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판결) 동일 발병요인 내지 유병인자로 다른 신체부위에 장해 발생 땐 장해지급률을 모두 합산해야


글 : 임용수 변호사


동일한 발병 요인 내지 유병 인자로 각각 다른 신체부위에 장해를 얻었다면 약관에 규정된 각 장해지급률을 모두 합산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 내용을 [단독] 소식으로 알려 드리고 해설합니다. 보험소송 의뢰를 원하거나 보험 법률상담을 원하는 분들은 관련 자료를 모두 지참하고 방문해 주세요.]

동일한 발병 요인 내지 유병 인자로 두 가지 이상의 장해(양측 슬관절 골관절염으로 양측 무릎에 인공 슬관절 전치환술을 받은 경우)가 생겼고 각 장해의 지급률을 모두 합산한 장해지급률이 60%가 됐다면 동일한 원인으로 발생한 장해로서 보험료 납입 면제 사유에 해당하므로 보험계약자는 그동안 납입한 보험료를 보험사로부터 반환받을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이다. 

창원지법 민사1부(재판장 양상익 부장판사)는 이 모 씨가 흥국생명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소송의 항소심에서 1심의 원고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흥국생명은 이 씨에게 1240여만 원을 지급하라'며 이 씨의 손을 들어줬다.1)

이 씨2)는 2012년 10월부터 1개월간 양측 슬관절 골관절염(말기 퇴행성)으로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던 중 우측 인공 슬관절 전치환술과 좌측 인공 슬관절 전치환술을 받았다. 이 씨는 두 수술을 받은 이후 흥국생명에게 보험료 1240여만 원을 납입했다. 

이 씨가 가입한 보험 약관에는 '피보험자가 장해분류표 중 동일한 재해 또는 재해 이외의 동일한 원인으로 여러 신체 부위의 합산장해지급률이 50% 이상이며 80% 미만인 장해 시 차회 이후의 보험료 납입을 면제한다'는 규정이 포함돼 있었다.


재판부는 「인공 슬관절 전치환술은 약관 장해분류표에 의하면 '한쪽 다리의 3대 관절 중 하나인 무릎에 인공 관절을 삽입함으로써 그 기능을 완전히 잃은 경우의 장해'에 해당해 좌측 및 우측 무릎의 장해지급률은 각각 30%이고, 좌측 및 우측 다리는 '각각 다른 신체 부위'이므로 약관에서 정한 '여러 신체 부위의 장해' 및 '두 가지 이상의 장해가 생긴 때'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평균적 보험계약자의 이해 가능성을 기준으로 한 문언의 객관적 의미, 보험 약관의 체계를 고려할 때 약관에서 말하는 '동일한 원인'은 '동일한 질병'뿐만 아니라 연령·성별·체중·직업·환경 및 생활 습관 등과 같은 '동일한 발병 요인 내지 유병 인자'를 널리 포함하는 것으로 봄이 옳다」며 「약관의 문언 및 체계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원인'을 '동일한 질병'으로 제한해 해석할 합리적인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결국 이 씨는 연령·성별·체중·직업·환경 및 생활 습관 등의 동일한 원인으로 각각 다른 신체 부위인 양측 슬관절의 인공 슬관절 전치환술의 장해를 입었고, 양측 슬관절의 각 장해지급률(각 30%)을 더한 합산장해지급률은 60%이므로, 보험료 납입 의무 면제 사유인 '동일한 원인으로 여러 신체 부위의 합산장해지급률이 50% 이상 80% 미만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흥국생명은 '이 씨의 보험료 반환 청구권은 구 상법 제662조에 따라 2년이 시효로 소멸했다'는 주장도 했는데,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상법 제662조에 의해 소멸시효 기간이 적용되는 보험료 반환 청구권은 보험계약의 전부 또는 일부가 무효이고 보험계약자와 피보험자 또는 보험계약자와 보험수익자가 선의이며 중과실이 없는 때를 요건으로 발생하는 청구권이므로, 이 사건과 같이 유효하게 존속하는 계약에서 이미 면제된 보험료를 납입해 이를 부당이득으로 구하는 경우는 적용되지 않는다」며 「따라서 부당이득 반환 청구권인 이 씨의 보험료 반환 청구권에 상법 제662조에 따른 소멸시효가 적용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 씨의 부당이득 반환 청구권인 보험료 반환 청구권은 상인이 아닌 이 씨가 상인인 보험사에게 보험계약에서 정한 보험료를 지급했으나 약관에 따라 그 납입 의무가 면제돼 납입할 이유가 없었음을 이유로 민법의 규정에 따라 흥국생명에게 이미 지급한 보험료 상당액의 반환을 구하는 것」이라며 「거기에 상거래 관계와 같은 정도로 신속하게 해결할 필요성이 있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근거도 없으므로 이 씨의 부당이득 반환 청구권인 보험료 반환 청구권에 상법 제64조에 따른 5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결국 이 씨의 보험료 반환 청구권은 민법에 따른 부당이득 반환 청구권으로서 월 보험료를 각 납입한 때부터 10년의 시효로 소멸한다」고 판시했다.

