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보험설계사가 보험료를 개인계좌로 빼돌려 횡령하면 보험사도 책임

고객의 보험료 횡령/징역 7년 선고

글 : 임용수 변호사


보험설계사가 고객의 보험료를 개인계좌로 빼돌려 횡령했다면 보험사도 손해배상책임을 진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임용수 변호사(보험 전문 변호사, 사법연수원 28기)가 판결 내용을 알려 드리고, 변호사의 진진한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인다. 보험소송 의뢰를 원하거나 보험 법률상담을 원하는 분들은 미리 전화[02-595-7907]로 예약한 다음 '위치와 연락'에 열거된 자료 중 현재 보유하고 있는 보험 관련 서류 등 자료 모두를 반드시 지참하고 방문하기 바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2단독 유영일 판사는 김 모 씨가 삼성화재해상보험()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2018가단5003949)에서 "삼성화재는 김 씨에게 75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김 씨는 알고 지내던 삼성화재 소속 보험설계사로부터 2016년 9월 저축보험 가입을 권유받고 보험료 1억5000만 원을 설계사의 개인계좌로 송금했다. 설계사가 "삼성화재의 계좌가 아닌 자신의 계좌로 입금해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삼성화재의 대표이사 직인이 찍힌 보험증권과 보험료 영수증 등도 받았지만, 계약자 보관용 청약서는 교부받지 않았다.


그런데 보험증권과 영수증 등이 모두 위조된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화재 설계사는 기소돼 2018년 5월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김 씨는 "보험업법은 보험설계사가 보험모집을 하면서 보험계약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보험사가 배상책임을 지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삼성화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모집행위는 외형상 모집행위로 보이는 행위도 포함


유영일 판사는 판결문에서 「실제로 보험모집 행위를 하지 않았더라도 직무상 보험모집 행위라는 외관을 형성했다면 보험 모집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설계사가 18년간 삼성화재 소속으로 일했고 당시 61세의 나이로 지역에서 사업팀 팀장이었던 점, 앞서 김 씨가 설계사의 권유로 삼성화재에 통상적인 절차로 보험에 가입한 경험이 있는 점, 김 씨에게 교부한 보험증권에 삼성화재 대표이사 직인 날인이 있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설계사의 행위는 외형적으로 볼 때 보험모집 행위와 유사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만기가 계약일로부터 3년인 저축보험을 김 씨는 3개월 후로 알고 있었다는 점, 청약서를 교부받지 않고 방치했던 점, 삼성화재에 문의하지 않았던 점 등은 김 씨가 사려 깊은 판단을 하지 않은 것」이라며 「50%의 과실이 있다」고 판시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보험설계사의 보험료 횡령 문제가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 데는 보험사의 지나친 실적 위주의 영업 환경이 주요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실적 압박을 받는 보험설계사가 대납한 보험료를 돌려막기 하다가 마지막에 가서는 고객의 보험료를 유용하는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보험설계사가 고객의 보험료를 횡령하는 유형의 사건에서 이번 사안은 보험계약자가 보험사만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했지만, 보험사와 그 소속 설계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하기도 한다.

보험계약자가 보험설계사에게 보험료를 지급했다면 설계사가 보험료를 횡령했다고 하더라도 특별히 무효가 될 만한 사유가 없는 이상, 원칙적으로 보험계약 자체는 유효하다. 다만 설계사는 설계사 등록취소라는 금융위원회의 제재조치를 받을 수 있고, 보험사는 보험설계사가 모집행위나 중개 업무를 하면서 보험계약자에게 손해를 입힌 사실이 있는 경우 금융소비자보호법 제45조 제1항에 따라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다. 여기서 '모집행위' 내지 '중개 업무'란 실제 보험 모집이 아니더라도 그 행위를 외형적으로 관찰할 때 모집행위의 범위 내에 속하는 것과 같이 보이는 행위를 포함한다.


이런 경우 보험사가 손해 전부에 대한 배상책임을 지는 사례는 별로 없고 보험계약자의 과실 부분만큼 과실상계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험계약 내용이나 보험료 지급에 무관심한 보험계약자의 경우 그의 잘못이 손해의 발생 및 확대의 한 원인이 됐다는 이유로 70%의 과실이 있는 것으로 인정돼 보험사의 배상책임을 30%로 제한한 사례가 있고, 보험증권과 약관을 받지 않았던 한 보험계약자에 대해서는 거액의 보험료를 납입하면서 보험사 계좌로 이체한 것이 아니라 설계사의 개인 계좌로 이체한 점 등을 고려해 보험사의 배상책임을 손해액의 50%로 제한한 사례도 있다.

또한 보험설계사인 남편이 보험에 들어달라며 아내가 맡긴 보험료를 횡령했던 사건에서도 아내가 비록 보험료 영수증를 따로 받지 않은 잘못이 있었더라도 남편이 보험료로 돈을 받은 것은 보험 모집행위에 포함된다며 보험사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사례도 있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제45조 제1항에 의한 보험계약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은 보험계약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이를 행사하지 않거나,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이 경과하면 시효로 인해 소멸한다. 따라서 횡령 피해 사실을 알게 된 보험계약자는 그 사실을 안 날부터 3년 안에 보험사를 상대로 배상청구를 해서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인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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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2020년 4월 4일
  • 1차 수정일: 2024년 1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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