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판결) 의료법 위반 유죄 판결 받은 사무장병원 운영자 '보험금 사기 인정 안돼'


글 : 임용수 변호사


사무장병원 운영자가 의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의료기관을 개설한 혐의 등으로 의료법 위반의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는 사정만으로는 보험사로부터 자동차보험진료수가나 실손보험금을 편취하는 불법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사무장병원 운영자 측을 위해 직접 소송대리를 했던 임용수 변호사(보험 전문변호사)가 승소한 판결 내용을 국내 최초로 [단독] 소식으로 알려 드리고, 변호사의 의견을 담은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입니다. 보험소송 의뢰를 원하거나 보험법 자문 받기를 원하는 분들은 관련 서류 등 자료 전부를 지참하고 방문 상담해 주세요.

서울중앙지법 제15민사부(재판장 민성철 부장판사)는 DB(디비)손해보험이 H병원의 사무장이었던 김 모 씨1)(소송대리인 변호사 임용수)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전부패소 판결하고 김 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김 씨는 사무장병원인 H병원의 원무부장으로 근무하면서 직원 및 급여 관리, 환자 유치 업무 등을 총괄했으며, H병원 소속 의사인 황 모 씨는 김 씨로부터 월 700만 원의 급여를 받는 조건으로 환자 진료행위를 담당했습니다. 디비손해보험은 2008년 5월부터 2014년 9월까지 자사의 자동차보험 피보험자 1331명의 진료비 3억4900여만 원, 브라보라이프보험 등 실손의료보험의 피보험자 1287명의 진료비 보험금 2억9800여만 원의 합계인 6억4700여만 원을 김 씨가 운영하던 H병원에 지급했습니다. 

김 씨는 의사가 아님에도 의료기관을 개설했다는 이유로 의료법 위반죄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고, 이후 차례로 항소 및 상고했지만 모두 기각돼 1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디비손해보험은 '사무장병원인 H병원이 의료법 규정에 위반돼 개설됐다는 사정을 고지하지 않은 채 보험회사에게 자동차손해배상보험법에 따라 자동차보험진료수가의 지급을 청구하거나 보험수익자에게 진료사실증명 등을 발급해주고 이를 토대로 보험금을 지급받은 것은 사기의 기망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사무장병원 운영자인 김 씨를 상대로 부당하게 편취한 보험금 6억4700여만 원을 지급해달라며 민사소송을 냈습니다. 쉽게 말해 사무장병원의 개설 자체가 위법이니 병원 운영 과정에서 보험사로부터 지급받은 보험금은 모두 보험사기로 얻은 돈이라는 취지였습니다.

의료법 위반해 개설됐더라도 사무장병원의 진료계약은 유효


또한 사무장병원을 금지하고 있는 의료법 규정은 의료인이나 의료법인 등이 아닌 자가 의료기관을 개설해 운영하는 경우 초래될 국민보건위생상의 중대한 위험을 방지하려고 제정된 이른바 강행법규에 속하는 것으로서 이를 위반해 이뤄진 약정은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2003다2390)을 원용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디비손해보험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지난달 29일 선고한 판결문에서 환자들을 진료한 의료기관이 의료법 규정에 위반돼 개설된 것이라는 사정은 H병원에 대한 디비손해보험의 자동차보험진료수가 지급 의무나 실손의료비 지급 의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유가 아니고, H병원을 운영했던 김 씨가 그런 사정을 알리지 않은 채 진료비를 청구하거나 진료사실증명 등을 발급해줬다고 하더라도 이를 두고 디비손해보험을 기망했다고 볼 수 없다며 달리 이런 김 씨의 행위가 민법상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그러면서 「의료법을 위반해 개설된 의료기관에서 체결된 진료계약 자체가 모두 강행법규를 위반한 것이어서 무효라고 볼 수는 없고, 오히려 H병원이 의료법에 위반돼 개설됐다는 사정은 디비손해보험의 자동차보험진료수가 지급 의무 및 실손의료비 지급 의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유가 아니며 그 전제로서 H병원에서 체결된 진료계약은 유효하다고 봐야 한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김 씨의 소송대리인이었던 임용수 변호사는 "이 판결은 사무장병원의 보험금 청구 전체 금액을 모두 보험사기로 인정하는 판례를 만들려는 보험사들의 시도 중 하나를 저지한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말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소위 '사무장 병원'은 자격이 없는 자가 의료기관을 개설하고 의사를 고용해 운영하는 의료기관을 말합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이러한 사무장 병원에서 병원 운영기간 동안 공단에 청구한 건강보험 요양급여비용 전액을 '고용된 의사'로부터 부당이득으로 환수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국민건강보험법은 공법인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을 단일의 보험자로 설립하고,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만을 요양기관으로 건강보험제도 내에 편입시킨 다음 이들로 하여금 국민건강보험공단을 대신해서 요양급여를 실시하게 하고, 요양급여 실시에 따른 비용 중 공단 부담금에 해당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요양기관이 직접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의료법을 위반해 적법하게 개설되지 않은 의료기관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등의 요양급여를 실시했다면 해당 의료기관은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 요양기관에 해당되지 않으므로 요양급여비용을 적법하게 지급받을 자격이 없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희 사무실이 수행한 이번 사건과 판결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사무장병원을 상대로 낸 소송과는 사안의 취지나 내용이 다릅니다. 강행법규에 속하는 의료법 규정에 위반해 이뤄진 사무장병원 소속의 의료인과 비의료인 간의 동업약정이 무효라고 하더라도, 그 사무장병원과 환자 간의 진료계약까지도 무효라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한편, 적법하게 개설된 의료기관이 이후 사무장병원으로 탈바꿈했을 경우 그 사무장병원의  운영자가 불법행위를 자행한 사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런 사실만으로 적법하게 이뤄진 의료기관 개설 행위가 비의료인의 위법한 개설 행위(의료법 위반)로 바뀌는 것도 아닙니다.

