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판결) 보험계약 당시 다방종업원이 전업주부로 직업을 속였어도 보험금 지급해야

다방 종업원

글 : 임용수 변호사


상해보험 가입자가 보험계약 당시 자신의 직업을 속였더라도 속인 사실이 피보험자의 사망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면 보험회사는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 변호사)가 판결의 주요 내용을 국내 최초 [단독] 소식으로 알리고, 변호사의 의견이 포함된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여 드립니다.

서울중앙지법 제7-1민사부(재판장 김은성 부장판사)는 김 모 씨가 메리츠화재해상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 메리츠화재의 항소를 기각하고 이같이 판시, "메리츠화재는 김 씨에게 보험금 2억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한 1심 법원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고 밝혔습니다.


대여금채권 변제 요구/다방 업주의 분노조절장애

김 씨의 어머니는 2016년 6월 '본인이 상해로 사망하면 보험금 2억 원이 지급되는 내용'의 상해보험에 가입한 뒤 다방 업주에게 빌려줬던 대여금의 변제를 요구하다가 살해당했으나 메리츠화재가 "계약 당시 김 씨 어머니의 직업이 다방 종업원이었다는 사실을 숨기고 전업주부라고 고지한 것은 상법상 '고지의무' 위반에 해당한다"며 보험금을 주지 않자 소송을 냈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다방 업주가 김 씨의 어머니에게 다방에 다시 출근해 줄 것을 요구했던 점에 비춰 김 씨의 어머니는 2016년 8월 초 다방을 그만둔 후에는 다방 종업원으로서 종사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설령 보험사고 당시 다방 종업원이었다고 하더라도 다방 종업원으로서 업무에 종사하던 중에 살해당한 것이 아니어서, 다방 종업원으로서의 직업 활동에 따른 위험성과 보험사고의 발생 사이에 별 관계가 없다고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김 씨의 어머니는 다방 업주에게 빌려준 2000만 원의 채권 변제를 요구하다가 살해당했는데, 보험사고가 김 씨의 어머니와 다방 업주의 직업적 관계에서 발생했다기보다 계속적인 중범죄행위로 인한 처벌에도 불구하고 교화되지 않고 반복적으로 중범죄를 저지르는 등 준법의식이 박약하고, 자제력이 부족하며, 순간적인 분노를 느낄 때 이를 조절하고 행동을 통제하는 능력이 매우 부족한 다방 업주의 범죄 성향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비록 김 씨의 어머니가 보험계약 당시 메리츠화재에게 자신의 직업을 알리지 않음으로써 고지의무를 위반했다고 하더라도, 김 씨 어머니의 고지의무 위반사실은 보험사고의 발생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므로, 메리츠화재는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앞서 1심 법원도 "김 씨의 어머니가 다방종업원으로서 일과 관련한 것이 아니라 다방 업주에 대한 채권을 추심하는 과정에서 살해당한 점에 비춰 고지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인정되더라도 보험사고 발생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없으므로 고지의무 위반을 원인으로 한 메리츠화재의 보험계약 해지 항변은 이유 없다"며 김 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보험 가입자가 보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중요한 사항의 고지의무를 위반한 경우, 고지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이번 사안의 상해사망보험금 지급사유 내지 보험사고의 발생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점이 증명된 때는 보험사는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는 있지만 그렇더라도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을 면하지는 못합니다. 

일반적으로 보험사가 피보험자의 직업에 따라 위험군을 분류해 보험료율 등을 정하는 이유는 다수의 위험을 모아서 위험단체(보험단체)를 구성한 후 대수의 법칙을 통해 사전에 예상한 사고 발생률과 실제의 사고 발생률을 근접시키고, 각각의 위험을 측정해 그에 부합하는 보험료를 부과함으로써 불량 위험을 인수하게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이번 판결은 앞서 본 법리 및 상법 규정에 따라 보험계약 당시 다방 종업원이었던 김 씨의 어머니가 자신의 직업을 전업주부라고 속인 사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다방 업주에 대한 채권을 추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사망은 다방 종업원으로서의 직업 활동에 따른 위험성과는 상당인과관계가 없으므로, 보험사는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사례입니다.



이 판결과 대비되는 대법원 판결이 하나 있습니다. 서울에 있는 '고려원'이라는 유흥업소에서 1990년 5월 중순경부터 같은 해 6월까지 접대부로 일했던 피보험자(여, 31세)가 보험계약 당시 '주부(가사)'라고 허위 고지를 했고, 그로부터 5개월 후 일본 동경에 가서 생활하다가 노상에서 승용차에 들이받혀 뇌좌상으로 사망했던 사건인데, 대법원은 보험사에게 보험금 지급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보험사고인 피보험자의 사망 사실이 그 발생 원인에 있어, 피보험자가 보험회사에게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직업의 수행, 즉 접대부로서의 종사 활동과는 전혀 무관하게 이뤄진 것이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입증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전제 하에 사망 당시에도 접대부로 종사하지 않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증거가 없다면(= 피보험자가 사망 직전에도 계속 접대부로 종사하고 있었다면), 그녀의 사망사고가 비록 우연한 교통사고로 인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 발생 시각(심야)이나 장소(일본 동경 시내의 유흥업소가 밀집한 지역) 등 특수한 사정으로 미뤄 볼 때 접대부의 종사 활동에 기인한 것이라고 볼 여지가 충분하고, 이 같은 경우 사망사고의 발생과 피보험자 직업에 관한 고지의무 위반 사실과의 사이에 전혀 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유흥업소가 밀집한 지역에서 심야에 차도를 보행하던 유흥업소 접대부이기 때문에 교통사고와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1)

하급심 판결도 하나 있습니다. 유흥주점 도우미가 보험계약 당시 '경리사무원'이라고 허위 고지를 했고, 그로부터 5개월 뒤 노래방에서 손님과 술을 마시며 논 다음 새벽 4시에 손님과 성관계를 하기 위해 모텔에 투숙했다가 손님과 다투던 중 목이 졸려 살해된 사건인데, 법원은 직업 고지의무 위반과 사고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습니다.

 계속 업데이트 중...
THE 수준 높고 좋은 글
  • 최초 등록일: 2020년 3월 22일

1) 대법원 1992. 10. 23. 선고 92다28259 판결.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