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저기 칼 있으니까 찔러봐'라며 상대 자극하다 찔려 사망했어도 미필적 고의 아닌 우연한 사고


글 : 임용수 변호사


평소 알고 지내던 이웃과 사소한 시비 끝에 몸싸움을 벌이다 흉기에 찔려 숨진 경우 피해자가 "찔러봐"라며 자극했더라도 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피해자 자신이 치명적인 상해를 당할 것을 예견하고서 한 발언이라고 볼 수 없는 만큼 피해자의 사망 사고는 예측할 수 없었던 원인에 의해 발생한 우연한 사고로 평가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 내용을 알려 드리고 해설합니다.

서울고법 민사27부(재판장 이재영 부장판사)는 이웃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한 성 모 씨의 유족들이 "남편은 우연한 사고로 숨졌으므로 보험급을 지급해야 한다"며 현대해상화재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의 파기 환송심에서 "피고는 유족들에게 보험금 1억여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했습니다.1)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성 씨가 싸우는 과정에서 '저기 칼 있으니까 찔러봐'라고 말한 것은, 술에 상당히 취한 상태에서 한 객기 정도로 볼 수 있는 단순한 감정적 대응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 발언이 성 씨 자신에게 치명적인 상해를 초래할 것을 예견하고서 한 것이라고 보는 것은 경험칙에 어긋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성 씨가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우연한 사고로 신체에 입은 상해의 직접 결과로써 사망했기 때문에, 현대해상은 보험수익자인 유족들에게 사망보험금을 그들의 상속지분에 따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성 씨는 지난 2012년 2월 자신의 집에서 평소 사이가 좋지 않던 이웃 김 모 씨와 사소한 문제로 다투던 중 싱크대에 놓여있던 부엌칼을 들고 김 씨를 위협했습니다. 이후 계속된 싸움 끝에 성 씨는 "저기 칼이 있으니까 찔러봐"라고 말하며 김 씨를 자극했습니다. 

성 씨의 말에 화가 난 김 씨가 칼로 성 씨의 가슴 등을 수차례 찔렀고, 성 씨는 그 자리에서 다발성 자상에 의한 장기 손상 등으로 사망했습니다. 이후 김 씨는 살인죄로 징역 10년형을 확정받았습니다.

성 씨의 부인과 두 자녀 등 유족들이 보험금 지급을 신청했지만, 현대해상으로부터 "성 씨에게 사망에 대한 고의가 없었더라도 적어도 상해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기 때문에 우연한 사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당하자 소송을 냈습니다.

현대해상의 약관에는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신체에 입은 상해의 직접 결과로써 사망한 경우'에 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또 상법 제659조 제1항은 '보험사고가 피보험자 등의 고의로 인해 생긴 때는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1심은 원고승소 판결을 내려 유족들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성 씨가 상해 위험성이 현저하게 높아진 상황을 초래했고, 칼에 의한 공격을 당해 상해를 입을 것을 예측할 수 있었다"는 이유로 원고패소 판결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성씨가 예측할 수 없었던 원인에 의해 발생한 우연한 사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2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상법 제732조의 2는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에서는 사고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해 발생한 경우에도 보험자는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성 씨가 사고 당시 가해자인 김 씨와 시비가 붙어 서로 싸우던 도중 사망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두고 성 씨가 고의로 자신의 사망을 야기한 것과 같은 정도로 평가할 수는 없다고 봐야 합니다. 결국 현대해상은 성 씨의 사고와 관련해 면책된다고 할 수 없으므로, 마땅히 보험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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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8년 5월 27일
  • 1차 수정일 : 2020년 8월 19일(재등록)

1) 서울고등법원 2015. 6. 5. 선고 2014나2052603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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