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임용수 변호사
선박에 탑승하는 것을 직무로 하는 사람은 보상받을 수 없는 보험에 가입한 해운회사 기능직 사원이 작업선을 타고 바다에 나가 익사한 경우에도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보험전문 임용수 변호사가 국내 최초로 판결을 [단독] 소개하고 해설한다.
이범용 판사는 유 씨가 선박에 탑승하는 것을 직무로 하는 사람에게는 상해 관련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규정을 둔 보험을 계약하고 사고를 입었으나, 유 씨를 선박 탑승을 직무로 하는 사람이 아니라 '보조적인 업무 수행을 위해 선박을 운항하는 사람'이라고 보고 이같이 판결했다.
유 씨는 사고 당시 해운회사 기능직 사원으로 근무하고 있었고, 담당 업무는 ① 건조선 진수 및 안벽 이동 시 선거(船渠) 업무, ② 건조선 인도 출항 전 인도용 로프 교체, ③ 태풍 발생 시 내습 전 건조선 로프 보강 및 통과 후 로프 철거, ④ 운항 작업선 운전 등이었다.
이범용 판사는 「유 씨가 직무상 수행하는 업무 중에 '운항 작업선 운전'이 포함돼 있기는 하나, '선박승무원, 어부, 사공'은 필연적으로 주된 업무가 선상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는 반면, 유 씨의 주된 업무는 육상에서 수행하는 선거(船渠) 업무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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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2019년 12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유 씨가 작업선을 탑승한 현황을 보면, 12개월 동안의 총 탑승시간은 23시간으로 월 평균 2시간에도 미치지 못하고, 근무시간 중 작업선 탑승시간이 차지하는 비율이 0.78%에 불과하며, 2020년 1월과 7월에는 유 씨가 작업선을 전혀 탑승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약관 조항의 해석에 있어서 유 씨와 같이 보조적인 업무 수행을 위해 선박을 운항하는 사람이 '그 밖에 선박에 탑승하는 것을 직무로 하는 사람'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명백하지 않고, 이런 경우 약관 조항을 약관작성자인 보험사에게 불리하게 제한 해석할 수밖에 없다」며 「유 씨가 '선박승무원, 어부, 사공'에 준하는 직무를 수행하는 사람으로서 '그 밖에 선박에 탑승하는 것을 직무로 하는 사람'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유 씨는 2020년 10월 한화손해보험과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자신의 직업을 '해상운송 현장관리자'로 알렸다. 해당 보험은 '선박에 탑승하는 것을 직무로 하는 사람이 직무상 선박에 타고 있는 동안 입은 손해는 보상하지 않는다'는 면책규정이 있었다.
이후 유 씨는 2020년 11월 작업선을 타고 바다에 나가 업무 수행을 위해 이동하다가 예인 중인 선박과 충돌해 작업선이 전복되는 사고로 바다에서 익사했다. 이에 유족이 한화손해보험에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유'에 해당함을 이유로 지급하지 않자 소송을 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보험약관이 '선박승무원, 어부, 사공, 그 밖에 선박에 탑승하는 것을 직무로 하는 사람의 직무상 선박 탑승에 따른 상해 관련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를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유(선원 면책조항)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 '그 밖에 선박에 탑승하는 것을 직무로 하는 사람'도 '선박승무원, 어부, 사공'에 준하거나 적어도 그 일의 내용 내지 그 일에 따른 선박교통사고의 위험도라는 면에서 이와 유사한 직무를 가진 사람으로 해석해야 하고,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명백하지 않다면 약관해석의 원칙에 의해 고객인 보험계약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3)
일반적으로 탑승이란 자동차, 항공기, 기차, 선박 등에 올라타는 것을 의미하고, 탑승의 전후에 걸쳐 탑승과 불가분의 관계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도 탑승의 개념에 포섭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나(대법원 2005. 4. 15. 2004다65138, 65145 판결 참조),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가 탑승과 불가분적으로 이어지는 과정으로서 탑승의 개념에 포섭될 수 있는지 여부는 획일적으로 정하기 어렵고 사안마다 다르게 해석될 수 있어 그 뜻이 명백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하므로 고객인 보험 가입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 따라서 선원 면책조항 중 보험금 지급의무가 면책되는 요건 중 하나로 들고 있는 '선박에 탑승하고 있는 동안'의 의미는 고객에게 유리하게 그 범위를 축소 해석함이 타당하다. 선원 면책조항은 선박승무원 등이 선박에 탑승해 근무하는 경우에는 일상생활에서의 사고 발생 위험보다 상당히 높은 사고 발생 위험이 내재돼 있음을 고려해 이를 보험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기 위한 목적으로 규정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선원 면책조항은 선박승무원 등이 직무 도중에 사고를 당해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한 경우 전부를 면책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고, 직무상 '선박에 탑승하고 있는 동안'에 사고를 입어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만 면책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사고 발생의 위험이 실제로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은 경우만을 보험의 보장 범위에서 제외하고자 한 것이다.4)
따라서 작업선 운전이 보조적인 업무에 해당하고 근무시간 중 작업선 탑승 시간이 차지하는 비율도 0.78%에 불과한 유 씨의 경우에는 사고 발생의 위험이 실제로 현실화될 가능성이 '선박승무원, 어부, 사공'에 준할 정도로 높다고 할 수 없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유 씨를 '그 밖에 선박에 탑승하는 것을 직무로 하는 사람'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한 판결의 결론에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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