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임용수 변호사
보험계약자 측에서 제출한 사고경위서만으로 통지의무나 고지의무 위반 사실이 명백히 드러났다면 사고경위서가 제출된 때부터 해지권 행사 기간이 진행되므로, 보험사가 사고경위서를 받은 시점부터 1개월을 지나 해지권을 행사했다면 그 해지는 효력이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보험사가 통지의무나 고지의무 위반이 명백히 드러난 사고경위서 등을 받고도 1개월 안에 해지 통보를 하지 않았다면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의 판결이다.
{보험전문 임용수 변호사가 판결의 주요 내용을 [단독] 소개하고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여 드립니다. 보험소송 의뢰를 원하거나 보험 법률상담을 원하는 분들은 관련 자료를 모두 지참하고 저희 사무실을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삼성화재해상보험은 가입자의 통지의무나 고지의무 위반이 있음을 뒷받침하는 객관적인 근거가 포함된 손해사정보고서가 자사에 제출된 날이 해지권의 제척기간 기산점이 돼야 한다는 등의 이런저런 이유를 대고 1년 3개월여간 소송을 끌며 버텼지만 패소했다.
박 씨는 2012년 6월부터 2020년 7월에 걸쳐 피보험자를 박 씨로, 사망보험금 수익자는 법정상속인으로 하는 3건의 보험계약을 체결했다[이륜자동차부담보특약은 미가입]. 그런데 박 씨는 제1, 2보험계약을 체결한 뒤인 2019년 1월 제2종 소형면허를 취득하고 그 무렵 오토바이를 구입해 이를 계속적으로 타고 다녔다. 박 씨는 2021년 5월 오토바이를 운전하던 중 앞선 차량을 추월하다가 반대편 차량과 충돌해 사망했다. 유족들이 박 씨의 사망보험금을 청구했고 3일 뒤에는 '박 씨가 2019년도부터 오토바이를 소유·사용·관리했다. 박 씨가 직업적으로 오토바이를 탄 적은 없다. 박 씨가 2019년에 이륜자동차를 구입하면서 보험설계사에게 이야기했고 보험설계사도 알고 있는 것으로 안다'는 내용이 담긴 사고경위서 및 보험가입 질문서를 작성해 삼성화재에 제출했다. 삼성화재는 2021년 5월 25일 한 손해사정업체에게 손해사정을 의뢰했고 이에 따라 2021년 7월 30일 손해사정업체로부터 손해사정보고서를 받았다. 삼성화재는 곧바로 카카오톡 메시지로 유족에게 "박 씨가 제1, 2보험계약 체결한 이후 오토바이를 계속적으로 운행했는데도 이를 통지하지 않았고, 이후 제3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이를 고지하지 않았다"면서 "제1, 2보험계약은 통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제3보험계약은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해지한다"며 보험금 지급 청구를 거절한다는 내용의 통지를 했다. 유족들은 2021년 9월 삼성화재를 상대로 "3억1000만원을 달라"며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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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유족들이 작성·교부한 사고경위서 및 보험가입 질문서의 내용은 명백히 제1, 2보험계약 체결 후 그 보험기간 중에, 그리고 제3보험계약 체결 전에 피보험자인 박 씨가 '이륜자동차를 계속적으로 사용'했다는 것이므로 이로써 삼성화재는 박 씨가 2019년경부터 이륜자동차를 계속적으로 사용해 왔는데도 이를 알리지 않았음을 알게 됐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통지의무·고지의무 위반 여부에 관한 조사·확인 절차를 거쳐 통지의무·고지의무 위반이 있음을 뒷받침하는 객관적인 근거를 확보한 때 비로소 해지권의 행사 기간이 진행되지만, 사고경위서 등만으로 통지의무·고지의무 위반이 명백히 드러나는 경우는 사고경위서 등이 제출된 때부터 해지권의 행사 기간이 진행된다고 봐야 한다」면서 「보험계약자 측에서 제출한 사고경위서 및 보험가입 질문서 기재에 의하면 박 씨의 통지의무·고지의무 위반 사실을 명백히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삼성화재는 박 씨가 제1, 2보험계약에 대해 통지의무를 위반했고 제3보험계약에 대해 고지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을 유족이 사고경위서 및 보험가입 질문서를 제출한 날에 알았으므로, 그때부터 1개월이 경과한 이후의 날에 한 제1~3보험계약에 관한 해지 의사표시는 제척기간을 도과해 행사한 것으로서 그 효력이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통지의무와 고지의무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제3보험계약 체결 당시 보험설계사가 오토바이 운전 사실을 알리면 보험가입이 안 된다고 하면서 박 씨의 고지의무 이행을 방해했다는 유족들의 주장에 대해서는 「보험설계사가 고지사항을 임의로 부실 기재한 경우 등 고지의무 위반이 보험사의 책임 있는 사유로 발생한 경우 고지의무 위반이 있더라도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지만, 고지의무 이행 방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아래 기술된 내용은 이번 재판부가 설시한 판결 이유 중에 있는 것으로, 상법상 고지의무(약관상 계약 전 알릴의무)와 통지의무(약관상 계약 후 알릴의무)가 설명의무의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을 비롯해 설명의무에 관한 대법원 판례의 법리를 조화롭게 해석하고 그 법리를 설명한 것이므로 일독을 권합니다.]
