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모텔 객실 사용 중 '원인불명' 화재에 보험금 지급 후 구상금 청구한 현대해상, 투숙객에 패소


글 : 임용수 변호사


모텔 등 숙박시설의 객실에서 원인 불명의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투숙객은 원칙적으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투숙객이 숙박계약에 따라 객실을 사용·수익하던 중 원인 미상의 화재로 인해 객실에 발생한 손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숙박업자의 부담으로 귀속된다는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현대해상이 투숙객 김 모 씨와 한화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김 씨는 손해배상책임이 없다"고 판단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1)

김 씨는 2021년 4월 인천 부평구에 있는 한 모텔에 투숙했는데 저녁 8시쯤 객실 안 노래방에서 화재가 발생해 객실 내부가 심하게 훼손되고 집기가 전소했다. 또 화재가 발생한 층 전체에 그을음이 생겼으며 아랫층은 물에 잠겼다. 

하지만 출동한 부평소방서는 화재 원인을 '미상'으로 판단했다. 부평소방서는 "김 씨가 화재 발생 전 음주와 흡연을 했다는 답변을 했고, 바닥에서 소주병과 담배꽁초 등이 다수 발견된 것으로 보아 김 씨의 부주의로 인한 화재를 추정할 수는 있다"면서도 "바닥재가 대체로 양호하고, 담배꽁초 발견 위치와 발화 지점 사이에 간격이 있었고 발화 요인을 추정할 수 있는 증거물 등이 발화 지점 인근에서 감식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경찰도 김 씨에 대해 불입건 결정했다. 

이후 현대해상은 2021년 8월 보험계약을 맺은 모텔업주 이 씨2)에게 보험금 5800여만 원을 지급하고, 김 씨와 김 씨가 가입한 한화손해보험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현대해상은 "김 씨는 이 씨와 모텔 객실에 관해 일시 사용 임대차 계약을 맺고 투숙했다"며 "임차한 객실이 소훼된 경우 화재 발생 원인이 불명일 때는 임차인이 그 책임을 면하려면 임차 건물의 보존에 관해 선관주의 의무를 다했음을 입증해야 하는데 김 씨는 이를 입증하지 못해 임차물 반환채무 이행불능으로 인한 책임을 부담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씨는 소파 오른쪽에서 불꽃을 목격했지만 손으로 불을 끄려 했고, 노래방 문을 열어 산소가 공급되게 만들어 불을 확산시킨 과실이 있다"며 "김 씨는 불법행위책임과 보험금지급책임을 부담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현대해상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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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은 "객실 및 관련 시설은 오로지 숙박업자의 지배 아래 놓여 있는 것이므로 숙박업자는 고객에게 위험이 없는 안전하고 편안한 객실과 시설을 제공하는 등 고객 안전을 배려할 보호의무를 부담한다"며 "숙박업자가 이를 위반해 고객의 생명·신체를 침해해 투숙객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채무불이행 책임을 진다"고 봤다. 

이어 "숙박업 경영자가 투숙객과 체결하는 숙박계약에서 현대해상의 주장과 같이 임차인이 그 책임을 면하려면 임차 건물의 보존에 관해 선관주의 의무를 다했음을 입증해야 하는 것이 아니고 숙박업자가 고객에게 위험이 없는 안전하고 편안한 객실과 관련 시설을 제공함으로써 고객의 안전을 배려해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하는 것"이라며 "전제가 다른 현대해상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화재는 원인 미상이고 김 씨가 핀 담배꽁초가 발견된 바닥은 떨어진 잔해물 외에는 형상이 온전하며 발화 지점 인근인 소파 우측 부위에선 담배꽁초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김 씨가 버린 담배꽁초로 인해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씨는 초기에 손으로 불을 끄려고 했고 불이 꺼지지 않자 객실 화장실에서 수건에 물을 적셔서 불을 끄려고 노래방 문을 연 것"이라며 "화재 탈출을 위해선 노래방 문을 열 수 밖에 없어서 화재가 확대된 결과만으로 김 씨가 즉각적인 진화 조치를 취하지 않아 화재가 확대됐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2심과 대법원의 결론도 1심과 같았다. 다만 대법원은 2심의 이유 설명에 다소 부적절한 부분이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객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숙박 기간 중에도 고객이 아닌 숙박업자의 지배 아래 놓여 있다"3)며 "임차인이 임대차 기간 중 목적물을 직접 지배함을 전제로 한 임대차 목적물 반환의무 이행불능에 관한 법리는 숙박계약에 그대로 적용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고객이 숙박계약에 따라 객실을 사용·수익하던 중 발생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화재로 인해 객실에 발생한 손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숙박업자의 부담으로 귀속된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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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 목적물이 화재 등으로 인해 소멸됨으로써 임차인의 목적물 반환의무가 이행불능이 된 경우에, 임차인은 이행불능이 자기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한 것이라는 증명을 다하지 못하면 목적물 반환의무의 이행불능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지고, 그 화재 등의 구체적인 발생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때도 마찬가지다.4) 이러한 법리는 임대차 종료 당시 임대차 목적물 반환의무가 이행불능 상태는 아니지만 반환된 임차 건물이 화재로 인해 훼손됐음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경우도 동일하게 적용된다.5) 

