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판결) 서로 싸우다 제3자를 다치게 한 경우 면책 범위 설명 없었다면 배상책임 보험금 지급해야


글 : 임용수 변호사


서로 몸싸움까지 하며 다투던 중 근처에 있던 피해자를 다치게 한 경우 보험사가 폭행 등의 행위로 인한 배상책임에 대해서 피보험자의 고의나 중과실이 없더라도 면책된다는 취지의 면책 범위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다면 피해자의 손해를 보상할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피해자 노 모 씨가 가해자 최 모 씨와 최 씨의 일상생활 중 배상책임을 담보한 보험사들인 삼성화재, 메리츠화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의 상고심에서 보험사들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고 밝혔다.1)

최 씨는 2018년 6월 자정쯤 서울 구로구에 있는 한 아파트 상가 앞 노상에서 술을 마시던 중 일행 한 명과 시비를 벌였다. 두 사람이 몸싸움까지 하며 다투던 중 최 씨가 맥주병으로 상대방의 머리를 내리치면서 그 파편이 근처에 있던 노 씨의 왼쪽 눈에 박혔다. 이 사고로 노 씨는 눈에 박힌 파편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지만 왼쪽 눈의 시력을 상실했다. 이에 노 씨는 "최 씨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최 씨와 보험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은 최 씨의 배상책임을 인정했지만 보험사들에 대한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삼성화재에 대해서는 피보험자의 폭행 또는 구타 등으로 인한 배상책임은 그 원인의 직접, 간접을 묻지 않고 보상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면책조항에 따라 보험금 지급채무는 면책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은 "삼성화재의 특약 약관에서 고의에 대한 면책규정을 이미 두고 있으므로 '폭행 또는 구타' 및 '폭력행위'에서 고의에 의한 폭행 등 행위는 제외된다고 해석된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면책조항이 삼성화재의 주장처럼 폭행 등 행위로 예견하지 않았던 중한 결과가 발생한 때 고의 또는 중과실이 없더라도 중한 결과에 대해 과실과 상당인과관계가 있으면 중한 결과에 대해서도 면책된다는 것이라면 상법 제659조의 내용을 초과하는 면책 범위에서는 보험사의 명시·설명의무의 대상이 된다"고 봤다. 그러면서 "이 부분에 대해 삼성화재가 명시·설명의무를 이행했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충분한 증거가 없다"며 최 씨에게 노 씨의 왼쪽 눈 실명에 대한 중과실이 있음을 전제로 한 삼성화재의 면책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삼성화재가 원심 판결에 불복,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했다.

재판부는 「보험사는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에게 보험약관에 기재돼 있는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에 대해 구체적이고 상세한 명시·설명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보험사는 보험계약자 등에게 약관 명시·설명의무를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이행했다는 점에 관해 주장·증명할 책임을 부담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원심의 판단에 삼성화재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면책사유 해당 여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채증법칙을 위반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이 사례에서 원심은 약관에서 피보험자의 폭행, 폭력 행위로 인한 배상책임은 그 원인의 직접, 간접을 묻지 않고 보상하지 않는다는 면책조항을 규정하고 있는 경우, 그 면책조항은 피보험자의 폭행 등 행위로 예견하지 않았던 중한 결과가 발생한 경우 그 중한 결과가 폭행 또는 구타에 의해 직접 발생한 것이 아니고 그 중한 결과에 피보험자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더라도 폭행 또는 구타와 중한 결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고 중한 결과에 대해 과실이 있다면 그 중한 결과 전반에 대해 면책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한 대법원 판결을 인용하고 있다.2) 


하지만 원심 판결이 판시한 '상법 제659조의 내용을 초과하는 면책 범위'는 보험계약자가 보험사의 별도 설명이 없더라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사항이거나 이미 법령에 규정돼 있는 것을 되풀이하거나 부연하는 정도에 불과한 사항이 아니고, 따라서 보험사가 설명의무를 위반해 보험계약을 체결한 때는 그 약관의 내용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 즉 설명하지 않은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의 효력이 부인된다는 것이 이 대법원 판결의 취지다. 삼성화재의 상고를 기각한 판단 결과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이 대법원 판결은 쟁점에 대해 직접 판단하지 않고 원론적인 법리만을 적시한 사례인 것 같다.

쟁점화되지는 않았지만, 이 사례의 경우 면책조항에 대한 설명의무 위반 여부의 문제라기보다는 보험 가입자에게 불이익한 약관의 효력 유무 문제로 다뤘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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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24년 10월 26일

1) 대법원 2024. 7. 25. 선고 2020다289743 판결.
2) 대법원 2006. 1. 26. 선고 2005다60017, 60024 판결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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