상법은 피보험자 또는 보험계약자의 통지의무 위반이 있는 경우 보험사는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1개월 내에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제652조 제2항, 제653조), 피보험자 또는 보험계약자의 고지의무 위반이 있는 경우 보험사는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1개월 내에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상법 제651조).
앞서 말한 상법 제652조, 제653조는 보험기간 중에 보험사고 발생의 위험이 현저히 증가하는 사유가 발생하는 경우 해당 사유가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의사에 의해 발생하는 때는 그 사유가 발생하기 전에, 해당 사유가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발생하는 때는 그 사유가 발생한 것을 안 후에 지체없이 그 사유를 보험사에게 알리도록 규정하고 있고, 보험 약관은 '계약 후 알릴의무'라는 조항을 두고 상법상 통지의무의 내용을 그대로 규정하거나 그 내용을 구체화한 사유를 규정하고 있다. 또한 상법 제651조는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는 보험계약 체결에 앞서 보험계약 체결 여부 또는 그 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을 보험자에게 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보험 약관은 '계약 전 알릴의무'라는 조항을 두고 상법상 고지의무의 내용을 그대로 규정하거나 그 내용을 구체화한 사유를 규정하고 있다.
상법상 통지의무와 약관상 계약 후 알릴의무, 상법상 고지의무와 약관상 계약 전 알릴의무는 그 취지를 같이 하는 것이지만, 상법상 통지의무와 고지의무는 법률에 의해 인정되는 의무이므로 설명의무의 대상이 되지 않고 설명 여부와 상관없이 보험계약자와 피보험자에게 인정되는 의무이지만, 약관상 계약 후 알릴의무와 계약 전 알릴의무는 약관에 의해 인정되는 의무이므로 설명의무(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3조, 상법 제638조의3)의 대상이 되고 설명의무 위반의 경우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되지 않는다. 따라서 설명의무 위반으로 약관상의 계약 후 알릴의무나 계약 전 알릴의무가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상법에 의한 통지의무나 고지의무는 여전히 인정된다.2)
이번 사례의 경우, ① 제1, 2보험계약 약관의 계약 후 알릴의무 조항은 상법 제652조, 제653조 통지의무의 내용을 구체화한 것으로서 상법의 규정을 되풀이하거나 부연한 것에 불과하다고 할 수 없어 설명의무의 대상이 된다(대법원 2021. 8. 26. 선고 2020다291449 판결 등 참조). 만약 해당 약관 조항에 관한 설명의무 위반이 인정된다면 제1, 2 보험계약 약관의 계약 후 알릴의무 조항은 계약의 내용이 되지 않지만 삼성화재가 상법상의 통지의무 위반을 그 해지 사유로 삼은 이상 제1, 2보험계약에 관해서는 박 씨의 상법 제652조, 제653조 위반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 이 재판부는 박 씨가 제1, 2보험계약 체결 이후 오토바이 운전면허를 취득하고 오토바이를 구입해 이를 계속적으로 사용했고, 오토바이 운전의 일반적인 위험성 및 제1, 2보험계약의 청약서에 오토바이 운전 여부에 관한 질문이 있었던 점 등에 비춰 볼 때 오토바이의 계속적인 사용이 상해[상해사망 포함]의 위험성을 높여 보험인수 내지 보험료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았거나 조금의 주의만 기울였으면 알 수 있었는데도,3) 사전에 삼성화재에게 알려 보험료 조정 등을 하지 않은 채 오토바이를 계속적으로 사용했는바, 이는 보험계약자 겸 피보험자가 고의 또는 중과실로 미리 보험사에게 알려 보험료 조정 등을 하지 않은 채 보험사고 발생의 위험을 현저히 높인 것에 해당하므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삼성화재는 상법 제653조에 의해 제1, 2보험계약을 해지하고 상법 제655조에 따라 제1, 2보험계약의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② 제3보험계약 약관의 계약 전 알릴의무 조항은 상법 제651조 고지의무의 내용을 되풀이한 데 불과하므로 설명의무의 대상이 되지 않지만 동시에 상법 규정에 더한 독자적인 의미도 갖지 않으므로, 제3보험계약에 관해서는 박 씨의 상법 제651조 위반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 이 재판부는 박 씨가 이미 오토바이를 계속적으로 운행하고 있었음에도 청약서의 질문 사항에 오토바이를 운전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표시했는바, 이는 보험계약자 겸 피보험자가 고의 또는 중과실로 중요한 사항을 부실 고지한 것에 해당하므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삼성화재는 상법 제651조에 의해 제3보험계약을 해지하고 상법 제655조에 따라 제3보험계약의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2) 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3다217108 판결은 약관의 계약 후 알릴의무 조항에 관한 설명의무 위반이 있을 수 있다는 취지의 판단을 한 다음 별도로 상법상 통지의무 위반이 인정되는지 여부를 판단했고, 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2다62318 판결은 상법상 통지의무 위반이 인정된다고 판단한 다음 상법상 통지의무 위반이 인정되는 이상 약관의 계약 후 알릴의무 조항에 관한 설명의무 위반 여부는 판단할 필요가 없다고 했는바, 보험약관의 계약후 알릴의무 조항과 상법의 통지의무 규정은 별개로 적용된다는 입장에 서 있다.
3) 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2다62318 판결은, 보험계약자가 보험계약 체결 당시 청약서의 오토바이 소유 또는 운전 여부를 묻는 질문에 '아니오'라고 대답했으므로 이로써 보험계약자는 오토바이 운전이 보험인수 내지 보험료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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