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재해사망특약 보장개시일부터 2년 경과 후 자살시 재해사망 여부, 엇갈린 판결


글 : 임용수 변호사


중년의 여성이 투신해 사망한 경우 이를 재해사망특약 약관상 재해사망으로 인정할 것인지 여부를 두고 1심과 2심이 엇갈리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재해사망특약 보장개시일부터 2년이 경과한 후에 자살한 경우 1심은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한 약관 기재 부분 즉 면책 제한 조항이 '잘못된 표시'에 불과하고 약관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도 적용되지 않는다며 보험금 지급 의무를 부정했던 반면, 2심(항소심)은 2년이 경과했음을 이유로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의무를 인정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변호사)가 판결 소식을 전하고 진진한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입니다.

서울고법에 따르면 황 모 씨 부부(남편 황 씨와 황 씨의 처 망인)는 1999년 2월부터 2009년 5월까지 삼성생명에 3건의 보험에 가입했는데, 그 중 1건의 보험계약에 재해사망특약이 부가됐습니다.

보험계약 당시 재해사망특약 약관에는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되, 다만 "피보험자가 정신질환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와 특약 보장개시일로부터 2년이 경과한 후에 자살한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는 것으로 기재돼 있었습니다.

망인은 2013년 12월 남편에게 "와이셔츠를 찾으러 세탁소를 다녀온다'고 말하고 집을 나선 후 거주지 아파트 옥상으로 올라가 옥상 난간에 걸터앉아 있다가 투신해 사망했습니다.

유족들은 2014년 2월 삼성생명에 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삼성생명은 재해사망보험금의 지급은 거절하고 일반사망보험금 등 합계 5000만 원만을 지급했습니다. 그 뒤 유족들은 삼성생명을 상대로 보험금을 추가적으로 더 달라는 소송을 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삼성생명은 "재해사망특약 약관에서 보장개시일부터 2년이 경과한 후에 자살한 경우를 자살면책의 예외 사유로 규정하고 있으나, 이 문구는 재해사망 이외에 자연사, 자살 등 사망 일반을 대상으로 하는 보험에 적용되는 약관을 참조해 약관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작성자의 진의와 달리 잘못 기재된 무의미한 표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만일 보장개시일부터 2년이 경과된 후 자살한 경우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한다면, 이는 강행규정인 상법 제659조에 위반되고,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해 민법 제103조에도 위반되며, 보험회사에게 예상하지 못한 무리한 부담을 지우게 돼 결국 선의의 다른 보험계약자들에게 손해가 전가되므로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해 공정성을 잃은 약관 조항을 무효로 해석하는 약관규제법 제6조에도 위배돼 무효"라는 주장도 추가했습니다. 

1심인 서울중앙지법은 보험금 지급 의무를 부정해 삼성생명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하지만 2심인 서울고법 민사20부(재판장 양현주 부장판사)는 보험금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삼성생명은 유족들에게 30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유족들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습니다.1)

재판부는 「약관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서면에 기재된 표현을 기준으로 객관적 의미를 파악해야 할 필요성이 크고, 약관에 기재된 내용이 무의미하거나 잘못된 표시라고 해석하는 것은 극히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재해사망특약 약관은 원칙적으로 고의에 의한 자살은 특약에서 정한 보험사고인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정하면서도 예외적으로 면책 제한 조항을 둠으로써 피보험자가 특약의 보장개시일부터 2년이 경과된 후 자살한 경우는 특별히 보험사고에 포함시켜 재해사망보험금 지급 사유로 본다고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약관 해석에 있어서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에도 부합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원칙적으로 보험금 지급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자살 중에서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를 별도의 면책 제한 조항으로 규정해 보험금 지급 사유에 해당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으므로, 이와 나란히 규정된 '피보험자가 책임개시일로부터 2년이 경과된 후 자살한 경우'도 보험금 지급 사유에 해당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오히려 일관된 해석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사망보험에 있어서 자살을 보험사의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 그 자살은 사망자가 자기의 생명을 끊는다는 것을 의식하고 그것을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자기의 생명을 절단해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행위를 의미하고, 피보험자가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경우까지 포함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이었는지 여부는 자살자의 나이와 성행, 자살자의 신체적·정신적 심리 상황, 정신질환의 발병 시기, 진행 경과와 정도 및 자살에 즈음한 시점에서의 구체적인 상태, 자살자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 상황과 자살 무렵의 자살자의 행태, 행위의 시기 및 장소, 기타 자살자의 동기, 그 경위와 방법 및 태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합니다.2)

법원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의 사망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미성년자의 경우 또는 조현병과 같은 중증의 정신질환자로 확인되는 경우 등에만 이를 제한적으로 인정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특약 없이 하나의 재해보장계약 약관에서 재해사망을 주된 보장 내용으로 규정하면서 '피보험자가 책임개시일로부터 2년이 경과된 후 자살한 경우'를 자살면책 제한 조항으로 두고 있는 경우나 이번 판결에서처럼 재해사망특약 약관 자체에 자살면책 제한 조항을 명시적으로 두고 있는 경우에는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의 사망이었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재해사망보험금 지급 사유에 해당한다고 해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LAWPIPL.COM
  • 최초 등록일 : 2017년 5월 29일
  • 1차 수정일 : 2020년 7월 6일(재등록)

1) 서울고등법원 2015. 11. 13. 선고 2014나2043005 판결.
2) 대법원 2006. 4. 14. 선고 2005다70540, 70557 판결, 대법원 2011. 4. 28. 선고 2009다97772 판결 등 참조
.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