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식당 조리사 직업 통지의무 위반, 교통사고 발생했어도 인과관계 없으면 보험금 줘야


글 : 임용수 변호사


보험계약 당시 '식당 조리사'라는 직업을 알리지 않은 상황에서 교통사고로 숨졌더라도, 보험사는 사망보험금을 깎을 수 없고 사망보험금 전액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 소식을 알려 드리고 해설합니다.

인천지법 민사14부(재판장 문혜정 부장판사)는 동부화재해상보험이 현 모 씨의 유족들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동부화재는 유족들에게 보험금 전액인 4억32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전부승소 취지로 판결, 유족들의 손을 들어줬다고 밝혔습니다.1)

재판부는 「피보험자의 직업이나 직종에 따라 보험금 가입 한도에 차등이 있는 상해보험에서 피보험자가 직업이나 직종을 변경하는 경우 그 사실을 통지하도록 하면서 통지의무를 해태한 경우에 보험금을 삭감해 지급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약정된 보험금 중에서 삭감한 부분에 관해 보험계약을 해지하는 것이므로 그 해지에 관해서는 상법 제653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해지기간 등에 관한 규정이 여전히 적용돼야 한다」며 「통지의무 해태를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하는 경우에도 통지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보험사고 발생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음이 증명된 경우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재판부는 「현 씨가 보험계약 당시 동부화재에게 직업을 '사무직 회사원(보험계약 약관상 직업 급수 1급)'이라고 알렸지만, 2012년 말부터 이 사고가 발생할 무렵까지 '조리사(보험계약 약관상 직업급수 2급)'로 일해 온 사실, 현 씨가 2014년 2월 식당에서 주방일을 마친 후 집으로 귀가하기 위해 식당 앞에 위치한 도로에서 무단 횡단을 하던 중 주행 차량에 충격당하는 사고로 사망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확인했습니다.

​이어 「그러나 조리사를 사무직 회사원에 비해 보험료율을 높게 설정한 것은 조리사 업무의 특성상 주방 내 조리 기구 등에 의한 사고 발생 위험이 높아지거나 이런 환경에 쉽게 노출돼 있기 때문으로 보이고, 사무직 회사원에 비해 이동 거리나 이동 빈도가 현저히 증가하는 등 교통사고의 위험이 증가하기 때문은 아닌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고가 발생한 도로 인근에는 구미종합터미널, 구미농협 파머스지점이 위치하고 있어 구미시에 거주하던 현 씨가 일하던 식당에서 조리사로 근무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평소 같은 도로를 이용해왔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현 씨의 직업 변경에 대한 통지의무 불이행과 이 사고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현 씨는 직업의 변경과 관계없는 교통사고로 사망했으므로 보험계약이 해지됐다고 하더라도 동부화재는 보험금 전액인 4억3200만원을 현 씨의 유족들에게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앞서 현 씨는 2014년 2월 동생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주방일을 마친 후 집으로 귀가하기 위해 식당 앞에 위치한 도로(구미시 원평동 구미종합터미널 부근)에서 무단 횡단하던 중 주행 차량에 충격당해 사망했습니다. 

이에 유족들이 동부화재를 상대로 4억3200만 원의 사망보험금을 청구했으나, 동부화재는 "직업 변경 통지의무 위반으로 인한 계약 해지 때문에 약관에 따라 보험금을 삭감해 지급해야 한다"며 총 2억4천여만 원만 지급할 의무가 있을 뿐 이를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보험금 지급 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소송을 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이 판결은 '직업 변경 통지의무'가 문제된 사건입니다. 약관에 '보험계약 체결 후 피보험자가 직업 또는 직무를 변경하게 된 때는 지체없이 이를 알려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고 '이를 불이행하면 보험금이 감액되거나 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고 명시된 경우입니다.

보험에 가입할 때는 일반적으로 보험 설계사가 보험 청약서 등의 서면으로 건강 상태나 직업 등을 물어보게 됩니다. 이런 질문에 무신경하게 사실과 다르게 답변하게 되면 나중에 보험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보험 가입 후 피보험자의 직업이 변경됐는데도 이를 알리지 않으면 보험사는 계약을 해지하거나 보험금을 삭감해 지급할 수 있습니다. 통지의무 위반은 단골로 쓰이는 보험사의 지급 거절 메뉴입니다.

​통지의무를 위반해 보험금을 제대로 받지 못할 수 있는 상황이 와도 포기하지 말고 직업 통지의무 불이행과 보험사고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를 따져봐야 합니다. 인과관계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보험금 전액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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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8년 5월 5일
  • 1차 수정일 : 2020년 8월 13일(재등록)

1) 동부화재가 항소를 제기했으나, 항소를 취하를 했고 1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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