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판결) 보험약관상 진단확정 의미 오해한 보험사, 암보험금 거부하다 최종 패소


글 : 임용수 변호사


현대해상이 신장암에 대한 진단확정을 부정하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다 법원으로부터 최종 패소 판결을 받은 사실이 최근 밝혀졌습니다. 특히 현대해상은 피보험자의 암에 관한 의사의 조직병리 진단일을 조직병리검사 결과보고서 등의 기록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는데도 암보험금 지급을 거부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보험전문 임용수 변호사가 판결 내용을 [단독] 소식으로 전하고,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 변호사의 의견을 담은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여 드립니다. 보험소송 의뢰를 원하거나 보험법률 자문을 받고 싶은 분들은 언제든지 문의해주세요.

인천지법 제4민사부(재판장 신재환 부장판사)는 현대해상화재보험()가 박 모 씨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확인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 현대해상의 항소를 기각하고 "현대해상은 박 씨에게 보험금 617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한 1심 법원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박 씨는1) 지난 2017년 2월 암의 확정 진단을 받은 경우 암진단비, 암직접치료입원일당, 암수술입원일당 등을 지급하는 현대해상의 한 보험상품에 가입했습니다.

이 보험상품의 약관에는 '암 등의 질병'의 '진단확정'은 해부병리 또는 임상병리의 전문의사 자격증을 가진 자에 의해 내려져야 하며, 이 진단은 조직검사, 미세바늘흡인검사 또는 혈액검사에 대한 현미경 소견을 기초로 하되, 상기의 병리학적 진단이 가능하지 않을 때는 피보험자가 '암 등의 질병'으로 진단 또는 치료를 받고 있음을 증명할 만한 문서화된 기록 또는 증거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돼 있었습니다. 

박 씨는 2017년 2월 한 의원에 내원했다가 혈액검사 결과 단백뇨 수치 상승 및 혈뇨 증상이 발견됐고, 정밀검사를 위해 다른 병원으로 전원해 2017년 3월 20일 시행한 조직검사에서 국소성 분절성 사구체 경화증으로 진단을 받았으며, 2017년 3월 21일 복부 CT 검사를 통해서는 좌측 신장에 종양이 발견됐습니다. 

그 후 박 씨는 2017년 5월 15일 좌측 신장 부분절제술을 받았는데, 절제된 종양에 대한 조직검사 결과 2017년 5월 22일 신세포암종(진단코드 C64.1)으로 최종 진단을 받았습니다. 현대해상의 암보험 약관에 의하면, 박 씨에 대한 암 보장개시일은 보험계약일인 2017년 2월 8일부터 90일이 지난 날의 다음날인 2017년 5월 9일이었습니다.

신장암의 진행 단계

박 씨는 그동안의 검사 경과 및 진단 결과에 관한 의무기록 등을 첨부해 암진단비 등을 지급해줄 것을 현대해상 측에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현대해상 측은 자사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박 씨가 요구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현대해상 측은 박 씨에 대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면서, '암보장개시일 이전에 복부 CT 검사를 통해 임상적으로 심장암 진단을 받은 경우(피보험자가 2017년 5월 9일 이전에 암으로 진단 또는 치료를 받고 있었던 경우)'이고 또한 '박 씨가 암 보장개시일까지 고의로 수술을 지연해 병리학적 진단을 회피했다'며 박 씨의 보험금 청구에 응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박 씨는 '암보장개시일 이후에 병리학적 진단 결과 비로소 신장암 진단확정을 받았다'며 현대해상의 보험금 지급 거부에 대해 강력히 반발했습니다. 박 씨와 현대해상은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고, 결국 대형 보험사가 개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며 소송전에 돌입하게 됐습니다.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보험계약에 따른 암보장개시 이후 수술로 절제된 종양에 대한 조직검사 결과 비로소 신장암으로 진단 확정이 됐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재판부는 '진단 확정'이라는 용어가 최종 진단을 의미하는 것으로 봤습니다. 또한 수술 전 검사만으로도 전형적인 신장암 소견을 보이는 경우 조직검사 없이 임상학적으로 암 진단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박 씨의 경우 암이 아닐 가능성도 높아서 수술 전 암으로 확진할 수 없었다는 사실을 지적했습니다.