숙박업자가 고객과 체결하는 숙박계약은 숙박업자가 고객에게 객실을 제공해 이를 일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고객은 숙박업자에게 그 사용에 따른 대가를 지급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는 점에서 임대차계약과 유사하다. 대법원이 숙박계약을 '일종의 일시 사용을 위한 임대차계약'6)이라고 한 것은 이러한 유사성에 착안한 것이다. 그러나 숙박계약은 통상의 임대차계약과는 다른 여러 가지 요소들도 포함하고 있으므로, 숙박계약에 대한 임대차 관련 법리의 적용 여부와 범위는 이러한 숙박계약의 특수성을 고려해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7)

임대인은 임대차계약에 따라 임차인에게 목적물을 인도해야 한다(민법 제623조). 임차인은 목적물의 점유를 취득해 이를 사용·수익하면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를 다해 목적물을 보존하고, 임대차가 종료되면 목적물을 원상에 회복해 반환해야 한다(민법 제374조, 제654조, 제615조). 임차인은 목적물을 인도받아 이를 사용·수익하는 동안 그 목적물을 직접 지배한다고 추단된다. 그러므로 목적물에 화재가 발생한 경우 그 화재가 임대인의 귀책사유로 인한 것이거나 임대인의 지배영역에서 발생했다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그 화재로 인한 목적물 반환의무의 이행불능으로 인한 손해는 임차인의 부담으로 귀속된다.8) 

숙박업자와 고객의 관계는 통상적인 임대인과 임차인의 관계와는 다르다. 숙박업자는 고객에게 객실을 사용·수익하게 하는 것을 넘어서서 고객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숙박할 수 있도록 시설 및 서비스를 제공하고 고객의 안전을 배려할 보호의무를 부담한다.9) 숙박업자에게는 숙박시설이나 설비를 위생적이고 안전하게 관리할 공법적 의무도 부과된다(공중위생관리법 제4조 제1항 참조). 숙박업자는 고객에게 객실을 제공한 이후에도 필요한 경우 객실에 출입하며 고객의 안전 배려 또는 객실 관리를 위한 조치를 취하기도 한다. 숙박업자가 고객에게 객실을 제공해 일시적으로 이를 사용·수익하게 하더라도 객실을 비롯한 숙박시설에 대한 점유는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10)

펜션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도 숙박업자의 보호의무를 인정한 사례가 있다. ▶ 펜션의 복층 객실에 투숙한 고교 교사가 투숙 다음날 오전 6시 30분쯤 복층에 있는 침대 매트리스 틈새로 들어간 부인의 휴대폰을 꺼내기 위해 매트리스와 매트리스를 받치고 있던 합판을 걷어낸 후 그 아래 설치된 목재 상판(루바) 위로 발을 디뎠다가 루바가 붕괴되면서 약 3m 아래의 거실 바닥으로 추락, 오른쪽 종아리뼈 골절을 동반한 정강뼈 골절 등의 상해를 입었던 경우다. 법원은 펜션 업주에게 펜션 이용객에 대한 보호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뿐 아니라 공작물 설치·보존의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책임도 인정했다. 다만, ① 루바는 펜션 이용객들에게 통상적으로 노출되는 곳은 아닌 점, ② 일반적으로 복층, 특히 난간에서 가까운 위치에서는 사고 등 위험이 있으므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는 점, ③ 펜션 이용객이 업주에게 펜션 내 가구나 설치물을 들어내도 되는지 여부 등에 대해 문의하지 않고 임의로 매트리스 및 나무 상판을 들어낸 잘못도 있는 점 등을 고려해, 펜션 업주의 책임을 70%로 제한했다.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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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23년 11월 25일

1) 대법원 2023. 11. 2. 선고 2023다244895 판결.
2) 호칭의 편의상 모텔업주를 이 씨로 부릅니다.
3) 대법원 2000. 11. 24. 선고 2000다38718, 2000다39725 판결 참조.
4) 대법원 1994. 10. 14. 선고 94다38182 판결, 대법원 2017. 5. 18. 선고 2012다86895, 2012다86901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5) 대법원 2010. 4. 29. 선고 2009다96984 판결 등 참조.
6) 대법원 1994. 1. 28. 선고 93다43590 판결, 대법원 2000. 11. 24. 선고 2000다38718, 38725 판결 등 참조.
7) 대법원 2023. 11. 2. 선고 2023다244895 판결.
8) 대법원 2017. 5. 18. 선고 2012다86895, 2012다86901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9) 대법원 1994. 1. 28. 선고 93다43590 판결, 대법원 2000. 11. 24. 선고 2000다38718, 2000다38725 판결 등 참조.
10) 대법원 2023. 11. 2. 선고 2023다244895 판결.
11) 울산지방법원 2019. 12. 18. 선고 2019가합13168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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