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기르던 고양이가 전기레인지 전원 작동시켜 낸 불, 주인 책임…3,596만여 원 손해배상


글 : 임용수 변호사


주인 없이 홀로 집에 있던 고양이가 전기레인지 전원을 작동시켜 불이 나 재산상 손해가 발생했다면 주인에게 배상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을 소개하고 해설을 덧붙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3단독 조해근 부장판사는 흥국화재해상보험이 고양이 주인 추 모 씨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추 씨는 흥국화재가 청구한 피해액 5,994만여 원 중 60%인 3,596만여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1)

사건은 지난 2021년 11월 25일 오후 9시가 넘은 늦은 시간대에 발생했다. 당시 추 씨가 살던 경기 김포시에 위치한 한 오피스텔에서 불이 나 추 씨의 집은 물론, 이웃집 등 총 3개 호실이 불타고 엘리베이터까지 번졌다. 이 사고로 흥국화재는 오피스텔 측에 화재보험금만 약 6,000만 원 가량을 지급했다.

관할 소방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방화범은 추 씨가 기르던 고양이였다. 추 씨가 집을 비운 사이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전기레인지 전원을 작동시켜 그 위에 있던 종이 등에 불이 붙은 뒤 큰 화재로 번진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흥국화재는 "주의의무를 위반한 주인 추 씨에게 보험금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소송을 냈다. 법원은 흥국화재의 손을 들어줬다. 반려동물을 데리고 있는 추 씨는 전기레인지 전원을 빼두는 등 반려동물에 의한 화재를 예방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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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근 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추 씨는 반려동물이 화재를 유발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게을리해 화재를 발생시킨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민법 제750조의 일반불법행위자로서 피해자가 입은 손해를 모두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연소 확대가 매우 쉽게 이뤄질 수 있는 피해 건물의 구조적 문제 등을 들어, 공평의 원칙상 추 씨에게만 모든 책임을 전가해선 안된다며 책임 범위를 제한했다.

이어 조해근 부장판사는 「추 씨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도 않으므로 실화책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추 씨의 책임을 전체 손해의 60% 정도로 제한함이 타당하다」며 「추 씨는 화재로 인한 손해 중 60%인 3,596만여 원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흥국화재는 추 씨를 상대로 일반불법행위책임 이외에도 오피스텔의 임차인으로서 임대차계약상의 채무불이행에 의한 손해배상책임, 공작물인 전기레인지의 점유자로서 그 관리상의 하자로 인한 민법 제758조의 손해배상책임, 반려동물의 점유자로서 민법 제759조의 손해배상책임도 청구원인으로 주장했는데, 조 부장판사는 일반불법행위책임에 대해서만 판단했고 나머지 청구원인들에 대해서는 별도로 판단하지 않았다.

이 사례는 타인에게 재산상 손해를 발생시킨 점에 관해 민사 책임이 문제된 경우이며, 만약 고양이가 타인을 공격해 타인이 죽거나 다쳤을 때는 고양이 주인이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최근에도 산책시키던 고양이가 지나가던 사람을 할퀴어 고양이 주인이 과실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벌금형을 선고받은 사례가 있다. 키우던 고양이가 다른 사람을 물거나 할퀴지 않도록 목줄의 길이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할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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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24년 1월 11일

1) 2022년 12월 20일 선고된 후 그대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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