신장암 치료

재판부는 「현대해상의 주장과 같이 복부 CT 검사로 신장암을 임상학적으로 확진할 수 있는 경우도 있으나 담당 의사의 의견을 고려할 때 박 씨가 그런 상태였다고 보기 어렵고, 담당 의사가 2017년 3월 21일 당시 신장암 확진을 내린 상태도 아니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복부 CT 검사 결과 종양이 발견됐고 암이 의심된다는 정도의 사정만으로는 신장암의 진단 확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암보험계약의 보장개시일 전에 박 씨에 대해 신장암 진단확정이 있었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아울러 재판부는 병리학적 진단을 의도적으로 회피했다는 현대해상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비뇨기과 의뢰서에 수술적인 치료가 박 씨의 개인 사정으로 연기한 상태라고 기재돼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박 씨가 암 진단확정을 의도적으로 회피하기 위해 수술을 연기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박 씨가 의도적으로 암의 병리학적 진단을 회피했다거나 박 씨가 정상적인 진료 과정을 거쳤다면 보장개시일 이전에 암이라는 진단확정이 내렸을 것이 명백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박 씨의 보험금 청구가 권리남용 또는  신의칙 위반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결국 현대해상은 박 씨에게 보험금 6170만 원(암진단비 6000만 원+암직접치료입원일당 70만 원+암수술입원일당 100만 원)을 지급하게 됐습니다. 현대해상이 이 판결에 불복하지 않아 항소심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국어사전적 의미로 암(악성신생물)이란 조절할 수 없는 증식을 보이는 종양으로 주위 조직을 침범하고 다른 곳으로 전이되는 경향을 보이거나 악성 종양세포로 구성되는 경우를 뜻합니다.2) 보험사들의 약관에는 암을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 있어서 악성신생물로 분류되는 질병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암'의 '진단확정'에 대해 보험 약관은 일차적으로 조직학적 소견(병리학적 진단)에 따르되 '병리학적 진단이 가능하지 않을 때'는 임상학적 진단을 그 보조 수단으로 인정하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암 진단확정의 경우 병리학적 진단이 불가능할 때만 임상학적 진단이 보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취지입니다. 이 규정은 병리학적 검사에 의한 확정진단을 받지 않은 피보험자에게 그런 검사를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증거를 제출해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하고자 마련한 규정입니다. 암 진단확정을 위해서는 ① 「'병리학적 진단이 가능하지 않은 때'에 해당하는 사유의 존재」, ② 「암으로 진단 또는 치료를 받고 있음을 증명할 만한 문서화된 기록 또는 증거의 제출」이라는 두 가지 요건이 필요합니다.


'병리학적 진단이 가능하지 않을 때'의 의미에 대해서 판례는 ▶피보험자가 MRI 등으로 임상학적 암 진단을 받은 뒤 조직검사를 받을 겨를도 없이 십수일만에 사망한 경우와 같이 병리학적 진단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경우, ▶ 조직검사를 할 수 없어 임상적 진단을 한 후 수술을 통해 제거한 종양조직을 검사해 최종 병리학적 암 진단을 하게 되는 경우와 같이 실제 암의 발병 부위나 특성에 따라 암치료 개시 전에 병리학적 진단이 가능하지 않은 경우 등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진료 및 검사 과정에 있어 의료기관의 책임있는 사유(귀책사유 내지 착오 등)로 인해 잘못된 병리학적 진단이 이뤄진 경우라든가 피보험자의 건강상태 때문에 바로 조직검사를 하지 못했으나 처음 의심 진단을 받은 때부터 며칠 후에(예컨대, 약 10일 정도가 경과한 시점에) 암 검사를 위한 조직검사를 받아 바로 암 확정진단을 받은 경우는 약관에서 규정하고 있는 '병리학적 진단이 가능하지 않을 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습니다. 또한 암 '의증' 이라는 취지의 진료 결과만 있는 때는 암에 대한 임상학적 진단확정(임상학적 진단)이 있는 경우라고 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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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2020년 4월 30일

1) 타인의 보험에 해당하나, 피보험자를 계약자로 표현합니다.
2) 대법원 2002. 7. 12. 선고 2002다19940 판결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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