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판결) 설계사가 고객 명의 도용해 보험회사에서 신용대출 받은 경우 고객은 변제의무 없다


글 : 임용수 변호사


보험설계사가 고객의 명의를 도용해 보험회사에서 비대면 거래를 통한 신용대출을 받은 경우 본인확인을 위한 보험회사의 조치가 불충분했다면 고객이 빚을 갚을 필요는 없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보험계약자[피고]의 소송대리인으로서 재판을 맡아 승소 판결로 이끈 사례입니다. 판결의 주요 내용을 [단독] 소식으로 알려 드리고 변호사의 의견을 담은 해설과 법률조언을 덧붙입니다. 보험소송 의뢰를 원하거나 변호사와 1:1 똑똑 법률상담을 원하는 분들은 관련 자료를 모두 지참하고 사무실을 방문해 주시기 바랍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05단독 주진오 판사는 ㈜케이비손해보험이 이 모 씨를 상대로 낸 대여금 청구 소송에서 최근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밝혔습니다.

고객 명의로 개통한 휴대전화로 비대면 대출계약

이 씨는 중증 지체장애인 나들이 봉사활동을 하게 되면서 같은 봉사활동을 하던 보험설계사 한 모 씨를 만나 알게 됐습니다. 한 씨는 보험회사에 다닌다며 이 씨에게 보험 가입을 권유했고 이 씨는 한 씨를 통해 케이비손해보험과 여러 건의 보험계약을 맺었습니다. 그런데 한 씨는 보험설계사의 지위를 이용해 이 씨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해 사용하고, 이 씨에게 부탁해 받은 이 씨 명의의 예금계좌를 이용해 약관대출 등의 거래를 했습니다. 한 씨는 또한 이 씨 행세를 하며 케이비손해보험으로부터 2015년 5월부터 2016년 7월까지 두 번에 걸쳐 총 1907만 원을 대출받았습니다. 케이비손해보험은 이 씨 명의의 신용대출금에 대한 2019년 1월 이후의 원리금 지급채무가 변제되지 않자 이 씨를 상대로 대여금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이 씨는 "케이비손해보험으로부터 신용대출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무효 계약이라고 맞섰고, 케이비손해보험 측은 서면 형태의 대출약정서를 대신해 녹취를 통해 약정이 이뤄지는 무방문 다이렉트 대출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이 씨가 전화를 이용해 대출신청을 했고, 당사는 엄격한 본인확인 절차를 거친 후 이 씨의 계좌로 대출금을 이체"했으므로 대출계약은 적법하고 유효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주 판사는 「이 씨가 한 씨의 부탁에 따라 예금계좌를 개설해 그 통장, 체크카드 및 비밀번호를 제공함으로써 한 씨에게 이 씨를 대리해 예금계좌의 입출금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권한을 수여했다」며 「이는 표현대리 법리의 유추적용에 있어 기본대리권이 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케이비손해보험에게 '한 씨가 신용대출 계약 체결에 관해 이 씨를 대리할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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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판사는 「신용대출과 같이 ARS, 콜센터를 통한 대출의 경우 대출 업무를 담당하는 원고로서는 본인 확인에 관해 일반인보다 고도의 주의의무가 있고, 비대면거래의 경우 본인 확인의 필요성이 더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신용대출 당시 이뤄진 신용카드 인증은, 타인이 그 정도를 어렵지 않게 입수할 수 있는 카드번호, 유효기간, CVC번호 이외에 비밀번호를 반드시 입력해야 하는 것인지가 불분명하다」며 「신용카드 인증 이외에 타인이 쉽게 입수할 수 없는 본인 명의 휴대전화 또는 공인인증서를 통한 인증 방식을 거치지 않음으로써 본인 확인을 위한 조치가 불충분했다고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이 씨는 한 씨가 체결한 신용대출 계약 체결에 따른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민법 제126조는 '대리인이 그 권한 외의 법률행위를 한 경우에 제3자가 그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는 본인은 그 행위에 대해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민법 제126조의 표현대리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① 대리인에게 일정한 기본대리권이 있고, ② 대리인이 기본대리권의 범위를 넘는 대리행위를 했으며, ③ 상대방이 대리인에게 대리행위를 할 대리권이 있다고 믿고 또 그렇게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타인을 속이는 수단을 써서 대리행위의 표시를 하지 않고 단지 본인의 성명을 모용해 자기가 마치 본인인 것처럼 기망해서 본인 명의로 직접 법률행위를 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민법 제126조의 표현대리의 법리를 유추적용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특별한 사정이란 본인의 명의를 모용한 모용자에게 본인을 대리할 기본대리권이 있었고, 상대방으로서는 모용자를 본인 자신으로서 본인의 권한을 행사하는 것으로 믿은 데에 정당한 사유가 있었던 사정을 의미합니다.1) 표현대리의 법리가 적용될 권한을 넘은 행위는 그 대리인이 가지고 있는 진실한 대리권과 동종임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2)

한편 금융기관은 금융거래에 있어서는 본인 및 대리권의 확인에 관해 일반인보다 고도의 주의의무가 있습니다.3)

신용대출 계약 체결은 보험계약대출이나 보험계약 해지와는 완전 다른 별개의 법률행위이지만, 이 판결은 이 씨가 보험설계사 한 씨의 부탁을 받고 예금계좌를 개설해 그 통장, 체크카드 및 비밀번호를 제공한 사실만으로도 이 씨가 한 씨에게 이 씨를 대리해 예금계좌의 입출금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권한을 수여했다고 봤고 이는 표현대리 법리의 유추적용에 있어 신용대출 계약 체결의 기본대리권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공인인증서에 의한 로그인 및 휴대전화를 통한 인증으로 2단계의 본인 인증을 거치게 한 다른 대출의 경우와는 달리 타인이 쉽게 입수할 수 있는 정보를 통한 인증 방식을 거치도록 한 것에 대해서는 본인 확인을 위한 조치로는 불충분해 보인다는 이유로 이 씨의 표현대리 책임을 최종적으로 부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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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22년 5월 1일

1) 대법원 1988. 2. 9. 선고 87다카273 판결, 대법원 1993. 2. 23. 선고 92다52436 판결 등 참조. 
2) 대법원 1963. 8. 31. 선고 63다326 판결 등 참조.
3) 대법원 2003. 12. 12. 선고 2001다29896 판결 등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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