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시험관 아기 시술은계약전 알릴 의무 사항 중 인공수정 고지의무 위반 안돼


글 : 임용수 변호사


인공수정이 아닌 시험관 아기 시술로 임신해 출산한 경우는 '출생위험보장비' 적용 대상이라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의 주요 내용을 알려 드리고, 간단한 법률 조언(Tip)을 덧붙입니다.

시험관 아기 시술로 임신한 경우 보험청약서상의 질문 사항 중 인공수정에 '예'라고 표시하지 않은 것이 객관적인 사실과 고지한 객관적인 표현이 일치하지 않은 경우라고 볼 수 없어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보험사의 계약해지는 무효이고, 따라서 보험사는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입니다. 

서울고법 제33민사부(재판장 이경춘 부장판사)는 시험관 아기 시술을 통해 태어난 김 모 씨가 엘아이지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등 청구 소송에서 '계약 체결 당시 인공수정으로 김 씨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아,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했으므로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다'는 엘아이지손해보험의 주장을 배척하고 '엘아지손해보험은 김 씨에게 1700여만 원을 지급하라. 보험계약의 해지는 무효임을 확인한다'며 1심 판결을 취소하고 김 씨 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1)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엘아이지손해보험은 김 씨의 임신과 관련해 '인공수정 사실을 알았음에도 이를 알리지 않았다'라는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했지만, 김 씨는 시험관 아기 시술을 통해 수정됐고, 시험관 아기 시술은 인공수정 시술과 의학적으로 다른 용어에 해당하며, 그 시술 방법과 비용 역시 다르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김 씨 측이 보험계약 당시 고지의무 사항의 12항목 질문에 있는 17개 예시 내용 중 하나인 인공수정에 '예'라고 표시하지 않은 것이 객관적인 사실과 고지 의무자가 고지한 객관적인 표현이 일치하지 않은 경우라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재판부는 또 「엘아이지손해보험은 인공수정이라는 의미에 시험관 아기 시술까지 포함된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으나, 고지의무 사항의 12항목은 태아보험을 가입하는 경우에만 적을 사항으로서 태아를 임신한 산모 등을 주요 계약 체결 대상자로 전제하고 있고(산모들은 인공수정 시술과 시험관 아기 시술의 구분을 일반인들보다 더 정확히 알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공수정은 '임신 과정 또는 산전 검사에서 태아 이상 가능성이 발견됐거나 진단을 받은' 17개의 예시 진단명 또는 시술의 하나로 열거되고 있으므로, 산모가 인공수정의 방법으로 태아 이상 가능성이 발견됐거나 진단을 받지 않았다는 의미에서 '아니오'란 표시를 한 것은 객관적 사실과 일치하는 것으로 보일 뿐 서면으로 질문한 사항에 관해 부실의 고지를 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엘아이지손해보험 주장과 같이 고지의무 사항에 시험관 아기 시술을 포함하기 위해서는 자연적인 방법으로 임신했는지 여부를 독립된 항목으로 구분해 질문했어야 하고, 인공수정의 의미를 일반적인 의학용어 및 사전적 의미와 달리 시험관 아기 시술까지 포함하는 의미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그 부분 의미를 용어풀이 형태로 설명했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나아가 재판부는 「엘아이지손해보험은 약관에서 출생위험보장비 보장에서 제외되는 임신으로 '인공수정에 의한 임신'은 제외한다고 규정해 인공수정을 임신을 하기 위한 시술의 하나로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임신을 위한 시술 방법으로서 인공수정에 의한 임신과 시험관 아기 시술에 의한 임신은 각각 체내수정과 체외수정에 의한 임신으로서 서로 구분되므로, 엘아이지손해보험 주장과 같이 해석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이 판결에 대해 엘아이지손해보험이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보험계약 체결 당시 질문표 서면의 12항목 질문에 있는 17개 예시 내용 중 하나인 인공수정에 '예'라고 표시하지 않은 것이 객관적인 사실과 의무자가 고지한 객관적인 표현이 일치하지 않은 경우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 판결은 정당하다』며 기각했고2)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고지의 방법에 관해 아무런 제한이 없지만, 보험 거래에 있어서는 보험청약서나 건강확인서에 고지의무 사항(계약 전 알릴의무 사항)을 기술한 서면(질문표)으로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사항을 열거해 묻고, 해당 사항을 기재토록 함으로써 고지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보험청약 당시 보험회사의 요구에 의해 보험계약자가 작성하는 질문표에 기재된 질문사항은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험계약에 있어서의 중요한 사항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상법 제651조의 2). 

보험 기술의 발달에 따라 고지의무는 보험자의 질문에 수동적으로 응답하는 의무 즉 수동적 의무로 변경됐으므로(고지의무의 수동화), 보험 가입자는 보험회사의 질문에 대해 사실대로 또는 성실하게 답변하기만 하면 고지의무 위반으로 인한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엘아이지손해보험이 보험계약 당시 제시한 '알릴 의무 사항'에 기재된 항목인 인공수정과 시험관 시술에 의한 임신은 의학적으로 다른 용어이며, 언어적으로도 다른 용어로 사용됩니다. 따라서 김 씨 측이 인공수정 여부를 묻는 항목에 대해 '아니오'라고 기재한 것은 부실한 고지를 한 것으로 볼 수 없습니다. 옳다고 인정할 수 있는 판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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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8년 3월 6일
  • 1차 수정일 : 2020년 7월 23일(재등록)

1) 서울고등법원 2014. 10. 28. 선고 2014나5359 판결.
2) 대법원 2015. 6. 24. 선고 2014다82187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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