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회사의 보험사고 조사에 대해 동의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

글 : 임용수 변호사

[편집자 주]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기존에 있었던 법률상담사례 중 일부 내용을 수정했습니다. 알면 상식이 쌓이고 유익한 보험이야기, 시작합니다. 


질 문


다섯 살 된 딸아이가 폐렴으로 입원했다가 퇴원했습니다. 문제는 제가 12월 18일에 보험 가입을 했고 그날 오후(책임개시 시간 후)에 아이가 콧물이 나와서 마침 금요일이라서 주말에 병원 가기 힘드니까 약이라도 받아오자는 취지에서 그다지 심하지 않은 상황에서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그 후 12월 24일부터 26일까지 병원 진료를 받다가 12월 29일 폐렴 소견이 보여 입원을 했습니다. 병원에서는 12월 18일 병원에 간 상황은 콧물에 기관지염으로 폐렴과는 연관이 없다는 소견을 의사 선생님이 밝혔는데도 보험회사 측 조사자는 그 이전의 의료보험 급여 내역을 확인하겠다고 합니다.

판례도 가입 당시 병을 인지하지 못한 상황이라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하는데요. 보험회사 측에서 사고조사를 위임한 손해사정회사 직원은 저한테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회원으로 가입한 후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고 합니다. 이건 불법 아닌가요? 아이의 이전 진료 내역을 알아보겠다는 건데 제 사적인 진료 내역도 있거니와 진료 내역을 꼭 알려줘야 할 의무가 있는지요. 또한 위임장을 3장이나 놓고 인감도장을 찍어놓으라는데 어디에 사용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위임장을 써줘야할 의무가 있는지요. 

참고로 저희 아이는 감기로 병원 처방은 받은 적은 있으나 입원하거나 보험회사에서 말하는 중요한 사항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적도 없습니다. 

폐렴으로 일주일 입원했고 입원비도 소액인데 이렇게 조사를 한다면서 보험금 지급을 미루는 보험회사 측에 대항할 방법을 알려주세요. 제가 애기가 폐렴 걸릴 걸 알면서 보험에 가입한 것도 아닌데 정말 황당하고 화가 납니다. 

만약의 경우 12월 18일에 병원 간 사실이 폐렴과 연관이 있다고 주장을 해올 경우 거기에 대해서 소송을 할 수 있는지요. 소송에 대비해서 제가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빠른 답변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답변


보험회사의 사고조사와 관련된 주요 법률로는 의료법과 상법 등이 있습니다. 먼저 의료법의 경우,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종사자는 이 법이나 다른 법령에 특별히 규정된 경우 외에는 의료·조산 또는 간호 업무 등을 하면서 알게 된 다른 사람의 정보를 누설하거나 발표하지 못한다"며 의료인의 비밀 누설 금지의무를 규정하고 있습니다.1) 또한 "의료인, 의료기관의 장 및 의료기관 종사자는 환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환자에 관한 기록을 열람하게 하거나 그 사본을 내주는 등 내용을 확인할 수 있게 해서는 안된다"며 기록열람 및 그 사본 교부와 관련한 원칙도 두고 있습니다.2)

그러면서도 예외적으로 환자의 배우자, 직계 존속·비속, 형제·자매(환자의 배우자 및 직계 존속·비속, 배우자의 직계존속이 모두 없는 경우에 한정함) 또는 배우자의 직계 존속이 환자 본인의 동의서와 친족관계임을 나타내는 증명서 등을 첨부하는 등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요건을 갖춰 요청한 경우, 환자가 지정하는 대리인이 환자 본인의 동의서와 대리권이 있음을 증명하는 서류를 첨부하는 등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요건을 갖춰 요청한 경우 등에 해당하면 그 기록을 열람하게 하거나 그 사본을 교부하는 등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3)

의료법 제88조는 의료인의 비밀 누설 금지의무, 기록열람 및 그 사본 교부와 관련한 원칙 규정에 위반한 자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면서도 이런 의료법 위반 행위를 "친고죄(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는 죄)"로 다루고 있습니다.

