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한정승인 상속인의 사망보험금 채권에 대한 압류·추심명령, 당연 무효 아니다


글 : 임용수 변호사


한정승인을 받은 상속인은 상속포기의 경우와는 달리 한정된 책임의 범위 내에서 피상속인(피보험자)의 채무를 상속하게 되므로 상해보험에서 피보험자의 상속인이 보험수익자로서 갖는 사망보험금 채권에 대한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이 당연 무효로 되는 것은 아니라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변호사)가 알려 드리고 의견을 덧붙입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2부(재판장 김양규 부장판사)는 자동차를 타고 가다 남양호로 추락해 사망한 김 모 씨의 상속인이 한화생명과 박 모 씨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 한화생명에게 7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던 1심의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변경한 다음 한화생명과 공동피고였던 박 씨에게 "70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습니다.1)
김 씨는 2013년 11월 말 오전 8시 45분쯤 화성시 우정읍 조암북로 남양대교 아래에서 자동차를 타고 진행하다가 남양호로 추락해 숨졌습니다. 그 당시 김 씨는 한화생명의 보험에 가입한 상태였는데, 김 씨의 사망 사고는 보험금 지급 대상이 되는 교통재해에 해당했습니다. 

​유족(상속인)은 2014년 1월 대전가정법원 서산지원에 상속 한정승인 신고를 했고, 그 한정승인 신고는 2014년 2월 수리됐습니다.

한편, 사망한 김 씨의 채권자인 박 씨는 2013년 12월 김 씨에 관한 집행력 있는 공정증서에 관해 상속인에 대한 승계집행문을 부여받았고, 채무자를 상속인으로 하고 제3채무자를 한화생명, 청구금액을 7000만 원으로 해서, 김 씨가 한화생명으로부터 지급받을 사망보험금 청구 채권 중 7000만 원에 대해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았습니다.

​상속인은 한화생명에게 보험금 9000만 원을 청구했지만, 한화생명은 청구금액을 7000만 원으로 한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이 송달됐다는 이유로 상속인에게 보험금 중 압류된 7000만 원을 제외한 2000만 원만을 지급했습니다. 


상속인이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에 대해 항고했으나, 김 씨의 채권자가 한화생명으로부터 청구금액 전액인 7000만 원을 추심하고 추심신고서를 제출하자, 상속인의 항고는 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됐습니다.

​재판부는 먼저 「보험계약자가 피보험자의 상속인을 보험수익자로 해 맺은 생명보험계약에 있어서 피보험자의 상속인은 피보험자의 사망이라는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는 보험수익자의 지위에서 보험자에 대해 보험금 지급을 청구할 수 있고, 이 권리는 보험계약의 효력으로 당연히 생기는 것으로서 상속재산이 아니라 상속인의 고유재산」이라는 대법원 판결(2003다29463)을 인용했습니다.