앞서 1심은 "이 씨의 좌측 슬관절 골관절염과 우측 슬관절 골관절염이 보험 약관에서 말하는 '동일한 원인'으로 인해 발생한 장해가 아니라고 봐야 한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인공 관절 전치환술은 인공 관절을 넣는 수술(인공 관절 수술)을 말한다. 퇴행성 관절염이라는 질병으로 인해 무릎에 인공 관절을 삽입한 경우 이는 약관상 '한 다리의 3대 관절 중 1관절의 기능을 완전히 잃었을 때 : 지급률 30%'에 해당한다.

1심은 이 씨의 좌측 슬관절 골관절염과 우측 슬관절 골관절염이 이 씨의 연령·성별·체중·과거 직업 및 좌식 생활 습관 등의 동일한 원인으로 인해 발생했는지 여부가 사건의 주요 쟁점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항소심(2심)은 전혀 다른 판단을 했다. 1심의 판단과는 상반되게 피보험자인 이 씨의 연령·성별·체중·직업·환경 및 생활 습관 등과 같은 동일한 발병 원인 내지 유병 인자를 동일한 원인에 해당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주요 쟁점으로 다뤘다. 1심의 판단을 180도 뒤집는 판결인 셈이다. 약관에서 정한 '동일한 원인'에는 '동일한 질병'뿐만 아니라 '동일한 발병 원인 내지 유병 인자'가 포함된다는 전제하에 서로 다른 장해의 직접적 원인이 된 질병이 같은 질병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 다른 질병이 동일한 발병 원인 즉 연령·성별·체중·직업·환경 및 생활 습관 등으로 인해 발생한 경우도 '동일한 원인'에 해당한다고 해석했다. 이런 해석에 따라 동일한 질병에 의해 여러 신체 부위에 장해가 생긴 경우뿐만 아니라, 다른 질병으로 인해 여러 신체 부위에 장해가 생기거나 두 가지 이상의 장해가 생겼다고 하더라도 그 다른 질병의 발병 요인 내지 유병 인자가 동일하다고 평가될 수 있는 경우라면 보험 약관에서 정한 보험료 납입 면제 사유에 해당한다고 결론지었다. 

2015년에 선고된 서울고법 판결 중에는 이번에 소개한 사건의 1심 판결과는 판시 이유는 달랐지만 동일한 결론을 내린 사례가 있다. 피보험자 측이 1심에서 패소하자 항소심에 이르러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을 적용하자는 주장을 추가했지만, 해당 재판부는 『'같은 질병으로 두 가지 이상의 후유장해가 생긴 경우'란 그 문언상 두 가지 이상의 후유장해가 동일한 질병을 원인으로 해서 생긴 것을 말하고 각 후유장해와 질병 사이에 연관성 또는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를 의미함이 분명하다』며 『단순히 각 후유장해의 병명이 동일한 경우 또는 각 후유장해의 발병 원인이 동일하더라도 그 발병 원인이 동일한 기회에 발생한 것이 아닌 경우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약관의 취지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해석』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평균적인 고객의 입장에서도 스스로 약관의 본래 취지가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고 그 약관을 이 같이 합리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이상,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5조 제2항에 정한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은 적용될 여지가 없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보다는 '동일한 원인'의 범위를 좁게 해석한 것인데, 그런 해석에 객관성과 합리성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이번에 소개한 항소심 판결에 제시된 해석도 충분히 가능하고 그런 해석의 객관성과 합리성도 있는 것 같다. 이처럼 두 가지 이상의 해석이 가능한 경우라면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을 적용해야 할 사안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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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20년 9월 19일

1) 확정된 판결입니다.
2) 보험계약자 이 씨의 어머니가 피보험자이지만, 호칭의 편의상 보험계약자와 피보험자 모두를 이 씨라고 표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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