보험회사가 동의서를 요구하는 이유는 환자의 동의 없이 의무기록을 열람하거나 복사하면 앞서 말한 의료법 위반 행위로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소송이 제기되면 보험회사는 법정에서 상호 공방을 해야 하는 상대방이 되므로, 나에게 불리한 자료를 상대방에게 굳이 줄 이유는 없습니다. 특히 교통사고의 경우, 괜히 동의를 해줬다가는 보험회사에서 기왕증을 구실로 삼아 치료비 지급 보증을 중단하거나 의사의 소견서를 받아 조기 퇴원을 강요할 수도 있기 때문에 보험 가입자로서는 불리한 상황을 자초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 상법의 경우, 상법에는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보험계약자 등)는 보험사고의 발생을 안 때는 지체없이 보험사에게 그 통지를 발송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는데, 이것을 이른바 보험계약자 등의 보험사고 발생의 통지의무라고 합니다.4)


이 보험사고 발생 통지의무에는 보험계약자 등이 보험사의 보험사고 원인 등을 조사하는데 협조해야 할 의무도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다수설(학설)의 입장입니다(사고의 원인 조사에 관한 협조의무). 그러나 보험계약자 등에게 사고 원인 조사에 관한 협조의무의 이행을 강제할 방법은 없으며, 이를 게을리했을 때 그로 인해 손해가 증가된 경우 보험사는 그 증가된 손해를 보상할 책임이 없을 뿐입니다.5) 보험계약자 등이 적극적으로 증거인멸 등의 행위를 하지 않는 한 보험사는 사고조사 동의 없음 혹은 협조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유예하거나 거절할 수 없습니다. 

보험계약자 등에게 보험사고 조사에 대한 동의 의무 없다


보험계약자 등은 반드시 정확하거나 충분한 내용을 알려줄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므로 "의무기록 일체에 대한 열람, 복사에 동의한다"는 동의서는 작성해주지 않아도 됩니다. 보험사의 약관 조항 중에는 "피보험자는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회사가 지정한 의사의 진단, 의료비의 심사, 기타의 조사를 받을 것에 동의해야 하고, 피보험자의 의사와 회사의 의사가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는 때는 피보험자와 회사가 동의해 제3자의 의사를 정하고 그 제3의 의사의 의견에 따를 수 있다"는 규정(이하 '해당 약관 조항')을 두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해당 약관 조항은 명시된 바대로 보험의 대상이자 신체감정의 피감정인의 지위에 있는 '피보험자'(보험계약자 겸 피보험자)에 대해서만 적용되는 것이고 그것도 피보험자가 생존하고 있을 때만 동의할 수 있는 것이므로, 보험수익자 또는 보험계약자와 피보험자가 동일인이 아니라거나 피보험자가 사망한 때는 해당 약관 조항이 적용될 여지가 없다고 풀이됩니다. 

나아가 설령 보험수익자 또는 보험계약자와 피보험자가 동일인이고 피보험자가 생존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해당 약관 조항이 보험수익자에게 보험사고 조사에 대한 동의 의무를 부담시키는 내용이라면 이는 약관에 상법 보험편의 규정보다도 보험계약자 등에게 불리한 규정을 둔 것이므로 상법 제663조의 보험계약자 등의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위반돼 무효라고 해석됩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보험계약자 등은 보험회사의 동의서 요구에 응하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아이가 감기로 병원 치료를 받은 적은 있지만, 입원했다거나 보험사에서 주장하는 중요한 사항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적이 없다면 크게 개의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보험사 측의 조사자에게 개개의 동의서 용도를 물어본 후 한정된 범위 내에서만 열람 및 복사를 할 수 있도록 개별적인 동의서를 작성해 주거나 또는 조사자에게 어떤 기록이 필요한지를 물어보고 그가 원하는 기록을 발급받아 교부해주는 것이 적절할 듯합니다.

보험 가입 이전의 진료 내역이 고지의무 위반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보험사가 아니며, 치료 병원도 아닙니다. 소송으로 진행됐을 때 법원이 판단할 사항에 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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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6년 1월 13일
  • 1차 수정일 : 2020년 6월 8일

1) 의료법 제19조.
2) 의료법 제21조 제2항.
3) 의료법 제21조 제3항.
4) 상법 제657조 제1항.
5) 상법 제657조 제1항, 제2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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