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과거 치료병력 여부, 나름 인식대로 답변하면 '고지의무 위반' 아니다


글 : 임용수 변호사


질병보험에 가입하면서 과거 치료병력을 묻는 질문에 나름 인식한 대로 '아니오'라고 대답했다면, 보험사는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보험계약 체결 전에 동일한 비뇨기과에서 동일한 의사로부터 전립선염과 관련해 계속적으로 7일 이상 치료를 받았음에도 이를 숨긴 채 보험계약을 체결했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보험사에게 최종 패소 판결을 내린 사건입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의 주요 내용을 알려 드리고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입니다.

김 모 씨는 지난 2016년 8월 엠지손해보험에서 판매하는 질병보험에 가입했습니다. 암진단비 2000만원, 암수술비 300만원 등을 보장하는 보험 상품이었습니다.

김 씨는 보험 가입 전인 2012년 2월부터 2014년 9월까지 9차례에 걸쳐 한 비뇨기과에서 통원치료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김 씨는 보험에 가입하기 위한 청약서를 작성하면서 '최근 5년 이내 의사로부터 계속해서 7일 이상 치료를 받은 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변했습니다.

김 씨는 1년 9개월쯤 뒤에 같은 비뇨기과에서 '전립선의 악성 신생물' 진단을 받고 암 치료를 위해 10일간 입원치료를 받았으며 입원치료 중에 '전립선 적출술'을 받은 뒤 보험금 지급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엠지손해보험은 "계속해 7일 이상 치료를 받은 사실에 대해 고지의무를 위반했다"며 지급을 거부했고, 이에 반발한 김 씨는 법원에 소송을 냈습니다. 

부산지법 민사2부[재판장 장병준 부장판사]는 김 씨가 엠지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 엠지손해보험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고전부승소 판결한 1심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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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김 씨가 보험계약 체결 전에 총 9일 동안 비뇨기과에서 통원치료를 받은 사실은 인정할 수 있지만, 그 통원치료가 동일한 질병의 확정진단을 받고 그 질병의 치료를 위해 이뤄진 것이라고 볼만한 자료가 없고, 엠지손해보험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김 씨가 보험계약 체결 이전에 통원치료를 받은 것이 모두 동일한 원인으로 치료를 받은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김 씨가 상당한 간격을 두고 통원치료를 받은 것으로 보이고, 비뇨기과에서 통원치료를 받을 때마다 항상 동일한 병증을 호소한 것도 아닌 점 등을 종합해보면, 김 씨의 9회 통원치료가 '계속해 7일 이상 치료'를 받은 것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일반인이라면 '계속해 7일 이상 치료'의 의미를 '접속한 기간 내에 계속해 7일 이상 치료'로 해석할 가능성이 충분하므로 김 씨는 보험계약 체결 당시 자신이 '계속해 7일 이상 치료'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인식했을 것으로 보이고, 또 김 씨가 통원치료 도중 특정 질병명으로 확진을 받은 사실이 없으므로 '동일한 병증'의 치료를 위해 통원치료를 받았다고는 인식하지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씨가 '계속해 7일 이상 치료'를 받은 사실이 있다고 보더라도 이를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고지하지 않은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이 판결은 고지의무 위반 성립의 '객관적 요건'인 보험청약서상 계약전 알릴의무 사항에 관한 불고지 또는 부실고지가 있었는지와 '주관적 요건'인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었는지를 차례대로 판단했습니다.

계약전 알릴의무 사항 중 4항

보험계약 청약서 계약전 알릴의무사항 중 『최근 5년 이내에 의사로부터 진찰 또는 검사를 통해 '계속하여 7일 이상 치료'와 같은 의료행위를 받은 사실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서 말하는 '계속하여 7일 이상 치료'의 해석이 문제될 수 있는데, 청약서에는 '계속하여'란 '같은 원인으로 치료 시작 후 완료일까지 실제 치료, 투약 받은 일수를 말합니다'라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같은 원인'의 의미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또한 '실제 치료, 투약받은 일수'라는 문언도 그 문언만으로는 그 치료, 투약받은 일수가 연속된 경우의 일수만을 의미하는지, 아니면 연속 여부를 부문하고 치료, 투약받은 일수의 총합을 의미하는지, 병원 치료와 투약을 모두 받은 경우의 일수를 의미하는지, 아니면 병원 치료 또는 투약 중 어느 하나라도 받은 경우의 일수를 의미하는지 등이 불분명하므로 그 의미를 쉽게 파악하기 어렵습니다.2)

대법원은 보험청약서에 기재된 「최근 5년 이내에 의사로부터 진찰, 검사를 받고 그 결과 입원, 수술, 정밀검사(심전도, 방사선, 건강진단 등)를 받았거나 계속해 7일 이상의 치료 또는 30일 이상의 투약을 받은 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쟁점 질문)은 '동일한 병증'에 대해 7일 이상의 계속 치료 등을 받은 일이 있는지 여부를 묻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되지만 '동일한 병증'인지 여부는 그 병증의 원인, 경과, 구체적 발현 증상, 치료 방법, 그에 대한 의학 등에서의 질병분류 등의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평균적인 보험계약자의 이해가능성을 기준으로 객관적·획일적으로 정해져야 한다는 입장이고,3) 하급심 법원의 판결 중에는 보험청약서상의 쟁점 질문은 의사의 진찰, 검사 결과 피보험자에게 특정한 병증이 있음이 드러나서 그 병증의 치유를 위한 처치로서 계속해 치료 또는 투약 등을 받았는지를 묻는 취지라고 하면서 확정할 수 없는 '의증'에 불과한 병증으로 치료받은 경우 동일한 병증으로 치료받은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판시한 것이 있습니다.4) 

이 판결은 앞서 본 판결들의 취지에 따라 판시한 것 같습니다. 고지의무 위반 성립에 필요한 두 가지 요건을 모두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 담당 재판부의 최종 판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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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21년 11월 14일

1) 확정된 판결입니다.
2) 동지: 부산고등법원(창원) 2021. 9. 9. 선고 2020나10480 판결.
3) 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09다59688, 2009다59695 판결
4) 부산지방법원 2008. 11. 12. 선고 2008가합16601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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