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간헐적 육체노동, 주된 직업으로 볼 수 없어" 유족 손 들어줘
설계사가 임의로 선택한 직업 분류, 가입자에게 '고의 위반' 책임 묻기 어려워
창호 업체 대표가 작업 현장에서 사고로 사망했으나, 보험사가 "가입 당시 직업을 '현장관리자'로 사실과 다르게 알렸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사건에서 법원이 유족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이번 판결은 보험 가입 시 직업 고지의무의 범위와 설계사의 역할에 대한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8단독 임상은 판사는 사망한 창호 업체 대표(망인)의 배우자 정 모 씨가 롯데손해보험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보험금 1억 5,0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1)
- 사건의 발단: 안타까운 사고와 보험사의 지급 거절
망인은 2022년 10월, 배우자 정 씨를 수익자로 하는 운전자보험과 건강보험 두 건에 가입했습니다. 두 보험 모두 상해 사망 시 총 1억 5000만 원의 보험금을 지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2023년 11월, 망인이 한 아파트 작업 현장에서 카고 크레인을 타고 창틀 교체 작업을 하던 중 추락해 사망하면서 불거졌습니다.
유족이 보험금을 청구하자, 롯데손해보험은 보험계약 해지를 통보하며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롯데손해보험 측 주장의 핵심은 '계약 전 알릴 의무(고지의무) 위반'이었습니다. 계약 당시 청약서상 망인의 직업은 '건설업체관련 현장관리자'(상해급수 2급)로 기재돼 있었는데, 실제 사망 사고가 난 상황을 보면 망인이 위험 등급이 높은 '창호 설치 및 시공 업무'(상해급수 3급)를 수행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롯데손해보험은 망인이 중요한 사항을 부실하게 고지했으므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 법원의 판단 1: "주된 업무가 무엇인지 따져봐야"
임상은 판사는 롯데손해보험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은 망인의 '주된 업무'가 무엇이었느냐는 점이었습니다.
임 판사는 증거들을 종합해 망인이 창호 및 인테리어 업체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대표였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망인은 평소 직원 관리, 견적, 실측, 자재 구입 등의 관리 업무를 주로 수행했습니다. 사고 당시처럼 직접 창틀 교체 작업을 한 것은 월 1~3회 정도 작업자가 없거나 부족할 때 간헐적으로 이뤄진 업무였으며, 일상적인 주업무는 아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어쩌다 현장 일을 도왔다고 해서 그의 직업을 현장 시공 기술자로 단정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 법원의 판단 2: "설계사가 선택한 직업 분류, 가입자 중과실 아냐"
보험계약 과정에서 설계사의 역할도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됐습니다. 당시 보험계약을 중개한 설계사는 망인이 업체 대표로서 현장을 관리하는 것이 주업무라고 알고 있었으며, 그가 직접 작업을 한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습니다. 설계사는 자신의 판단에 따라 롯데손해보험의 직업 분류 중 '건설업체관련 현장관리자'를 선택해 청약서에 입력했고, 망인 측은 설계사가 작성해 온 서류에 서명만 했습니다.
임상은 판사는 이런 정황을 볼 때, 망인 측이 '현장 작업자'임에도 '현장관리자'라고 속일 의도가 있었다거나, 현장 업무를 수행하지 않는다고 적극적으로 거짓말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설사 직업 고지에 일부 오류가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보험계약을 해지할 정도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습니다. 결국 법원은 롯데손해보험의 계약 해지 주장을 배척하고, 약정된 사망보험금 1억 5000만 원 전액과 사고 발생 후 지급이 지연된 기간에 대한 이자까지 모두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이번 판결은 중소기업 대표나 자영업자처럼 관리 업무와 현장 업무를 병행하는 경우가 많은 현실에서, 보험사가 기계적인 직업 분류 잣대만으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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