또  「상속의 한정승인은 채무의 존재를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그 책임(강제집행의 수인)의 범위를 한정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상속의 한정승인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피상속인의 채무가 상속인에게 상속은 되는 것이고, 다만 피상속인의 채무에 대한 상속인의 책임(강제집행의 수인)이 상속받은 재산의 범위 내로 한정되므로 상속채권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속인의 고유재산에 대하여는 강제집행을 할 수 없는 것 뿐이다」라는 대법원 판결2)도 인용하며 관련 법리를 설시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씨의 사망으로 인해 보험계약상의 보험수익자인 상속인이 한화생명에 대해 가지는 보험금 채권은 상속인이 사망한 김 씨로부터 상속받은 상속재산이 아니라 상속인의 고유재산이고, 상속인은 김 씨의 상속인으로서 상속의 한정승인을 받았으므로 김 씨로부터 상속받은 상속재산의 범위 내에서만 상속채무에 대한 책임이 있고, 따라서 상속인 고유의 재산인 사망보험금 채권에 대해서는 상속채권자인 박씨가 강제집행을 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사망한 김씨에 대한 채권자인 박 씨가 상속을 원인으로 집행권원상에 승계집행문을 부여받아 상속인의 고유재산인 사망보험금 채권에 대한 강제집행으로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아 한화생명으로부터 사망보험금 중 7000만 원을 추심하고 추심신고서를 제출함으로써 채권에 대한 강제집행이 완료됐으므로(추심채권자인 박 씨의 추심신고가 있을 때까지 다른 채권자들의 배당요구가 있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추심채권자인 박 씨가 독점적으로 채권의 만족을 얻게 된다), 박 씨는 상속인에게 부당이득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반면 상속인의 한화생명에 대한 보험금 청구에 대해서는 「상속의 한정승인은 채무의 존재를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그 책임의 범위를 한정하는 것에 불과하므로 상속의 한정승인을 받은 상속인은 상속의 포기의 경우와는 달리 사망한 김 씨의 채무를 상속하는 것이고, 따라서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이 집행채무자 적격이 없는 자를 집행채무자로 해서 이뤄진 것이라고 볼 수 없으며, 또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의 집행채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이 당연히 무효로 되는 것은 아니고,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은 채권자가 제3채무자로부터 피압류채권을 추심한 다음 민사집행법 제236조 제1항에 따른 추심신고서를 한 경우 그 때까지 다른 압류·가압류 또는 배당요구가 없으면 그 추심한 범위 내에서 피압류채권은 소멸하고 추심채권자가 독점적으로 채권의 만족을 얻게 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따라서 박 씨가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아 제3채무자인 한화생명으로부터 피압류채권인 7000만 원의 보험금 채권을 추심한 다음 추심신고를 함으로써 채권집행이 종료되고 상속인의 한화생명에 대한 보험금 채권은 7000만 원의 범위 내에서 소멸했으므로, 상속인이 박 씨에 대해 부당이득 반환으로써 한화생명으로터 지급받은 7000만 원의 반환을 구함은 별론으로 하되 한화생명에 대해 보험금 청구를 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1심 판결은, 상속인이 상속을 한정승인했으므로 사망한 김 씨의 채권자인 박 씨는 상속인의 고유재산인 보험금 청구권을 압류할 수 없는데, 이 같이 압류될 적격이 없는 채권에 대한 압류명령은 강행법규에 위반돼 무효이고, 추심명령 또한 그 전제가 되는 압류가 무효인 이상 절차법상으로는 당연무효라고 할 수 없다 하더라도 실체법상으로는 그 효력을 발생하지 않는 의미의 무효라고 판시한 다음, 한화생명이 채권자인 박 씨에게 7000만 원을 추심금으로 지급했다고 하더라도 한화생명은 여전히 보험금 수익자인 상속인에게 보험금 지급 채무를 부담하고 있다면서 상속인의 한화생명에 대한 7000만 원의 보험금 청구권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인정되는 이상 채권자인 박 씨가 추심금을 수령함으로 인해 상속인이 손해를 입었다고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상속인의 채권자 박 씨에 대한 부당이득 반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상속의 한정승인은 채무의 존재를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그 책임의 범위를 한정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상속의 한정승인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상속채무가 존재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이상, 법원으로서는 상속재산이 없거나 그 상속재산이 상속채무의 변제에 부족하다고 하더라도 상속채무 전부에 대한 이행판결을 선고해야 하고, 다만 그 채무가 상속인의 고유재산에 대해서는 강제집행을 할 수 없는 성질을 가지고 있으므로, 집행력을 제한하기 위해 이행판결의 주문에 상속재산의 한도에서만 집행할 수 있다는 취지를 명시해야 합니다.3) 따라서 한정승인을 받은 상속인이 피상속인의 채권자에 대한 채무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한편, 가정법원의 한정승인신고 수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가정법원의 한정승인신고 수리의 심판은 일단 한정승인의 요건을 구비한 것으로 인정한다는 것일 뿐 그 효력을 확정하는 것이 아니고 상속의 한정승인의 효력이 있는지 여부의 최종적인 판단은 실체법에 따라 민사소송에서 결정될 문제입니다.4)


이 사건은 한정승인을 받은 집행채무자(상속인)의 고유재산에 속하는 사망보험금 채권이 유효하게 존재하는 상태이고 그러한 사망보험금 채권에 대해서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이 있었던 경우입니다. 만약 상속인이 상속의 한정승인이 아니라 상속포기를 했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때는 집행채권자의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은 집행채무자 적격이 없는 사람(상속인)을 집행채무자로 해서 이뤄진 것이 됩니다. 집행채무자 적격이 없는 상속인은 집행문 부여에 대한 이의신청(민사집행법 제34조)이나 집행문 부여에 대한 이의의 소(민사집행법 제45조)에 의해 취소될 때까지는 그 집행문에 의한 집행의 채무자가 됩니다. 

​이와 달리, 사망보험금 채권이 상속인의 고유재산에 속한다고 하더라도 그 사망보험금 채권이 소멸시효의 완성 등으로 이미 소멸됐다면 사망보험금 채권을 대상으로 한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은 실효됩니다.

 LAWPIPL.COM
  • 최초 등록일 : 2018년 4월 2일
  • 최종 수정일 : 2020년 8월 2일(재등록)

1) 서울남부지방법원 2015. 4. 30. 선고 2014나54958 판결.
2) 대법원 2003. 11. 14. 선고 2003다30968 판결, 대법원 2010. 3. 18. 선고 2007다77781 전원합의체 판결 등.
3) 대법원 2003. 11. 14. 선고 2003다30968 판결 참조.
4) 1차 수정일 : 2019년 2월 19일. 대법원 2002. 11. 8. 선고 2002다21882 판결 참조.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