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판결) 사무원이 건물 청소원으로 "직업 변경 고지 안해도 보험금 전체 지급해야"


글 : 임용수 변호사


보험 가입자가 사무원에서 건물 청소원으로 직업이 변경된 사실을 보험사에 알리지 않았더라도 보험사는 보험금 전체를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의 주요 내용을 국내 최초 [단독] 소식으로 알려 드리고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입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2부[재판장 최은주 부장판사]는 남 모 씨1)의 유족이 디비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 디비손해보험의 항소를 기각하고 "디비손해보험은 미지급 보험금 33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던 1심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밝혔다.2)

남 씨는 2020년 4월 서울 관악구에 있는 한 도로를 건너던 중 스타렉스 차량에 들이받혀 사망했다. 남 씨의 유족은 남 씨와 2008년 3월 장기손해보험을 체결한 디비손해보험을 상대로 상해사망보험금 7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청구했다. 그러나 디비손해보험은 지난해 6월 "남 씨가 보험기간 중에 사무원에서 건물 청소원으로 직업 및 직무가 변경된 사실을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아 고지의무를 위반했다"며 계약 후 알릴 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한다고 통보했고 교통사고 당시 남 씨의 직업 및 직무를 기준으로 산정한 보험금(직업변경 통지의무 위반에 따른 비례보상 적용 보험금) 3660여만 원만을 지급했다. 

남 씨가 체결한 보험계약 약관에 따르면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는 보험기간 중에 피보험자가 그 직업 또는 직무를 변경하게 된 경우에는 지체없이 회사에 알려야 하고,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뚜렷한 위험의 증가와 관련된 '계약 후 알릴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는 손해의 발생 여부에 관계없이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으며, 계약의 해지가 손해 발생 후에 이뤄진 경우는 직업 또는 직무가 변경되기 전에 적용된 보험료율(변경전 요율)의 직업 또는 직무가 변경된 후에 적용해야 할 보험료율(변경후 요율)에 대한 비율에 따라 삭감된 보험금을 적용해 그 손해를 보상한다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었다.

한편 보험계약에 적용되는 약관 및 직업분류별 상해위험 등급 자료에 의하면 1~3 등급 등 3개 등급으로 직업별 위험도를 나누는데, 그 중 사무원은 위험도가 가장 낮은 1급이고 3급은 위험도가 가장 높은 등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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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남 씨의 직업 및 직무 변경 전후에 남 씨의 출퇴근 경로와 교통수단의 변경으로 교통사고 등의 위험이 현저히 증가했다고 볼 만한 정황이 없고, 직업분류표 자료에 의하더라도 '건물 내부 청소원'은 '건물 외부 청소원'이나 '기타 청소원'에 비해 위험도가 낮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며 「남 씨가 청소원으로 직업 및 직무가 변경되고 그로 인해 다른 사람보다 이른 시간대에 출근할 필요가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남 씨의 생명이나 신체를 해하는 사고 발생의 위험이 현저히 변경·증가했다고 인식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했다.

이어 「남 씨의 직업 및 직무 변경 사실을 디비손해보험에게 통지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디비손해보험이 통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남 씨가 직장으로 출근하다 교통사고를 당하기는 했으나, 출근 시간대가 변경된 것 이외에는 출근 경로나 교통수단의 측면에서 교통사고 발생의 위험이 현저히 증가했다고 볼 만한 정황이 없고, 이 교통사고는 남 씨의 직업인 청소원의 업무나 직무 장소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으므로 교통사고로 인한 남 씨의 사망은 '변경된 직업 또는 직무와 관계없는 사고로 발생한 손해'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디비손해보험의 보험계약 해지 및 보험금 삭감에 관한 항변은 이유 없다」고 결론 내렸다. 

디비손해보험은 2심에서 '남 씨가 직업 변경을 통지했다면 보험료를 더 내야 할 경우에 해당하고, 따라서 남 씨가 직업 변경 후 추가로 납입했어야 할 보험료에 해당하는 금액은 공제돼야 한다'는 주장을 추가했지만, 재판부는 「약관에 '변경된 직업 또는 직무와 관계없는 사고로 발생한 손해에 관해서는 그렇지 않다'고 기재돼 있는바, 이 교통사고는 남 씨의 변경된 직업 또는 직무와 관계없는 사고이므로 디비손해보험의 공제 주장은 이유 없다」며 디비손해보험의 추가적인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약관에 직업과 직무의 개념에 대해서 정의하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직업'이란 『① 생계유지 등을 위해 일정한 기간 동안(예: 6개월 이상) 계속해 종사하는 일, ② 위 ①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는 개인의 사회적 신분에 따르는 위치나 자리(예: 학생, 미취학아동, 무직 등)』를 말하고, '직무'란 『직책이나 직업상 책임을 지고 담당해 맡은 일』을 말한다.

손해보험에서는 직업과 직무에 따라 상해위험 등급을 통상 1~3등급으로 분류한다. 등급이 높아질수록 고위험 직군임을 뜻한다. 즉 1급은 비위험, 2급은 중위험, 3급은 고위험 직군에 속한다. 고위험 직군은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되며, 경우에 따라서는 보험 가입이 거절될 수 있다. 

하급심 판결 중에는 전업주부(1급)가 보험사에 알리지 않고 위험도가 높은 단호박 세척기를 이용한 단호박 먼지·이물질 제거 일(과실 및 채소건조기 등 기계조작원 등은 1급)을 하다 사망한 경우, "단호박 세척기를 이용한 작업은 전기에 의해 작동되는 기계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직업의 위험도는 주부였을 때에 비해 상당히 증대된다"며 "단호박 세척 업무 등을 하게 된 것은 계약 후 알릴 의무의 대상이고 이를 알리지 않은 것은 통지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판시한 것이 있다.3) 

이번에 소개한 판결의 경우 결론은 타당하나,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나온 판시 이유에는 조금 부적절한 내용이 있는 것 같다. 보험계약 체결 당시 직업급수 1급인 사무원이었다가 계약 체결 후인 사고 당시에 직업급수 2급인 청소원으로 직업을 변경했다면, 통지의무 위반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디비손해보험이 적법한 해지권을 행사했다면 보험계약이 해지됐다고 먼저 인정했어야 한다. 변경된 위험 또는 증가된 위험이 보험계약의 체결 당시에 존재하고 있었다면 어느 보험사든 적어도 그 보험료(여기서는 1급의 사무원에게 책정되는 보험료)로는 상해보험을 인수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교통사고는 청소원이라는 직업에 따른 위험과 상당인과관계가 없는 사고라는 취지에서 위험변경·증가의 사실과 보험사고의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시해 보험사(디비손해보험)의 보험금 지급 책임을 인정한 결론은 옳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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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21년 12월 19일

1) 호칭의 편의상 피보험자에 대해 유족의 성씨를 사용한다.
2) 확정된 판결이다.
3) 서울중앙지법 2017. 5. 17. 선고 2016가단5099267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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