한 것이 아니라면, 이건 뇌수막종의 위험성보다 더 큰 위험성(행실 불량)을 요구하는 것은 황씨 측에게 너무 가혹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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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만큼 행실 나쁜 양성종양, 암 혹은 악성종양 여부... 엇갈린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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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험 전문변호사 = 임용수 변호사

  • 최초 등록일 : 2018년 7월 23일
  • 1차 수정일 : 2019년 5월 4일(재등록)

1) 1심 판결문에는 악성 뇌종양이라고 기재하고 있으나, 앞뒤 문맥으로 볼 때 '악성 뇌종양'은 '양성 뇌종양'을 잘못 기재한 것(오기 = 誤記)입니다.
2) 1심 판결문에는 상세불명의 수막의 악성신생물 진단코드를 D32.9로 기재하고 있으나, C70.9을 잘못 기재한 것(誤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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