사무장병원 의료법 위반...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의무에 영향 안 미쳐


의료법 제33조 제2항은 의료인이나 의료법인 등 비영리법인이 아닌 자의 의료기관 개설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는데, 김 씨는 의료법상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는 자격이 없는 사람임에도 사무장병원을 개설했다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받았습니다.


사무장병원이라고 하더라도, 의료기관의 보험회사 등에 대한 자동차보험진료수가의 청구는 피해자를 보호할 목적으로 피해자가 보험회사 등에 대해 갖는 직접청구권에 근거, 그 인정 범위 내에서 법률상 특별히 인정되는 것이고, 의료기관에 대해 그 청구액 상당이 지급되지 않더라도 실제 교통사고로 인한 손해가 발생해 그에 따른 진료가 이뤄진 이상 피해자에게라도 반드시 지급돼야 할 성질의 것입니다.

설령 개설 자격이 없는 비의료인이 의료법 제33조 제2항을 위반하고 개설한 의료기관이라 하더라도, 면허를 갖춘 의료인을 통해 피해자에 대한 진료가 이뤄지고 보험회사 등에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 따라 자동차보험진료수가를 청구한 것이라면 보험회사 등으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지급을 거부할 수 없다고 봐야 합니다. 따라서 피해자를 진료한 의료기관이 의료법 규정을 위반하고 개설된 것이라는 사정은 피해자나 해당 의료기관에 대한 보험회사 등의 자동차보험진료수가 지급 의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유가 아니어서, 해당 의료기관이 보험회사 등에 이를 고지하지 않고 그 지급을 청구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두고 사기죄에서 말하는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습니다.1)

실손의료보험의 경우는 보험사고가 발생하면 보험회사에 대해 실손의료비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은 보험수익자입니다. 반면 피보험자를 진료한 의료기관으로서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로부터 그에 따른 진료비를 지급받을 수 있고, 경우에 따라 보험수익자의 청구에 응해 진료사실증명 등을 발급해 줌으로써 단순히 그 보험금 청구 절차를 도울 수 있을 뿐입니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보험자를 진료한 의료기관이 의료법 규정에 위반돼 개설된 것이라는 사정은 보험수익자에 대한 보험회사의 실손의료비 지급 의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유가 아니라고 봐야 하고, 설령 해당 의료기관이 보험회사 등에 이를 고지하지 않은 채 보험수익자에게 진료사실증명 등을 발급해 줬다고 하더라도, 그런 사실만으로는 사기죄의 기망행위가 있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2)

변호사 선임비를 보전받는 소송비용액 확정 재판


소송이 끝나면 변호사에게 지출한 비용 등 소송비용액의 부담을 확정하는 재판을 법원에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이번 보험 관련 소송처럼 소송이 어느 한쪽의 전부 승소로 끝나게 되면 패소한 쪽은 승소자의 소송비용을 물어 줘야 합니다. 만약 소송을 낸 쪽이라면 인지액, 송달료 등의 비용과 함께 변호사에게 지불한 변호사 선임비용도 받아낼 수 있겠지만, 이번 보험 관련 소송은 본 변호사의 의뢰인이 소송을 당한 쪽이므로 의뢰인 김 씨에게 인지액이나 송달료 등의 추가 비용 부담이 없었던 경우입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번 보험 관련 소송의 경우 디비손해보험 쪽에서 청구한 금액이 무려 6억 4700여만 원이었다 보니 본 변호사의 의뢰인 김씨가 소송비용액 확정 재판에서 받을 수 있는 소송비용액이 적지 않다는 점입니다. 계산해 보니 1심 재판만 했는데도 약 1천400여만 원이었습니다. 따라서 총 1천400만 원의 변호사 선임비용 범위 내에서는 공짜로 변호사를 선임해서 소송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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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2020년 5월 28일

1) 가명(假名)입니다.
2) 대법원 2018. 4. 10. 선고 2017도17699 판결 등 참조.
2) 대법원 2018. 4. 10. 선고 2017도17699 판결 등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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